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2008년부터 토종씨앗을 수집 및 보급해온 변현단 전 (사)토종씨드림 대표가 토종씨앗과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씨앗 로드’를 담은 책을 펴냈다.

누군가는 토종을 “일제 강점기 당시 먹었던 음식 재료에서”, “식물의 생리에 따라 최소 년 이상 고정돼 토착화된 것”으로 규정하고, 또 누군가는 “농민이 전통 방식으로 선발 육종해 농가와 지역에 맞는 씨앗을 지속해서 자가 채종해온 것”으로 본다. 여전히 토종에 대한 정의는 논쟁적이다.

지은이는 “토종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보다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토종에 공감하고 식물학적 의미 이상으로 사회, 문화, 생태 환경,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자는 취지”로 글을 썼다고 고백하며, 토종이 어떻게 토종이 돼 가는지, 우리 삶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 왜 토종주의에 빠져서는 안 되는지, 토종이 아니라고 배타하면 안 되는지를 그동안 지은이가 만나온 농부들과 그들이 대물림해온 다양한 씨앗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밝히고 있다.

책은 ‘토종’의 의미를 “협소하게 제한하거나 규격화된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 토종씨앗이 증식되는 과정 속에서 농부들의 지혜, 토종이 품은 뛰어난 맛과 자연의 원리 등 토종씨앗이 가진 문화유산을 토종씨앗을 수집하는 여정을 통해 생생한 경험담으로 읽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토종씨앗은 모양, 색, 특성, 파종·수확시기,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책에 따르면 “토종씨앗의 이름에는 삶과 그들의 가치 기준이 묻어나 있다. 소리글자인 한글의 특성을 띤 수많은 지역 언어가 살아있어 언어학·미학적·사회문화적·역사적 특징이 있다.” 더욱이 “농민이 직접 붙인 이름에는 각각의 씨앗의 구별하는 형질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지역민들의 기질과 역사·사회문화적 특징을 반영한 씨앗을 분석하면 그들의 삶과 문화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종자 특성을 품은 토종씨앗은 기후위기 시대 “오래된 미래”가 된다. 지은이는 “앞으로도 특정 요소만을 강조한 품종은 변화하는 환경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품종이 살아있는 토종 씨앗은 기후 변화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씨앗이 단순히 생물학적 대상이 아닌 우주의 원리를 담은 것으로 보고 토종씨앗운동이 씨앗을 심고 가꾸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과점의 변화까지 이르게 된다”며 “생태적 유기순환적 관점 속에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삶의 철학”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은이 변현단은 전남 곡성에서 토종씨앗으로 자연농을 하는 농부로, 현재 토종씨앗 조사와 수집, 특성 연구, 정책,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전국 토종씨앗 모임 ‘토종씨드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연에 천착한 자립적 농사와 삶을 통해 얻은 지혜를 ‘글-씨’와 ‘말-씨’로 옮겨, 세상의 씨앗들이 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연두, 도시를 경작하다 사람을 경작하다’(2009),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2010), ‘소박한 미래’(2011), ‘자립인간’(2013), 시문집 ‘색부의 노래’(2015), ‘토종농사는 이렇게’(2018), ‘화성에서 만난 씨앗과 지혜로운 농부들’(2019), ‘씨앗철학’(2020)이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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