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가드너는 백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 즉 백 가지의 일에 능한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지은이가 정의한 가드너가 갖춰야 할 능력이다. 지은이는 가드너라는 하면 “정원에 원하는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정원을 찾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떠올릴 테지만 매일매일 다른 정원일로 채워지는 고된 “육체노동자”라고 말한다.

가드너로서 첫 발을 뗀 제주 여미지 식물원 출근 첫날, 회양목 자수화단으로 디자인된 정원의 비탈진 화단에 자갈을 깔아주며 땀범벅으로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가드너라는 직업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씨 뿌리기, 나무 심기, 돌 나르기, 흙 만드는 일, 관수 라인 점검, 목공 일 등의 육체노동부터 정원·식재디자인 같은 등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정신노동, 각종 보고서와 문서 처리 등의 행정업무까지 “365가지”의 고단한 노동 속에서도 흙에서 식물을 길러내는 경이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가드너는 수목원에서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식물을 돌보는 한편, 주요 업무로 전시 정원 연출도 담당한다. 겨울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트리나 눈사람 만들기 등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 기획에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수많은 전시들이 가드너의 아이디어와 손에서 창조되기에 수고로움도 아깝지 않다.

지은이는 가드너의 영감은 자연에서 온다고 전한다. “물줄기가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함, 고사리 새순처럼 말려 있는 나선형, 물결이 만들어내는 일렁이는 모양” 등 자연에서 발견한 패턴은 정원디자인의 훌륭한 선생이다. 많은 가드너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아울러 식물 번식, 잡초 제거법, 숙근초 심기, 분화 관리 등 20년 베테랑 가드너로 일하면서 쌓은 가드닝 정보와 정원디자인도 소개한다. 무엇보다 간결한 문체의 에세이로 써내려가 누구나 쉽게 ‘가드너의 일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은 책의 미덕이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의 관심이 식물과 정원에 집중되는 가운데 지은이는 정작 가드너의 일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한다.

끝으로,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가드너의 일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기록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고민하며 정원 가꾸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책을 쓴 의도를 밝혔다.

한편, 책을 쓴 박원순은 여미지식물원에서 가드너로 일하기 시작해 미국 롱우드 가든에서 ‘국제 정원사 양성 과정’을 밟았고, 델라웨어대 롱우드 대학원 프로그램을 이수해 대중원예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에버랜드에서 튤립 축제 등 식물 전시 연출 전문가로 일하다 현재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을 썼고,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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