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책방이 진행한 '훔멜로' 출간 기념 북토크쇼 참석자들목수책방<br>
목수책방이 진행한 '훔멜로' 출간 기념 북토크쇼 참석자들(왼쪽부터 바트 후스, 로라 에카세티아, 카시안 슈미트, 피트 아우돌프) ⓒ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목수책방이 지난 22일(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자연주의 정원의 거장 피트 아우돌프가 쓴 ‘후멜로’ 국내 출간을 기념해 북토크를 진행했다.

피트 아우돌프는 최근 울산태화강국가정원에 조성된 자연주의정원 ‘후스·아우돌프 울산 가든(Hoes·Oudolf Ulsan Garden)’과 관련해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이날 북토크에서 아우돌프는 “시와 극본, 음악처럼 정원은 삶을 표현하는 예술 장르의 하나”라며, “펜이나 붓 대신 식물로 정원에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북토크에는 피트와 정원 작업을 함께해 온 동료이자 울산 자연주의 정원 총괄 정원가인 바트 후스, 카시안 슈미트 독일 가이젠하임대 조경학과 교수, 로라 에카세티아 퓨처 플랜츠 북미 담당자가 참석해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후멜로’는 식재전문가이자 정원디자이너로 우뚝 선 아우돌프가 그동안 지나온 삶의 여정을 살피고 자연주의 정원의 식재 전반과 함께 자연정원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본 전기 형식의 책이다.

아우돌프에 따르면, 후멜로는 네덜란드 동부 헬데를란트의 시골 마을 이름이다. 1982년 그의 아내와 함께 시골 후멜로에서 처음으로 육묘장을 시작, 식물을 기를 수 있는 변두리 땅을 찾다가 정착한 곳이었다. 폐허 같은 동네였지만 이곳에서 식물을 키우는 동안 미국·덴마크·독일·영국의 정원가들이 방문하면서 후멜로 식물 컬렉션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마을과 같은 이름인 ‘후멜로’ 품종은 아름다운 자주색 스타키스 꽃의 일종으로, 후멜로의 독일어 발음이 꿀벌을 닮아 선뜻 이름 붙이게 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자연을 정원에 끌어들이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서식처 정원이 인기다. 기후 변화 위기에 대처하는 정원 디자인을 연구하는 카시안 슈미트 교수는 “독일은 기후 변화 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빗물을 모으고 공공녹지를 조성하는 등 녹색 인프라 정책을 세우고, 도시 녹지 계획인 ‘그레이 투 그린(Grey to Green)’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자생종 위주가 아니라 종 다양성을 풍부하게 할수록 기후 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다. 독일 정치인들도 식물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속의 검은 잎’을 쓴 고(考) 기형도 시인의 큰 누나인 기향도 기형도문학관 명예관장은 “피트의 정원은 한 편의 시와 같다. 식물과 함께 빛의 변화, 움직임, 조화, 신비감이 주요 배역을 맡는다는 점에서 시의 메타포를 연상시킨다”며 정원과 시의 공통점에 대해 물었다.

이에 아우돌프는 “정원은 시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 올리는 극본이나 음악 등 모든 예술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삶에 관련된 모든 것이 정원 무대에 올라간다. 정원이든, 삶이든 이해하기는 어렵더라도 느끼는 많은 요소가 있다”며 “예술가는 그런 요소를 펜으로, 붓으로 표현하고, 내 경우에는 식물로 표현하려고 한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섬세한 감성을 정원에 표현해내는 것인데,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라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원은 우리가 함께 그러한 감성을 나누는 공간이다”고 답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후스·아우돌프 울산 가든’의 총괄 조경가인 바트 후스는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정원 일도 같이 하게 됐다. 이번에도 한국에 동료들과 왔지만, 이런 여행이 피트의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사람과 식물이나 정원, 경관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값진 기회다. 피트는 태화강에 조성한 정원에 내 이름(바트 후스)을 앞세워 ‘후스·아우돌프’로 지을 만큼 동료애가 따뜻하다”고 아우돌프와의 특별한 동료애를 남겼다.

피트 아우돌프의 공식 한국 에이전트인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시민들과 함께 조성한 후스·아우돌프 울산 가든처럼 피트의 공공 정원 철학이 구현된 정원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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