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기후변화 시대 정원식물과 가드닝의 트렌드
[조경시대] 기후변화 시대 정원식물과 가드닝의 트렌드
  •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 승인 2022.05.10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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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외 정원 식물과 가드닝의 동향을 살펴보고 흐름을 읽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원식물의 경우 다양한 기준에 의해 카테고리를 나눌 수 있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주체가 다르다 보니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

먼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화훼산업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05년 이후부터 '20년까지 화훼산업 생산액, 농가 수,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1인당 화훼 소비액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다. 여기서 말하는 화훼류는 절화류, 분화류, 초화류, 관상수류, 화목류 등이다.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생산자 측면에서는 생산 여건 악화, 시설 노후화, 조직화 미흡 등을 꼽았고, 소비자 측면에서는 생활소비 정체, 꽃을 사치품으로 취급하는 인식 등으로 인한 낮은 접근성을 꼽았다. 지속 가능한 생산기반을 조성하고 선진 유통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흐름이 있다. 먼저, 전체 화훼 식물소재 생산액은 줄고 있는 가운데 야외 정원에 많이 사용되는 관상수와 화목류는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화훼 총 생산액 가운데 67.8%('20년 기준)를 차지하는 분화/관엽류 관련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화훼 소비 트렌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반려식물'에 검색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기 유튜버 등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대형 식물 카페, 가든숍 등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편, 산림청에서 조사한 임산물 생산조사('18-'20) 결과에 따르면 조경수를 비롯한 잔디, 야생화 생산액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농림수산축산부 조사 자료에서는 관상수와 화목류가 증가 추세에 있지만 산림청 조사 자료에서는 조경수가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이다. 전체 조경수 생산이 줄고 있는 가운데 관상수와 화목류는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실제 종묘업과 양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좀더 피부에 와 닿는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소비자가 원하는 식물의 종류는 훨씬 디테일하고 다양해졌고, 일반 품종보다는 특이 품종을 더 찾고 있다고 한다. 개인 소비자가 증가하며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꽃이 오래 가는지, 월동이 되는지, 무더위에 잘 자라는지에 대한 요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상황은 어떨까? 해외의 화훼산업은 재배면적과 생산액 모두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중 묘목류가 60% 정도로 가장 큰 파이를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 여러 식물원, 수목원에서는 테스트 베드를 운영하며 정원 식물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가령 일년생 초화류의 경우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매년 500종에 이르는 품종들을 시험하여 톱(Top) 10을 선정한다. 보다 저관리형으로 개화기가 길고 폭염, 가뭄 등 악조건 기후에서도 생육이 우수한 품종들이 선호되고 있다. 여전히 다양한 초화류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종류와 색깔, 개화기와 결실기가 다양할수록 꿀벌을 비롯한 여러 꽃가루 매개자들에게도 좋다.

2021년 첼시 플라워쇼에서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 쇼가든 최우수상을 수상한 ‘여 밸리 유기농 정원(Yeo Valley Organic Garden)’ © NEIL HEPWORTH<br>
2021년 첼시 플라워쇼에서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 쇼가든 최우수상을 수상한 ‘여 밸리 유기농 정원(Yeo Valley Organic Garden)’ © NEIL HEPWORTH

영국 왕립원예협회(RHS)에서는 좀더 포괄적으로 수목류, 관상용 식물, 채소류, 난초류 등 정원에서 사용 가능한 거의 모든 식물들을 대상으로 우수 정원 식물을 선정한다. 1992년부터 매년 업데이트되어 지금까지 7,500종에 이르는 식물들이 목록에 올라 있다. 홈페이지에는 거의 모든 정원 식물들을 총 망라한 식물 검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햇빛, 토양, 수분, 산성도, 식물의 유형 등 기본적인 검색 조건뿐 아니라 도시인지 시골인지, 해안 지역인지, 지중해 기후인지 정원의 입지 유형에 따라서도 식물을 찾을 수 있다. 식물의 꽃, 열매, 잎 등의 색깔과 특징, 내건성, 향기 유무, 자생식물인지 아닌지도 검색 가능하다. 환경과 생물 다양성을 강조하는 요즘 추세에 맞게 꽃가루받이 매개자를 위한 식물인지 아닌지, 저관리형인지 아닌지도 검색 필터를 통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가드너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식물들을 검색한 후 판매처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구입까지도 빠르고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정원 식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 왕립원예협회에서는 또한 최근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드너들의 실천을 독려하는 10가지 행동 강령을 발표했다. 탄소 저감을 위한 나무 심기, 수돗물 대신 빗물 사용, 퇴비 자체 생산, 바닥 포장 대신 식물 심기, 꽃가루 매개자를 위한 꽃, 전기 충전식 정원 기계 사용, 로컬 푸드 재배 등이다.

바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2021년 가을에 개최된 첼시 플라워쇼에서도 유기농 정원(Yeo Valley Organic Garden)이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 쇼가든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영국의 시골 서머싯 지방의 가족 농장에서 발견된 야생동물 서식지와 식물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유기농 정원이 첼시에 전시된 것도 처음인데 가장 좋은 상까지 받았으니 친환경에 대한 최근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정원 식물과 가드닝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것은 원예, 조경 분야의 전문가 그룹, 크고 작은 현장에서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일 것이다. 단지 유행을 좇거나 상업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문가 그룹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그렇게 진정성 있고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식물과 정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때 올바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소속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작년부터 1.5ha 규모의 트라이얼 가든(trial garden), 일명 ‘정원식물가늠터’를 조성하여 자생식물 신품종을 비롯한 우수 정원식물과 반려식물을 발굴, 확산하는 K-테스트베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는 한국수자원공사의 플랫폼 시스템을 이용한 통합 공모(’22.4.11~5.6)를 통해 정원식물뿐 아니라 스마트가든, 정원용품, 정원자재, 반려식물키트, 정원도구, 식물 기능성까지 실증 분야를 확대하여 관련 분야 판로 개척과 산업화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지만 앞으로 정원식물 육성가, 공급자, 소비자, 연구자, 유관기관과 정원산업 관련 기업 등이 함께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조경신문]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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