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크고 오래된 수령의 ‘노거수’의 가치가 재조명받는 가운데 창원에 분포한 노거수 생태와 문화를 담은 책이 나왔다.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의 대표 활동가이자 27년째 조경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가 창원의 노거수 현주소이자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의 10년 발자취를 고스란히 기록한 ‘창원에 계신 나무어르신’을 펴냈다.

지은이는 왜 노거수를 찾느냐는 물음에 “30년 전 노거수가 좋아서 특히 주변풍경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에 이끌려 찾아다녔는데 지금은 아름다움은 고사하고 죽거나 죽기 직전 노거수가 많다. 주변과의 부조화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난 50년 이래 마을은 새 마을이 되었을지언정 노거수는 헌 나무가 됐다”며 이제 노거수의 생태·문화가치를 조사하고 연구할 때라고 밝혔다.

책은 이처럼 개발로 인해 훼손 위기의 노거수 보호를 위한 조사 연구에서 나아가 노거수 생태와 문화를 회복하고자 사료와 문헌 등 역사적 고증부터 마을사람들의 육성으로 듣는 생생한 노거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으며 활자 너머 생생하게 움직이는 나무의 영상을 전한다.

지은이는 노거수를 그저 “크고 오래된 나무”가 아닌 수백 년을 살아온 인격체로 바라보며 ‘나무어르신’이라 부르고 일일이 만나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노거수는 “생태·인문학적 가치를 가진 자연자원이지만 보통 시민들에게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즐기는 경관자원이다.” 2005년 창원시보호수로 지정된 푸조나무의 경우, 바로 앞에 교회를 짓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핵심경관을 잃게 됐다. 이 푸조나무를 두고 지은이는 “한반도 남부해안 가까이 서식하는 종특이성을 가져 가슴높이 둘레 6미터가 넘는 개체는 희소해 천연기념물로 손색이 없”지만 현행 시군보호수는 생육환경이나 경관을 보호할 법적 수단이 미미하다고 안타까움을 비쳤다.

진동리 진해현 푸조나무 노거수 ⓒ박정기
진동리 진해현 푸조나무 노거수 ⓒ박정기

지은이는 “노거수는 사람이 죽인다.”, “노거수는 방치가 답이다.”고 말한다. “수형 붕괴 또는 수세 쇠락 진행은 인위적 원인이 80%”일 정도로 지정보호수의 입지 환경과 생육상태가 불량한데 오히려 비지정 노거수가 생육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이다. 사람 위주 난개발 속에서 노거수의 수난 시대다.

지은이는 창원 곳곳의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서어나무 등 25수종의 노거수와 마산합포구 삼진지역 푸조나무 노거수 마을숲, 진해구 해안 팽나무 노거수, 읍성지·도심 노거수 등 지역별로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공간별로 독립수, 두 노거수, 여러 혹은 무리지어 있는 노거수를 소개했다.

아울러 지금은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옛 마산의 명소 월영대의 감나무 등 사라진 노거수들에 대한 기록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나긴 역사를 품은 ‘나무어르신들’의 생태적 가치는 물론 인문·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학술적인 접근 대신 간결한 문체로써 노거수에 얽힌 굴곡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나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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