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정원 식재에 참여한 정원 자원봉사자들 ⓒ울산조경협회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태화강국가정원 내 네덜란드 출신의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한 자연주의 정원 식재를 위해 전국에서 자원한 정원봉사자들이 모였다.

자연주의정원은 국가정원 내 기존 국화원 1만 8000㎡ 부지에 122종 4만9000여 본이 식재돼 10월 말 조성을 마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조성되는 아우돌프의 공공정원이다.

울산시가 전국적으로 시민 및 단체를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공모한 결과 400여 명의 정원봉사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꽃집을 운영하는 부부, 중부대 식물봉사동아리, 가족 참가자 등 다양한 분야, 연령층이 참여했다.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결과라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울산에서는 시에서 양성한 시민정원사 그룹과 중구에서 양성한 큰애기정원사, 태화동 마을정원사들이 참여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을 이끄는 국내 정원전문가들 14명 및 관련분야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자연주의정원 총괄책임을 담당한 조경가 바스 후스(Bart Hoes)를 비롯해 아우돌프의 정원 시공 및 운영에 참여한 6명의 해외정원사들이 식재 검수, 식물배치 검수, 식재 감리를 맡아 정원의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6일(목) 정원 조성 중 도면을 확인하면서 마운딩과 식재 수정에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자연주의정원 식재현장에서 만난 이안숙 가든랩스 대표는 “순수 자원봉사자로 서울, 진주처럼 원거리서 2박3일씩 오시는분들, 예비부부,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참가자들, 몸이 불편한 참가자를 비롯해 울산 시민정원사로서 6일 내내 오시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하루에 현장접수하시는 분들 포함해 한나절 인원만 해도 30~50명에 이른다. 며칠 전 유난히 더웠는데도 많이 와주셨다”며 “아우돌프의 정원 특징이라면 다품종 소량식재다보니 식물들이 헷갈린다. 트롤리라고 바퀴달린 기구에 식물을 켜켜이 쌓아 한 품종씩 담아 심기 편하고 물 주기도 쉬워 대량으로 포트를 관리하는 데 적합했다“고 식재 현장 경험을 전했다.

이어 “이 정원의 의미는 시민참여에 있다. 유지관리 시 정원에 문제가 생기면 이 분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줄 것이다”고 말했다.

태화강국가정원 내 아우돌프가 설계한 자연주의 정원 식재 모습
태화강국가정원 내 아우돌프가 설계한 자연주의 정원 식재 현장

정홍가 울산조경협회 부회장은 “태화강은 국가하천이다. 자연생태를 강조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기존 국화원보다 사계절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자연주의정원이 들어오기에 최적의 장소다. 3년 전 꿈 꿨던 자연주의정원이 이제야 이뤄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태화강이 90년대에 폐수로 죽음의 강이라 불렸었다. 그러다보니 시민단체가 어느 도시보다 많다. 시민의 힘으로 죽음의 강을 생명의 강으로 살렸다면 이제 정원으로 시민의식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아우돌프가 디자인한 공공정원인 하이라인공원이나 루리가든의 경우 유지관리를 위한 자발적인 시민조직과 정원전문가의 손길이 늘 닿는다.

그러나 국내 조성된 공공정원들이 조성에 그치거나 재원부족으로 유지관리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우돌프는 울산시로부터 자연주의정원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유지 관리를 전제로 정원조성을 수락했다. 지난해 9월 내한해 자연주의정원 마스터플랜을 마치고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이번 자연주의정원 식재에서 시민참여는 향후 정원의 유지관리를 위한 시작인 셈이다.

장태훈 울산시 태화강국가정원과 과장은 “시민들이 참여하면 주인의식이 생기고 자부심도 더해질 것이다”며 “태화강국가정원과에 실무경험자들이 많지만 설계자의 의도가 잘 반영되도록 지금 유지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에 정원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2024년 개소 목표로 정원지원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정원지원센터가 생기면 정원전문가를 본격적으로 양성하고 자연주의정원을 토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을 활용해 상품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 국가정원과에 따르면, 내년부터 유지관리 예산을 편성해 자체적으로 시민정원사를 채용해 1~2년 간 마스터가드너 양성을 목표로 교육을 실시해 유지 관리에 힘 쓸 예정이다.

다만, 정원식재에 참여한 일부 정원봉사자들은 “자연주의정원에서 토양, 배수 등 식재 환경과 정원식물과의 세심한 관심과 매려는 지속돼야 할 것이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표하기도 했다.

시는 오는 21일(금) 피트 아우돌프를 비롯해 정영선 서안(주) 대표,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대표, 카시안 슈미트 가이젠 하임대 조경학과 교수 등 국내외 정원전문가들을 초청해 자연주의정원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한편, 이번 자연주의정원은 총 19억 원이 투입돼 사회공헌 기업 참여로 비엔케이(BNK) 경남은행이 11억 원을 부담해 정원 설계, 식물식재를 담당하고 시가 8억 원을 들여 산책로, 배수시설, 전기 등 기반조성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시는 피트 아우돌프의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유치함으로서 국내·외 정원 애호가와 관광객 방문을 유도하고, 국가정원으로서의 품격 향상 및 대외 인지도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 내 아우돌프가 설계한 자연주의 정원 식재 현장
태화강국가정원 내 아우돌프가 설계한 자연주의 정원 식재 현장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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