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겸 지음, 픽셀하우스 펴냄, 218쪽, 2022년 11월 15일 출간, 값 2만 원
이태겸 지음, 픽셀하우스 펴냄, 218쪽, 2022년 11월 15일 출간, 값 2만 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조선 시대의 토지제도 및 생활방식은 오늘날과 큰 차이가 있다. 조선 초기 산림천택(山林川澤)의 사적인 소유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가 16세기부터 지배층의 사유화가 시작되면서 완화됐다.

해남 윤씨 가문의 토지 확장은 주로 토지의 매입과 간척지 개간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해남 일대에 넓은 경작지를 소유하게 됐다.

윤선도는 지리와 해양, 자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문의 경작지를 간척하고 관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에 원림들을 조성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이유로 시행됐던 인클로저법 덕분에 영국의 풍경식 정원이 만들어진 것처럼, 세속적인 욕심을 떠나 청빈한 공간으로 알려진 우리의 옛 정원에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저자 이태겸 박사는 그동안 사상과 자연관, 도교와 풍수를 근거로 해석했던 윤선도의 정원을 사회제도와 경제정책, 지역개발과 연결해 짚어나갔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정원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중심지로서 정원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결과론이지만 윤선도의 경영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공간에 대한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났던 윤선도가 장소의 가치를 발견하고 연결하며 확장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지금의 디벨로퍼가 제안하는 개발의 과정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윤선도는 간척사업을 통해 토지를 확충하고 농경지를 확장했다. 그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어장과 염분을 사유화하고 바닷길을 관리하면서 특산물 유통으로 지역 경제를 움직였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적 지배력만을 키워나가지는 않았다. 간척지 일부를 생활고에 시달렸던 주민에게 돌려주면서 지금도 존경받는 경영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늘날 유능한 디벨로퍼처럼 치밀하고 탁월한 계획으로 이 모든 일을 이끌어간 윤선도의 사상과 감각을 입체적으로 다룰 이유가 이제 충분해졌다.

저자인 이태겸 박사는 현재 한국섬진흥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문화유산이 가득한 섬을 찾아다니며 연구와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디벨로퍼 윤선도 표지 펼침면
디벨로퍼 윤선도 표지 펼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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