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도시 치수 예산으로 앞으로 10년 간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빗물처리용량을 높이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지난 10일 발표한 가운데 환경단체가 “성찰 없는 졸속 토건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심도빗물저류시설이 있는 양천구의 경우 침수피해가 없었고,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없는 강남지역은 시간당 빗물처리능력이 85mm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시간당 빗물처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등을 추진해 총 3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3일 만에 3조 원의 토목 건설계획이 수립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강남의 시간당 처리능력이 85mm에 불과하다지만, 8일 저녁 침수가 시작된 것은 시간당 30mm도 내리지 않은 8시경부터였다”며 “그날, 신월빗물터널이 있는 양천 지역의 비의 양은 시간당 60mm를 넘지 않았고, 일강수량은 186mm를 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온 양천과 350mm 이상의 비가 내린 강남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의 대책은 그저 토건족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졸속대책에 불과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서울시와 서초구, 강남구 관련 공무원들은 강남역 주변의 배수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잘 알 것이다”고 언급했다.

서울환경연합은 강남의 배수체계 전반에 대한 조사단을 민관공동으로 구성하고, 합리적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설 것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울진의 대형산불·서울의 홍수 다르지 않다

대형재난 멈추려면 숲가꾸기 중단해야

아무리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빗물 분산량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엄청난 폭우로 저지대로 빗물이 몰리지 않도록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수해대책이 ‘토건’이 아닌 “산림에 집중 조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지금의 숲가꾸기 사업이 피크유출량을 증가시켜 홍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숲 가꾸기를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홍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실제 측정한 연구에서 2005년 비가 가장 많이 온 8월 기준 숲가꾸기 사업을 한 지역은 비사업지 대비 피크유출량이 무려 15배나 증가했다.

홍 교수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사업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최근 10년 간 국토 산림면적의 약 25%에 간벌사업이 진행됐다. 서울과 경기 산림에서 전국 평균치인 25% 면적에서 간벌사업이 진행됐다고 한다면, 물이 모이는 어느 특정 지역의 피크유출량은 무려 440%나 증가한다는 산술적 결과를 얻는다”며 숲가꾸기 사업만 하지 않아도 피크유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벌어진 울진의 대형산불과 서울의 홍수는 절대 따로 떨어진 개별사건이 아니다. 만약 벌목예산을 줄였다면, 이런 홍수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며 기후위기 시대 근본적인 홍수예방정책을 촉구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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