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융호 이사
배융호 이사

최근 무장애 숲길, 무장애 산책로가 늘어나고 있다. 부산의 구포 무장애숲길을 시작으로 서대문의 안산 근교산 자락길 등이 차례차례 조성되면서 무장애 숲길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몇 곳의 무장애 숲길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여행 전문가들이 추천할 만큼 좋은 명소가 되고 있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관악산 무장애숲길을 추천한다. 숲길 입구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과 전동휠체어 급속 충전기가 있으며, 숲길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휠체어가 교행할 수 있는 유효폭이 넓은 곳이 많으며, 숲길 포인트마다 스토리텔링 안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미경 작가는 인천대공원 관모산 무장애 숲길을 추천한다. 역시 숲길 중간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고, 오래된 나무들과 잘 조성된 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대공원역 바로 옆에 위치하여 접근하기 좋은 것도 큰 장점이다.

 

관모산 무장애 숲길    ⓒ차미경
관모산 무장애 숲길 ⓒ차미경

 

이민호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부산의 구포 무장애 숲길을 추천한다. 부산 지하철2호선 구명역에서 가까워 접근이 쉽고, 입구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구포 무장애 숲길은 정상 부분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갈 수 없고, 곡선 구간의 유효폭이 좁아 위험하며, 숲길에 대한 안내표지판이 부족해 길 찾기가 쉽지 않은 점을 단점으로 지적하였다.

하석미 휠체어 여행 작가는 제주도의 사려니 숲길 무장애 산책로를 추천하였다. 무장애 숲길에 대한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고, 숲속 작은 무대에 휠체어 사용자 좌석 등도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주 사려니 숲의 무장애숲길    ⓒ배융호
제주 사려니 숲의 무장애숲길 ⓒ배융호

 

무장애 숲길은 산을 오르기 어려운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도 쉽게 숲 속을 산책하며 숲과 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장애는 ‘장애물이 없는 환경’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장애 숲길은 기본적으로 장애물이 없는 산책로로 조성이 되어야 한다. 장애물이 없는 환경은 장애인·노인·영유아 동반자·어린이 등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접근하고 이동하며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산책로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본적으로는 1.2m 이상의 유효폭, 1/18이하(5.56%)의 기울기, 평평하고 단차가 없는 바닥마감을 확보하고, 지상에서 2.1m까지 머리에 부딪치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대부분의 무장애 숲길은 위와 같은 기본적인 조건을 준수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기준 외에도 무장애 숲길이 진정한 무장애 산책로가 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무장애 숲길은 순환 산책로 또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책로로 설치되어야 한다. 산책로 전 구간을 무장애 숲길로 조성하지는 못한다면, 최소한 순환 산책로로 조성하여 한 바퀴 돌아 다시 내려올 수 있거나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공간과 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 올라가다가 길이 끊겨 다시 내려가야 한다면, 올라가는 수고만 하게 된다.

둘째, 무장애 숲길까지의 이동 방법이 보장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저상버스나 도시철도와 같은 대중교통으로 바로 접근이 가능한 숲길이 좋다. 아무리 숲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도 숲길까지 갈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무장애 숲길 시작과 끝 부분에는 반드시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 숲길 중간에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다면, 숲길 입구와 출구에 기준에 맞는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

넷째, 산책 외에도 힐링 포인트가 필요하다. 오래된 나무들, 잘 조성된 정원,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스토리텔링에 대한 소개 등 다양한 포인트는 무장애 숲길의 산책을 더울 즐겁게 한다.

다섯째, 무장애 숲길은 휠체어의 교행이 가능하도록 가장 좁은 곳을 기준으로 1.2m 이상의 유효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영축산 무장애 숲길의 경우 기존의 나무를 그대로 살려 나무를 만져보고 지나갈 수 있도록 데크를 설치했다. 그러나 나무가 차지하는 만큼 유효폭이 좁아져 휠체어 사용자가 지나가기에 비좁았다. 따라서 곡선 구간이나 이처럼 나무를 살려서 데크를 설치하는 경우 다른 구간보다 넓게 설치하여 반드시 1.2m 이상의 유효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나무를 그대로 살린 영축산 무장애 산책로    ⓒ배융호
나무를 그대로 살린 영축산 무장애 산책로 ⓒ배융호

 

여섯째, 분명하고 자세한 안내 표지판이 필요하다. 무장애 숲길이 길고 복잡할수록 명확한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여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안내표지판은 휠체어 사용자의 눈높이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한다.

일곱째, 무장애 숲길 중간에 부대시설이 있을 경우 반드시 휠체어 사용자 등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음수대, 테이블과 의자, 화장실 등이 있다면 이곳에 대한 이용과 접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장애 숲길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숲의 향기와 바람을 누리고 즐기도록 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데크로드를 설치하여 사람들의 발길로부터 숲을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숲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장애 숲길이 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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