식재 공사하면서 “왜 고무바를 안 풀렀느냐?”며 감리원이나 감독관에게 지적받은 기억이 있다면, ‘썩는 고무바’의 탄생은 반가워 할 일이다.

뿌리분을 감아놓은 고무바가 땅속에서 생분해 되므로 굳이 풀지 않아도 되고, 누구와 마찰 빚을 일도 없어지게 된다.

아무 신경쓸 것 없이 뿌리만 뻗으면 되니까 나무한테도 더없이 좋다. 

 

꼭 필요한 ‘고무바’…때론 애물단지
조경수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굴취후 뿌리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감싸줘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부자재 중 하나가 ‘고무바’다.

새끼나 코아로프 등의 썩는 재료로 된 끈도 사용하지만 이들은 ‘탄성’이 없어 뿌리분을 꽉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시 고무바를 묶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무바’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두면 그 ‘강한 조임’으로 인하여 이식 수목은 초기에 뿌리 활착에 방해를 받게 되며 고사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또한 고무바는 땅 속에서 썩지 않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돼 ‘고무바 해체시 뿌리분의 파손이 우려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지적 대상이 되곤 한다.

조경공사 표준시방서를 살펴보면, “(수목)식재 시에는 뿌리분을 감은 거적과 고무바, 비닐끈 등 분해되지 않는 결속재료는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풀어야 하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아
이러한 시방서의 숙지 여부와 관계없이, 현장을 진행하다보면 ‘몸 따로 마음 따로’ 일 때가 많다.

조경공사는 마무리 공정이다 보니까 선행 타 공종이 늦어질 경우 일정에 쫓겨 ‘몰아치기’ 공사를 진행할 때가 종종 생긴다. 고무바를 해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다.

또한, 설계변경이 되거나 다른 구조물에 의한 식재위치 변경 등 이미 정식한 수목을 다시 옮겨야 할 경우, 고무바가 해체돼 있으면 뿌리분이 파손될 우려가 커져 수목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게 된다. 고무바를 해체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 중 하나다.

신소재 천연밴드, ‘고무바 논란’ 종지부
이런 ‘고무바 논란’에 종지부를 고한 것은, 바로 신소재로 만든 '천연밴드'이다.

천연라덱스실, 천연황마실, 천연면실을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고무바’는 아니다.
신축성이 2.5배에 달하기 때문에 꽉 조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무공해 ‘천연밴드’로 불리고 있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서 실시한 이 천연밴드의 토양생분해도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45일 경과 시점에 약 46%의 생분해도를 기록해 표준물질과 대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특허청에 ‘녹화밴드’라는 명칭으로 실용신안 등록돼 있으며, 지난 해 11월에는 (사)한국조경수협회가 산림청에 보고한 연구용역과제 ‘합리적인 조경수 조성·관리 및 생산·유통 개선방안’에서도 고무바의 폐해에 따른 대안 상품으로 소개된 바 있다.

주문 때부터 “썩는 고무바로 감아주세요”
이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HYC(주) 박성주 과장은 “최근에는 시공업체가 조경수를 발주할 때부터, 천연밴드로 감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농장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혀, 향후 조경수 생산 유통과정에서 기존 고무바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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