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계조경가대회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31일 개막했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기후변화, 팬데믹, 도시화 문제 등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40여 개국 1500여 명의 조경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최하는 조경 분야 최고의 국제행사인 '2022 세계조경가대회'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31일(수) 개막했다.

올해 세계조경가대회는 1992년 경주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국제행사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재난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를 주제로 조경의 공공 리더십에 주목, 미래 조경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대회에 앞서 정근식 서울대 교수는 ‘이행기 냉전 경관’을 주제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의 냉전 유산인 ‘디엠지’를 비롯해 전쟁이 남긴 ‘냉전 경관’을 소개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된 한국만의 독특한 경관을 통해 향후 문화유산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본격적으로 대회 막을 올린 개막식에서 조경진 IFLA 한국총회 조직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팬데믹으로 고통 받는 현실에서 조경가가 환경과 공중 보건 등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160년 전 출범한 전문 직능임을 강조하며, “한국 조경 50주년이 된 이번 해에 열린 대회 개최에 의미가 깊다”고 환영사를 남겼다.

제임스 헤이터 세계조경가협회 회장
제임스 헤이터 세계조경가협회 회장

제임스 헤이터 IFLA 회장은 “조경가로서 실천방식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매우 다르다. 조경가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조경가는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관을 디자인함으로써 사회 빈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사회적 평등과 건강을 위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설계와 관리는 조경가의 큰 사명이다. 전 지구적 위기에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고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고 환영사를 통해 밝혔다.

이어 “조경가는 기후 행동의 일환으로 도시에 자연을 재도입하고 윤리적 사회를 원하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직업이다. 이번 총회서 나온 담론과 토론이 참석자들에게 소중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경진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장
조경진 58차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장
지오프리 젤리코 어워드(IFLA Sir Geoffrey Jellicoe Award 2022)를 수상한 네덜란드 출신의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
지오프리 젤리코 어워드(IFLA Sir Geoffrey Jellicoe Award 2022)를 수상한 네덜란드 출신의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

이후 미래 조경가로 참석한 조담빈 서울대 학생은 조경의 사회적, 환경적 가치에 대해 인사말을 통해 전했다.

이어 IFLA가 최고의 조경가에게 시상하는 지오프리 젤리코 어워드(IFLA Sir Geoffrey Jellicoe Award 2022)에는 용산공원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네덜란드 출신의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 조경설계사무소 웨스트8 대표에게 돌아갔다.

개막식 이후에는 앙리 바바(Henri Bava)와 크레이그 포콕(Craig Pocock)의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앙리 바바 아장스 테르(Agence Ter) 설립자는 전 세계 도시에서 진행한 아장스 테르의 설계 프로젝트를 소개, 도시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조경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 지난 18년 간 탄소를 줄이는 디자인을 연구한 크레이크 포콕(베카 그룹Beca Group)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조경 디자인을 모색, “잘못된 조경디자인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지속가능한 조경 방법론을 설명했다. 특히, 포장, 잔디식재 등 조경작업 시 배출되는 탄소량을 수치로 계산하면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공감을 얻었다.

세계조경가대회 첫날 강연자로 나선 앙리 바바와 크레이크 포콕
세계조경가대회 첫날 강연자로 나선 앙리 바바와 크레이그 포콕

끝으로, 독일, 브라질,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스, 인도네시아, 케냐, 한국 8개국 26명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IFLA 2022 학생 샤레트’ 시상식이 진행됐다.

학생 샤레트는 대회 시작 사흘 전 2박 3일 동안 광주에 머물며 김창국, 나성진, 백종현, 이진욱, 전진현, 최영준 6인의 한국 조경가와 함께 광주 시내 곳곳에 설치된 광주폴리를 조경을 통해 각색하면서 광주와 조경을 재해석했다.

1등에는 나성진·전진현 조경가 가 이끈 나탈리아 코기아(Natalia Kogia, 그리스), 타이스리하락·품라 피(Thaisriharach, Poomrapee, 태국), 최용준(한국) 학생으로 이뤄진 ‘오픈 월(Open Wall)’ 스튜디오가 수상했다.

‘Open Wall’ 팀은 이번 대회 주제인 ‘RE:VISIT’와 연계해 광주라는 도시의 문화, 장소, 환경적 맥락을 통해 광주 폴리를 새롭게 상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세계조경가대회 기간에는 한국조경을 개척한 1세대 조경가인 정영선을 다룬 다큐멘터리 ‘할머니 조경가의 땅에 쓰는 시’(감독 정다운, 프로듀서 김종신)가 압축판으로 최초 공개됐다.

다큐멘터리는 난개발이 한창인 도시개발에서 소규모 개인정원부터 한강의 샛강과 선유도공원,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까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조경가의 행위와 철학을 담았다.

IFLA 2022 학생 샤레트 수상자들
IFLA 2022 학생 샤레트 수상자들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서는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 정원디자이너가 대회를 기념해 조성한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된다.

작품 ‘태양의 뜨개 : 골바람이 낳은 딸’은 재활용 탄화목과 전라도 흙을 사용해 일엽초, 연잎꿩의다리, 길마가지를 식재, “식물이 원시로 돌아가는 관성처럼 식물의 지역성을 존중하고 원래 있던 것을 되돌려주는 것이 지구와의 공생이자, 연결, 균형의 회복이며 우리가 돌아가야할 자아”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황지해 정원디자이너가 세계조경가대회를 기념해 전시한 설치작품

또한, 대회 개최지인 광주 지역의 주요 조경공간 및 역사공간을 답사하는 투어 ‘워크앤토크’ 및 광주·담양지역 기술관광투어가 마련돼 해설과 함께 코스별로 관광할 수 있다,

한편, 세계조경가대회와 연계해 행사 기간 김대중컨벤션센타에서는 국내 우수 조경분야의 60여 기업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IFLA 조경정원박람회’도 함께 열린다.

박람회 첫날에는 젊은 조경가들 모임인 ‘조경이상’ 주관으로 구직자와 조경업에 종사하는 조경가들이 만나 묻고 답하는 ‘잡 마켓+토크콘서트‘와 조경 일자리에 대해 대화하는 ’미래 조경가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됐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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