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2009년 녹색연합은 생태지도, 상자텃밭, 느린 옷, 흙벽돌, 자전거, 식초, 빗물받이, 태양전지, 공정무역설탕, 컵, 장바구니, 초, 재생종이를 “지구를 행복하게 하는 13가지 물건”으로 꼽았다. 13가지 물건 모두 초록지구를 위해 꼭 필요한 아름다운 물건들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자전거는 태양의 시대를 맞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자전거는 이동 시에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자원을 무한 소비하는 소비사회 안에서 자전거는 생명의 속도계를 조절하는 주요한 조정수단이다.

2015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수단분담률(모든 교통수단 가운데 개별 교통수단의 이용횟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2005년 1.24%, 2010년 1.66%, 2015년 1.43%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과 비교해보면 많은 격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의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은 자전거의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가 36%를 기록했으며, 2위 덴마크 23%, 공동3위 스웨덴 17%·일본 17%·핀란드 17%, 6위 인도 13%, 7위 벨기에 13%, 8위 독일 12% 등이다. 2015년 기준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이 높은 국가들 대부분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 국가가 차지했다. 차량을 이용할만한 경제력이 충분한 국가의 시민들도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그로닝겐 등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된 도시들에서는 35∼40%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1910년대부터 자전거도로가 존재했고,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36%에 달한다고 한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수단의 호환성을 증진하기 위해서 자전거 동반승차를 허용하고 자전거보관소와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시도 자전거 친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20년까지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 원)를 투자해 자전거도로를 2배로 늘리고 1만여 개의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싱가포르도 2030년까지 700㎞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계획을 내놨고,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도 워싱턴 D.C,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가 자전거 중심의 교통체계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교통지옥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심각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제도가 공영자전거제도인 벨리브(Velib)이다. 벨리브는 프랑스어로 자전거라는 뜻의 ‘벨로(velo)’와 자유롭다는 뜻의 ‘리브르(libre)’를 합성하여 만든 말로, 말 그대로 자전거로 자유롭다는 뜻이다. 파리 시내 1500여 곳에 2만 대의 자전거와 무인등록기를 설치하여 회원으로 가입한 이용자들이 필요한 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목적지에서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는 제도이다.

7000만 대 넘게 자전거가 보급된 일본 도심에서는 어디서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순찰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경찰관의 모습이나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의 자전거 타는 모습도 오래전부터 자연스러운 광경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각 지자체나 기업에서 적극적인 자전거의 활용이 진행되고 있다. 1999년 국토교통성은 ‘자전거이용 환경정비 모델 도시’에 전국의 19개 도시를 지정하고 자전거주차장과 도로정비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모델 도시의 하나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는 2001년 봄부터 직원의 통근 거리에 따라서 자전거통근 수당을 이전의 2배인 4000엔으로 증액하였고, 반대로 자동차통근 수당을 반으로 삭감하여 1000엔으로 조정하였다. 환경도시를 목표로 하고, 근거리 통근의 수단을 자동차로부터 자전거로 전환하기 위해서이다. 시내 자전거 통행량이 많은 인도도 화단이나 색으로 자전거와 보행자를 나누는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07년 현재 자전거통근을 하는 직원은 약 1800명이 되었고 6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도쿄에서 자전거 이용형태는 ‘바이크 & 라이드(Bike & Ride)’형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나 전철,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해당 정류장이나 역까지 도달하는 데 이용되거나 대중교통 수단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쓰인다. 전형적인 ‘바이크 & 라이드’ 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것. 물론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직접 자전거를 이용하는 때도 많다. 대개 5㎞ 미만의 단거리를 이동할 때다.

바이콜로지는 자전거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운동이다. 바이콜로지(bicology)는 ‘자전거’와 ‘에코로지’의 합성어이다. 1971년에 미국에서 제창되었고 자전거를 이용함으로써 대기오염과 같은 공해를 방지하자고 하는 시민운동이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1972년 자전거 타는 것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주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이념을 내걸고 21개의 자전거 시민단체가 ‘바이콜로지(bicology)를 추진하는 모임’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981년 5월 ‘자전거의 안전이용 촉진 및 자전거주차장의 정비에 관한 법률(자전거기본법)’의 제정을 기념해서 매년 5월을 ‘자전거의 달’, 5월5일을 ‘자전거의 날’로 정하였다.

자전거는 배기가스, C02등을 배출하지 않고 석유등의 화석 연료를 소비하지 않으며, 건강증진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지구환경을 위한 좋은 교통수단이다. 이렇게 다양한 장점이 있는 자전거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인간미 넘치는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이콜로지(bicology) 운동’이다.

유럽과 일본의 많은 도시에서는 한때 승용차에 밀려 거리에서 사라졌던 자전거가 80년대 들어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태양과 바람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가치 재인식과 행정적인 뒷받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행정에서는 자전거를 우선하는 도시교통정책을 수립·시행하여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맘껏 녹색교통수단인 자전거로 거리를 달리기를 희망한다. 한국사회의 자전거 열기가 웰빙, 여가, 교통비절약이라는 실용주의적 주제어에서 ‘지구를 행복하게 하는 물건’, 생활자전거, 자전거 철학 등으로 더 넓혀지기를 바란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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