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관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급기야 대통령의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가고 청와대의 개방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1968년 김신조 사건으로 일반인 접근이 일체 제한되었던 청와대 인근 북악산 북면을 2020년 11월 1단계 개방한 이래, 지난 4월 6일 남측을 개방함에 따라 이 지역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상상하기조차 거북하고 부담스럽던 일이 2022년 봄을 맞아 마침내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실로 엄청난 사건이며 파격적인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북악산은 한동안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가뜩이나 혼잡하고 여유로움이 없는 수도 서울의 도심 공간과 대자연을 단절시키는 철옹성 같은 존재였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수년 전 개통된 ‘북악 하늘길’과 연결되면 북악산과 북한산은 능선으로 이어지며 진정한 한 몸이 된다.

앞으로 청와대를 개방한다면 서울 시민을 비롯한 온 국민은 더없이 넓고 매력적인 공원과 정원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청와대 인근에는 유독 많은 공원과 녹지가 밀집되어 있다지만, 경복궁과 창덕궁 후원을 비롯한 덕수궁이 모두 사적지로 지정되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시설이나 공간에는 수용 능력(Capacity)이 있는데, 이를 초과하면 문제가 생기거나 지속성을 잃게 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 등에서 사전 예약제나 안식년제를 통하여 환경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정 인원으로 제한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야전 천막을 치더라도 다음 달 5월에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 드린다’는 각오로 개방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필자는 과거 절대 권력의 전유물이던 공간과 시설들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사례를 선진국에서 많이 경험하였다. 대부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와 제한 입장을 통하여 그 지역의 명소로 가꾸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온전하게 가꾸어져 온 정원과 시설이 행여 ‘조기 개방’이라는 정치적 잇속과 속단으로 훼손이 불가피해 보여 심히 우려됨이 기우이길 바란다.

한편으로는 지금껏 예상하지 못한 청와대의 급작스러운 개방이 가져올 변화를 생각하면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류 열풍은 하루가 다르게 지구촌 문화지도를 바꾸어가는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이건희 기증관 건립 장소에 관한 논의를 미련 없이 접고, 이곳으로 유치하여 잘 가꾸어진 청와대 녹지원 뜰과 어우러지게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한류 문화의 산실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푸념을 해 본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이 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상상해보자.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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