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재난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겸손한 계획, 엄격한 기준, 따뜻한 포용
[조경시대] 재난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겸손한 계획, 엄격한 기준, 따뜻한 포용
  • 김광남 도시및지역계획학박사/한국농어촌공사 공공건축심의위원
  • 승인 2022.09.21
  • 호수 6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남 박사
김광남 박사

올 8월 수도권에 집중된 시간당 100mm 이상의 국지성 집중호우로 예상치 못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어쩔 수 없는 기상이변과 피해지역의 방재성능 목표를 벗어난 특수 상황 때문이라고 넘기기엔 뭔가 찜찜하고 무책임하다. 도시가 겪는 자연 재난 중에서 특히 침수피해는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재난이다. 결국, 이토록 처참한 침수피해를 본 것은 기본적으로 도시계획에서 안전과 방재가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였고 도시정부의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1980년~2010년 사이에 세계에서 발생한 약 770여 건의 자연재해 중 88%가 태풍, 홍수와 같은 기후 관련 재해였으며, 근래에 들어 이와 같은 자연재해의 발생빈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호우나 가뭄, 국지적 홍수 등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피해도 상승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의 발생빈도와 피해 강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러한 보고서와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겪은 피해 경험으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예외 없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펴내는 ‘재해 연보’에 따르면 자연재해의 발생 횟수와 피해액은 연도별로 오르내림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1960년대 1조2000억 원, 1970년대 2조9000억 원, 1980년대 5조6000억 원, 1990년대 8조1900억 원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 들어 20조 원을 넘어서면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특히 잦은 호우와 강력한 태풍이 발생했던 2006년과 2012년 피해액은 각각 2조3000억 원과 1조500억 원이나 되었다.

지난 8월 수도권 피해지역과 9월 태풍 힌남노 피해지역은 2011년 이전 설치된 하수관거 및 배수 저류시설이 대부분 용량 증설이 없었고 피해 대부분이 이런 지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은 재난 위험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무디고 방재 대책과 대응이 부실한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토연구원은 하천 정비, 배수시설 확충 등 구조적 대책과 함께 도시계획적 대책을 조화롭게 추진하여 근원적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침수피해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은 방재성능목표 상향설정, 대규모 빗물 저류 배수시설 설치 등 도시 내 방재시설 확충과 도시하천 복개 철거를 통해 통수 기능을 회복하고 AI기반 홍수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종합적 대응이 필요함을 제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으로 상습침수구역을 지정하고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건축선을 후퇴하는 등 실행력 있는 사전적 방재계획을 강화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주로 휴식공간 제공과 녹지 경관의 차원에서만 주목했던 도시공원이 가진 복합 기능 중에서 방재 기능의 가치 우선순위를 강화하고 이를 각종 건설, 조경, 경관 계획에 반영함으로써 재난 발생 시 피해를 낮추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 즉, 모든 도시공원이 가진 기존의 기준에서 도시방재를 염두에 두고 설계기준과 가이드라인을 강조하고 그 적용력을 철저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 같은 도시는 서울, 부산 등 피해 사례에서 보듯이 의외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예상 못하는 이변이라고 해도 재해로부터 시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도시정부가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명이다. 이러한 사명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재해에 강한 도시 만들기 즉, 안전한 도시 만들기로 귀착된다. 안전한 도시는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어 및 대처능력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 재해에 강한 도시 즉, 방재(防災)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과 방재계획을 통합시켜 계획단계부터 일원화시킨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녹지, 경관, 공공디자인, 공원, 조경, 건축, 재생 등 광범위한 도시의 계획 영역에 구체적으로 방재개념이 도입되어야 하며 방재계획은 이러한 계획들의 하위분야로서가 아니라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며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라는 입장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한편, 사회적 약자들은 주거, 교통, 생활 등 여러 측면에서 특히 재난에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경제·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재난에 취약한 계층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양극화, 국제화 추세가 심화함에 따라 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외국인,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불리는 이들이 재난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재난 발생할 때 일반인과 달리 재난정보 접근성과 자력 대처 능력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사전적, 과정적, 사후적 재난 대응과 후속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

록펠러재단이 지원해 AP-NORC이 2012년 10월 슈퍼폭풍 샌디(Sandy)의 피해를 입은 뉴욕, 뉴저지 주민 2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적 결속과 신뢰가 결여된 지역이 재난으로부터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따라서 이들이 충격과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회복하는 데 중요한 구성 요소가 가족, 이웃, 지역 사회라는 점을 밝혀냈다. 사회적 취약계층 즉, 재난 취약계층에게 더 따뜻한 사회적 배려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약자에게 더 가혹한 재난으로부터 차별 없는 사회의 통합과 건강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빈틈없는 사회적 안전망과 촘촘한 사전사후적 대응매뉴얼,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

 

참고문헌:

기상청 기후정보 포털 http://www.climate.go.kr/home/

기후위기시대 도시침수예방대책(2022), 국토이슈리포트 제67호, 국토연구원

자연재난 발생현황,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

자연재난상황 통계, 국민재난안전포털 https://www.safekorea.go.kr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9) 중앙안전관리위원회

https://www.rockefellerfoundation.org/blog/resilience-begins-at-home/

[한국조경신문]

 

김광남 도시및지역계획학박사/한국농어촌공사 공공건축심의위원
김광남 도시및지역계획학박사/한국농어촌공사 공공건축심의위원 korea580best@naver.com 김광남 도시및지역계획학박사/한국농어촌공사 공공건축심의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