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호 (사)한국잔디협회장

(사)한국잔디협회 이성호 회장(58·사진)은 우리나라 잔디계의 ‘잔 다르크’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 최초로 바크(나무껍질을 잘게 부순 것)를 토양으로 사용한 경량형 롤 잔디를 선보이는 등 한국 잔디산업을 부흥시킨 장본인이다. 최근 잔디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천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과 관련해서 27일에는 기술세미나가 열리는데, 그래서 그를 만났다. <편집자 주>


“잔디는 보존(유지관리)과 사용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잔디 운동장을 원하는 학교들은 천연잔디를 기피한다. 하지만 잔디 운동장을 조성할 때 인증받은 잔디로 정해진 시방서에 따라 정확히 시공하고, 유지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만 한다면 잔디 보존은 오히려 인조 잔디보다 훨씬 더 수월하고 지속적이다”

잔디의 생명은 ‘유지관리’라고 거듭 강조한 그는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감리의 부재다. 잔디 운동장 설계까지는 좋은데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공개경쟁 입찰로 수주한 조경업체가 또 무자격업체에게 (재)하도급을 주게 되면, 저가 시공을 추구하기 때문에 품질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현실은 그러하지만, 현장에서는 품질검사와 시공감독 역량을 갖춘 감리원을 찾아볼 수 없다.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하자 발생은 물론이고, 유지관리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리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현재 잔디협회는 서울시와 잔디운동장 감리 부문의 보완을 위해 협의 중에 있다고 한다. 전문가 및 교수진 등 인력풀을 갖춘 잔디협회가 감리 역할을 수행한다면 시공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학교체육시설과 사회체육시설의 철저한 분리다.

인조 잔디 조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애당초 학교운동장을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사회체육시설을 겸한 인조 잔디 설치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결과적으론 중대한 과실을 초래했다.

“잔디 운동장은 전적으로 학생들이 주사용자다.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적정선에서 개방할 수 있으나 조기축구 등 사회체육시설로 사용된다면 잔디의 생명은 거기서 끝이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앞으로 해당 학교의 요구에 따라 잔디, 인조 잔디, 우레탄 트랙 등 지원 사업 방법을 다양하게 열어 놓겠다고는 하지만 올바른 잔디문화 정착과 학교운동장의 주인인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사회체육인 수요에 부합하는 체육시설은 별도로 확충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이 회장은 협회에서 운영 중인 ‘잔디 뗏장품질인증제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잔디 뗏장의 규격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잔디재배 생산업이 성장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상토의 종류와 규격에 따라 구분되는 스포츠용 잔디와 일반 관상조경용 잔디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구체적인 품질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협회는 잔디 생산업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규격화 된 생산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2007년 삼성잔디환경연구소에 의뢰해 ‘잔디뗏장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잔디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올해부터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골프장이나 국제규격의 운동장, 학교운동장 조성 등에 사용하고자 하는 잔디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잔디품질평가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선진국형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또 유지관리 부분에 대한 책임인증제(관리보증제)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에 소속된 유자격 업체와 네트워크를 통해 염가로 잔디운동장 유지관리를 책임지고 실시하겠다는 것.

“지난 해 서울시와 함께 시범 조성한 홍익여고의 경우 현재 1년간의 무상 서비스가 끝난 상황이어서 학교 측에서는 유지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 중에 있다. 협회와 잔디 보존을 위한 계약을 맺게 된다면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 한편 책임인증제 구축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잔디협회의 모태는 2004년 설립된 ‘잔디생산자협회’다. 그는 조직 구축과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협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던 사이 천연잔디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날로 커져만 갔다. 그 즈음에 학교운동장 인조 잔디 보급 사업도 시작됐다.

협회가 나서서 잔디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시키는 일을 해야 했기에, 잔디생산자 및 유통·장비·자재 관련 개인 및 사업자 등이 두루 포함된 한국잔디협회로 명칭을 바꿨고 지난 해 8월에는 산림청으로부터 비영리법인 등록증을 받게 되었다.

숨 가쁘게 장년의 세월을 뛰어 온 그에게 잔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성호 회장은 ‘잔디는 나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와 잔디의 인연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기계 전문생산업체인 대동공업(주) 신규사업개발부서에서 11년간 근무해 오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미국 잡지를 접하게 된다.

한 건장한 남성이 바크에서 생산한 롤 잔디를 어깨에 둘러 멘 광고는 그에게 충격과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바크에서 생산한 롤 잔디가 없었을 뿐더러 무거운 잔디를 말아 어깨에 들쳐 멘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잡지를 통해 본 잔디 광고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신선해 사업기획을 했지만, 당시 우리 회사는 연매출 500억 이상의 대규모 신규사업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랬던 그가 돌연 회사를 관두고 1993년 (주)엘그린을 설립하며 잔디산업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 회장은 회사 설립에 앞서 2년여 동안 잡지에 나온 잔디회사의 본사인 미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일본 잔디업체 등을 벤치마킹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나갔다.

유수의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그가 과감히 사표를 던진 데에는 국내·외 잔디산업의 동향과 발전 가능성을 냉철하게 분석한 결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가 한국 잔디산업을 어깨에 둘러메고 우리 앞에 서 있다.


<이성호 회장 약력>

서울대 농공학과 졸업
(주)엘그린 대표이사
(사)한국잔디협회 회장

(사)한국조경사회 자문위원
(사)한국조경학회 상임이사

전, 대동공업(주) 기획부장
전, (사)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 회장

“잔디는 보존(유지관리)과 사용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잔디 운동장을 원하는 학교들은 천연잔디를 기피한다. 하지만 잔디 운동장을 조성할 때 인증받은 잔디로 정해진 시방서에 따라 정확히 시공하고, 유지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만 한다면 잔디 보존은 오히려 인조 잔디보다 훨씬 더 수월하고 지속적이다” 잔디의 생명은 ‘유지관리’라고 거듭 강조한 그는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감리의 부재다. 잔디 운동장 설계까지는 좋은데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공개경쟁 입찰로 수주한 조경업체가 또 무자격업체에게 (재)하도급을 주게 되면, 저가 시공을 추구하기 때문에 품질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현실은 그러하지만, 현장에서는 품질검사와 시공감독 역량을 갖춘 감리원을 찾아볼 수 없다.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하자 발생은 물론이고, 유지관리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리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현재 잔디협회는 서울시와 잔디운동장 감리 부문의 보완을 위해 협의 중에 있다고 한다. 전문가 및 교수진 등 인력풀을 갖춘 잔디협회가 감리 역할을 수행한다면 시공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학교체육시설과 사회체육시설의 철저한 분리다. 인조 잔디 조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애당초 학교운동장을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사회체육시설을 겸한 인조 잔디 설치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결과적으론 중대한 과실을 초래했다. “잔디 운동장은 전적으로 학생들이 주사용자다.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적정선에서 개방할 수 있으나 조기축구 등 사회체육시설로 사용된다면 잔디의 생명은 거기서 끝이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앞으로 해당 학교의 요구에 따라 잔디, 인조 잔디, 우레탄 트랙 등 지원 사업 방법을 다양하게 열어 놓겠다고는 하지만 올바른 잔디문화 정착과 학교운동장의 주인인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사회체육인 수요에 부합하는 체육시설은 별도로 확충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이 회장은 협회에서 운영 중인 ‘잔디 뗏장품질인증제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잔디 뗏장의 규격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잔디재배 생산업이 성장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상토의 종류와 규격에 따라 구분되는 스포츠용 잔디와 일반 관상조경용 잔디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구체적인 품질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협회는 잔디 생산업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규격화 된 생산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2007년 삼성잔디환경연구소에 의뢰해 ‘잔디뗏장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잔디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올해부터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골프장이나 국제규격의 운동장, 학교운동장 조성 등에 사용하고자 하는 잔디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잔디품질평가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선진국형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또 유지관리 부분에 대한 책임인증제(관리보증제)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에 소속된 유자격 업체와 네트워크를 통해 염가로 잔디운동장 유지관리를 책임지고 실시하겠다는 것. “지난 해 서울시와 함께 시범 조성한 홍익여고의 경우 현재 1년간의 무상 서비스가 끝난 상황이어서 학교 측에서는 유지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 중에 있다. 협회와 잔디 보존을 위한 계약을 맺게 된다면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 한편 책임인증제 구축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잔디협회의 모태는 2004년 설립된 ‘잔디생산자협회’다. 그는 조직 구축과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협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던 사이 천연잔디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날로 커져만 갔다. 그 즈음에 학교운동장 인조 잔디 보급 사업도 시작됐다. 협회가 나서서 잔디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시키는 일을 해야 했기에, 잔디생산자 및 유통·장비·자재 관련 개인 및 사업자 등이 두루 포함된 한국잔디협회로 명칭을 바꿨고 지난 해 8월에는 산림청으로부터 비영리법인 등록증을 받게 되었다. 숨 가쁘게 장년의 세월을 뛰어 온 그에게 잔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성호 회장은 ‘잔디는 나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와 잔디의 인연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기계 전문생산업체인 대동공업(주) 신규사업개발부서에서 11년간 근무해 오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미국 잡지를 접하게 된다. 한 건장한 남성이 바크에서 생산한 롤 잔디를 어깨에 둘러 멘 광고는 그에게 충격과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바크에서 생산한 롤 잔디가 없었을 뿐더러 무거운 잔디를 말아 어깨에 들쳐 멘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잡지를 통해 본 잔디 광고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신선해 사업기획을 했지만, 당시 우리 회사는 연매출 500억 이상의 대규모 신규사업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이랬던 그가 돌연 회사를 관두고 1993년 (주)엘그린을 설립하며 잔디산업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 회장은 회사 설립에 앞서 2년여 동안 잡지에 나온 잔디회사의 본사인 미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일본 잔디업체 등을 벤치마킹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나갔다. 유수의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그가 과감히 사표를 던진 데에는 국내·외 잔디산업의 동향과 발전 가능성을 냉철하게 분석한 결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가 한국 잔디산업을 어깨에 둘러메고 우리 앞에 서 있다. 서울대 농공학과 졸업 (주)엘그린 대표이사 (사)한국잔디협회 회장 (사)한국조경사회 자문위원 (사)한국조경학회 상임이사 전, 대동공업(주) 기획부장 전, (사)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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