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개최된 LH 인천가정2지구 통합놀이터 오픈포럼 참석자들
지난 17일 개최된 LH 인천가정2지구 통합놀이터 오픈포럼 참석자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아이에게 놀이터는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없는 공간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는 왜 저 놀이기구를 못타?”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통합하는 놀이터가 생긴다면 내 아이의 질문은 없어지지 않을까”- 장애아동 학부모

2022 LH 인천가정2지구 통합놀이터 오픈포럼이 지난 17일(금) 인천 가원초 시청각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가정2지구 통합놀이터인 ‘둥근둥지놀이터’ 조성에 앞서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의 놀이가치, 건강한 놀이문화를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마련됐다.

LH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가정2지구 통합놀이터는 모든 어린이의 놀 권리 보장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 포용공간으로서 공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 가운데 설계과정부터 지역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주민참여형 설계”라는 데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국가나 지자체가 지정 및 인증, 설치하는 공원 중 「도시공원 및 녹지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원시설에 대해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번 통합놀이터는 약 3만 4000제곱미터에 이르는 BF 공원 내에 조성, 장애아동 등 모든 이용자의 보행네트워크가 고려돼 인근 학교 학생이나 유치원생, 지역 주민의 활용 가능성도 높다.

박주환 LH 차장은 “아이들의 놀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모든 계층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보고자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며 “인천가정2지구사업이 통합놀이터 출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문가들과 지역주민이 의견을 내면 세세하게 반영하겠다”고 전망했다.

통합놀이터 ‘둥근둥지놀이터’, 공터, 커뮤니티센터 등 이용자 참여 설계로

통합놀이터는 LH 인천 가정2지구 근린공원 내 3200제곱미터 규모로 계획, 어린이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놀 수 있도록 ‘빈 땅’과, 운영과 관리에 초점을 둔 ‘커뮤니티 시설’이 설계의 핵심이다.

이번 통합놀이터 설계를 담당한 김성진 에스엘디자인 대표는 “통합놀이터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차별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터다. 아직 통합놀이터 개념이 생소하다”면서도 “보통 설계 후 조정하는 프로세스의 놀이터가 아니라 포럼과 주민참여로 소통하며 설계하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통합놀이터 ‘둥근둥지놀이터’는 ▲시·청각, 촉각 등 감각을 활용한 놀이공간 ▲네트 결합 모험놀이가 가능한 활동 공간 ▲빈 땅으로 창의적인 놀이 가능성을 열고 놀이전문가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공간 ▲커뮤니티센터 등 총 4개의 특화 구간으로 나뉜다.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놀이터는? 도시화로 가로막힌 놀이활동

“아이들, 놀이터 소비자 아닌 생산자로~”

급격한 도시화로 어린이들이 자연과 멀어지면서 놀이 활동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환경교육과 놀이터 전문가인 오창길 인천자연의벗 공동대표는 이번 통합놀이터 설계 중 “빈 땅” 요소를 두고 “어떤 놀이시설보다 빈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오 공동 대표는 지난 8년 간 서울권역 놀이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줘야 한다. 아이들이 놀이터나 프로그램의 소비자가 되면 안 된다. 생산자로서 아이들을 키워야한다”면서 “기존의 놀이터는 대부분 “정해진 놀이”를 위한 공간이다. 통합놀이터든 놀이시설이든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플레이파크운동 등 일본의 놀이문화와 놀이시설 사례를 소개하며 “마을이나 지역에 놀이터에 놀이터 활동가나 민간단체, 주민조직이 꼭 있어야 한다”면서도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판단해야 한다. 아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관건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에스엘디자인 대표 ,오창길 인천자연의벗 공동대표, 기아미 조경작업소 울 실장,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 사무국장
(왼쪽부터)김성진 에스엘디자인 대표, 기아미 조경작업소 울 실장, 오창길 인천자연의벗 공동대표, 최재훈 시흥시 놀이문화운영위원 

“통합놀이터, 조금만 달리 보면 특별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놀이 가치 우선 둬야”

통합놀이터 디자인 전문가인 기아미 조경작업소 울 실장은 “통합놀이터가 장애아동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통합’의 의미를 ‘장애와 비장애’, ‘장애와 비장애형제, 자매’, ‘장애유형’, ‘장애인 부모와 비장애 자녀’의 통합으로 설명했다. 또한 통합놀이터는 누구에게나 공평할 것,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것, 사용하기 편리할 것, 능력에 따라 도전할 수 있을 것, 치명적인 위해요소가 없을 것을 가치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통합놀이터는 장애영역과 장애유형, 장애 정도 등에 따라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 확보나 경사로 설치 등 기존 시설물 보완을 통해 장애아동의 놀이지원이 이뤄지며 차별화된 난이도의 시설물과 함께 모두가 탈 수 있는 바구니그네 등 통합놀이를 유도하는 장소다.

기 실장은 국내외 통합놀이터 사례를 통해 “인천가정2지구 통합놀이터가 기본적으로 놀이가치가 우선했으면 좋겠다. 기술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특별하거나 어려운 놀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재훈 시흥시 놀이문화운영위원은 주민참여공간으로서 민관협력 놀이터 운영사례를 소개했다.

‘숨 쉬는 놀이터’는 시흥시보건소장의 제안으로 시작, 지속적인 운영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로 2018년 놀이문화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다양한 사업을 통해 생애주기별 놀이문화를 만들고 보건소를 거점으로 시흥시민들이 동네나 마을에서 놀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 운영위원은 가정과 지역 잇는 공동체성 회복 등 놀이터의 가치 공유를 꼽으며, “코로나 시국에 전국 대부분의 놀이터가 운영되지 못했다. 단순히 시설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 아닌 놀이터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곳 신도시가 하드웨어적으로 멋진 놀이터, 최신식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시설물이 잘 관리되고 시민들과 융화가 이뤄지려면 결국 놀이터가 중요할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통합놀이터, 장애아동만을 위한 곳만은 아냐”

통합에 대한 이해, 놀이터 활용한 교육에서 출발

이날 토론에서는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아울러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하는 통합놀이터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위한 활용방안도 공유됐다.

이날 포럼 토론자로 참석한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놀이터 공간 조성 과정에서 “결국 아이들이 놀 공원과 놀이터라 주민참여가 중요하다”며, “그동안 통합놀이터 조성 프로젝트 진행 시 통합에 대한 합의 과정이 어려웠다.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F 공원에 대해서도 “공원자체는 BF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공원 안 통합놀이터는 아직 시설물에 대한 인증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외국의 놀이터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 적용하려 해도) 시설물이나 숲속 놀이터는 인증 대상은 아니다”고 지적하며, “장애 아동, 영유아, 공원을 이용하는 고령자 등 다양한 계층의 접근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어떻게 놀고 소통할 것인가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냐에 달렸다”며 “제일 좋은 공간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일 수 없으니 절충점을 찾아가야 하지 않나”고 부연했다.

LH인천가정2지구 통합놀이터 포럼에 참석한 지역주민들이 이날 발표된 통합놀이터 설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LH인천가정2지구 통합놀이터 포럼에 참석한 지역주민들이 이날 발표된 통합놀이터 설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포럼에 참석한 한 가원초 학부모는 “통합놀이터가 장애, 비장애인 놀이터 만든다는 것”에 환영한다면서도 장애아동을 자녀로 둔 학부모로서 통합놀이터에 대한 의견을 제안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는 왜 저 놀이기구를 못타? 나도 타고 싶은데”, “저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은데 왜 놀 수 없어?” 두 가지다. 그러다보니 놀이터를 재미없어 한다. (아이에게)놀이터는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없는 공간이다“며 ”다만 시설물이 장애아동 비장애아동 통합하는 시설물이었으면 한다, 그러면 내 아이의 첫 번째 질문은 없어 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한 시설물을 이용하는 주체인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요청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같이 놀 때 많은 트러블이 생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갖춰진다 한들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통합놀이터 의미는 없다고 본다. 프로그램이 이뤄지려면 상주하는 놀이전문가나 장기적인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면서 “놀이터가 지어지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부족한 시설물이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지속적으로 놀이터가 관리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황창선 가원초 교장은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유아, 노인 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김진규 계산초 교장은 “통합놀이터가 생긴다면 놀이터 외적 요소도 있어야 한다. 더 먼 곳에서도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시 차원에서 폭넓게 접근하도록 배려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주민 의견 반영한 커뮤니티 센터가 필요하다”, “통합놀이터를 활성화시켜 달라”, “상주하거나 신청 받아 놀이선생님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지속적인 놀이 활동을 위해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와 연계하면 좋겠다”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나왔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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