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융호 이사
배융호 이사

통합(Inclusion)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대 간의 통합, 계층 간의 통합, 지역 간의 통합,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 등 통합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다양하다. 그러나 통합놀이터(Inclusive Playground)에서의 통합은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을 우선으로 한다.

통합놀이터는 기존의 놀이터가 장애 어린이를 배제한 놀이터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반대로 장애인 놀이터 역시 장애인전용놀이터라는 이미지와 단순한 놀이시설 때문에 비장애 어린이의 흥미를 끌지 못해 결국 장애와 비장애를 분리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적절한 놀이터라고 할 수 없다. 즉, 장애 어린이를 배제한 기존의 놀이터도, 장애 어린이 전용 장애인 놀이터도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놀이터가 아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통합놀이터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제거하고 장애인도 모든 사회 활동에 평등하게 참여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의 구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통합놀이터의 관점에서의 사회적 통합은 장애 어린이도 비장애 어린이와 동등하게 놀이 활동에 참여하고 비장애 어린이와 더불어 함께 놀이 활동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EU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의 장애인의 동등한 참여와 활동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컴-인 가이드라인(Come-In Guideline, 2019)」에서 통합을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고 모든 사람은 사회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기회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고, 참여할 기회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장애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고, 장애 어린이의 행동과 활동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며, 장애 어린이도 비장애 어린이와 동등하게 놀이터에서의 놀이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통합놀이터의 통합은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통합놀이터는 어떤 방향으로 조성되어야 할까? 서울의 어린이대공원에 “꿈틀꿈틀 무장애 통합놀이터”가 2016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 여러 지역에서 통합놀이터가 설치되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통합에 대한 관점의 부재 또는 통합놀이터에 대한 오해도 간혹 눈에 띈다.

가장 큰 오해는 통합놀이터는 모든 장애 유형과 모든 장애 정도의 어린이가 모두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 어떤 통합놀이터도 이러한 조건을 만족할 수 없다. 시각장애 어린이와 청각장애 어린이는 함께 활동하고 함께 놀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 같은 지체장애 어린이라고 하더라도 수동휠체어 사용 어린이와 전동휠체어 사용 어린이의 활동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통합놀이터는 모든 장애 어린이를 포함하는 놀이터가 아니라, 통합의 철학을 가지고 설계․설치․운영하되, 최대한 다양한 장애 어린이를 고려하고, 비장애 어린이를 함께 고려하는 놀이터여야 한다.

통합놀이터는 모든 장애 어린이를 위한 만능 놀이터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전동휠체어용 그네와 휠체어 접근 가능한 회전 무대가 통합놀이터의 상징처럼 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놀이터에 반드시 전동휠체어용 그네와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이 가능한 회전 무대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U에서 통합을 정의하면서 모든 시설을 이용할 기회가 아니라 모든 활동에 완전하게 참여할 기회라고 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통합놀이터는 장애 어린이가 모든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아니라 장애 어린이도 놀이 활동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놀이터여야 한다.

통합놀이터는 기본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기반한 보편적인 이동과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내부의 놀이시설은 통합놀이터의 규모, 신축 또는 기존 놀이터의 개선 등의 여건을 고려하여 설치해야 한다. 전동휠체어 그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유형의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탈 수 있는 바구니형 그네, 장애 유형 및 활동 능력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높이와 기울기가 다양한 미끄럼틀과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독일의 놀이터에서 바구니형 그네를 타는 어린이와 부모(좌측), 독일의 놀이터에 설치된 높이와 기울기가 다른 미끄럼틀 ⓒ배융호
독일의 놀이터에서 바구니형 그네를 타는 어린이와 부모(좌측), 독일의 놀이터에 설치된 높이와 기울기가 다른 미끄럼틀 ⓒ배융호

 

기본적으로 모든 놀이터는 통합놀이터를 지향해야 한다. 그것은 모든 장애 어린이를 포함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어린이도 배제하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장애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설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의 어린이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통합놀이터를 조성할 때 중요한 것은 특별한 놀이시설의 설치가 아니라 통합에 대한 올바른 관점의 수립과 그 통합을 실현할 방법의 추구이다. 그것이 바로 통합놀이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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