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재건축으로 철거되기 전 청주시 봉명동의 저층 주공아파트의 시공간을 기록하며 공동체·도시 생태의 변화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봉명주공’(김기성 감독, 2020년, 83분)이 극장가를 찾았다.

봉명동 주공아파트는 청주의 1세대 아파트로 요즘 보기 힘든 단층 또는 저층의 아파트 주거양식을 가졌고 공용 면적 또한 널찍하다. 울창한 조경수와 크고 작은 정원식물과 어우러진 이곳은 아파트라는 어휘와 어울리지 않는 ‘보통의 집’이자 ‘작은 마을’에 가깝다.

이러한 주거의 구조적 양식은 주민들 간 끈끈한 소통과 연대감으로 이어졌다. 겨울을 앞두고 한데 모여 김장하는 모습은 산업화로 공동체가 해체된 도시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영화는 사라져버린 공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재개발 반대’라는 메시지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놀이터를 지키는 새와 고양이,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길, 계절이 변화하는 아파트 전경, 개발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이곳에 뿌리 내린 나무들이 뽑히고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져가는 장면에 빗대 ‘개발’과 ‘이주’로 해체돼가는 공동체와 삶의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낮은 목소리로 담담히 전할 뿐이다.

영화를 연출한 김기성 감독은 단순히 투기대상이나 아닌 보금자리로서 ‘집’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네며 “봉명 주공아파트의 공간이 오늘날 집의 의미에 대한 탐구와 성찰”이 되기를 권한다.

22일(일)에는 영화 상영과 함께 오랫동안 동네정원을 가꿔온 ‘동산바치’를 기록해온 조경가 김인수 그륀바우 대표가 28일(일)에는 생태전문 출판사 목수책방을 운영하는 전은정 대표가 감독, 배우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한편, 김기성 감독은 독일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였고, 흔히 사용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각예술 작품이 아닌 아날로그 매체를 활용한 예술 활동을 이어왔다.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이 시대에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 ‘봉명주공’은 2021년 18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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