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이랜드 대표이사
(사)한국놀이시설협회장

어린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모래판이다. 
모래판에서 소꿉놀이도 하고 피라미드놀이, 굴 파기, 모래찜질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통해 창의성을 개발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아파트나 공동주택을 지을 때 모래판을 의무화 했다. 
그러던 모래판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새로 제정된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2008년 1월 27일자로 발효되면서 아파트 단지마다 놀이시설 개선 사업이 한창이다. 
기존의 낡은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새로운 규정에 맞는 놀이시설을 교체하면서 바닥에 깔았던 모래를 걷어 내거나 그 모래위에 고무매트를 깔아 보다 안전하고 새로운 놀이터로 바꾸는 작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3~4년 내에 전국의 모든 놀이터가 모래 없는 놀이터로 변할 것 같다. 
놀이터에 깔아 놓은 모래는 주기적으로 뒤집어 주어야 기생충의 서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인력부족, 인식부족 등 이유로 모래판이 방치 되었다가 불결한 위생 상태를 문제 삼는 입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아예 모래를 없애 버리기로 하는 것 같다. 
위생적인 면이나 미관상으로 보아도 고무매트로 까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모래판 고유의 기능인 창의성 개발을 위한 각종 놀이를 할 수 없게 되어 아쉽다. 
놀이터 본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디자인 위주로 놀이터가 꾸며지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차례 유행이 지나가는 기간이 적어도 4~5년은 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모래 없는 놀이터에서 놀아야 하는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걱정스럽다. 
대세가 모래 없는 놀이터라면 필자도 승복할 수 밖에 없지만 극히 일부만이라도 모래 장을 존속시키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파트 문화가 대중화 되고 고급화 되면서 도시인들이 흙 밟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흙을 밟으면 건강에 좋다고 하여 휴일이 되면 일부러 산이나 들로 나가서 흙을 밟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도 흙과 가까이 하고 모래판에서 뛰어놀며 각종 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모래판 일부라도 존치해야 할 것이다.

이은구((주)신이랜드 대표이사·(사)한국놀이시설협회장)

 

[칼럼①] 사치품으로 변질되는 놀이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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