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옮겼을까? -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앞에 선 (주)대지개발 고 이철호 회장. R450cm인 이 나무는 당초 목표치보다 높은 17m가 올려져 심어졌다.

“유세차 경오 9월19일 11시 주식회사 대지개발 대표 이철호는 업드려 신께 감히 고하나이다. 용계 은행나무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보호해 오던 중 임하댐 건설로 인하여 애석하게도 수몰지역에 위치하므로 나무를 그냥 수장시켜 버릴 수가 없어 백방으로 연구검토와 심사숙고 끝에 이 나무를 현 위치에서 지표 15미터로 성토하고 그 위에 상식키로 나라에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에 이철호는 생애의 명예를 걸고 이 나무를 기어코 완전하게 이식하여 영원히 생존 활착되도록 할 것을 맹서하면서 나라로부터 이 작업을 위임받아 오늘 착공하게 되었습니다…”

가슴높이 둘레 14m이자 근원직경 450점(R=450cm)이나 되는 은행나무의 상식(上植)공사가 시작되는 1990년 착공식에서 (주)대지개발의 창업자이자 생명토의 발명가인 고 이철호 회장은 이렇게 축문을 읊기 시작했다. 

당시 계약조건은 공사기간 3년과 이식 후 하자이행 보증기간을 6년으로 하되 만약 그 기간 내에 나무가 고사하게 되면 공사비 전액을 변상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안동군청과 맺은 이 계약서에는 공증서까지 첨부되었으며, 이렇게 큰 나무를 옮긴 사례는 세계 역사에도 유래가 없었다.

사전 협의기간만 5년이 소요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상식공사에는 다음과 같은 대지개발의 특허기술이 총동원됐다. ①농업및원예용 토양영양조성물(특허9392호, 81년 등록) ②요철분및토양영양조성물을 이용한 수목이식공법(특허047443호, 91년 등록) ③거목이식을 위한 철주공법(특허049942호, 92년 등록)이 그것들이다.

먼저 ①번은 대지생명토(생명정)를 말하고, 요철공법으로 불리는 ②번은 뿌리분 중 몇곳을 요철 형태로 파내고 빈 공간에 생명정을 집어넣는 공법이다. 그렇게 되면 팽이 모양의 일반 분에 비해서, U자 형태의 3면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생명정이 채워지고 잔뿌리 생성면적이 넓어지게 돼 더욱 원활히 활착할 수 있다. 보통은 근원직경 2-5배 크기의 뿌리분을 뜨지만 대형목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뿌리분의 무게를 최소화해야 한다. 분의 무게를 이동 가능한 수준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며 최소 1.5배 크기만으로도 활착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③번 기술은 장비로 나무를 들기 위해 ‘바’를 직접 뿌리분에 걸게 되면 대형분이 무게에 못 이겨 파손되므로 이를 막기 위해 분 아래에 H빔을 사각 형태로 받치고 여기에 바를 걸어서, 장비는 분이 아닌 H빔 받침대를 들게 되는 원리다. 용계리 은행나무의 경우 당시에는 이것을 들 수 있는 장비가 없었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형 유압용 잭을 이용해 조금씩 조금씩 H빔을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993년 상식공사 준공식을 가진 뒤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건강하게 생장하고 있는 용계리 은행나무. 따라서 대지개발이 공사비를 변상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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