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융호 이사
배융호 이사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스트레스가 월요병, 이상고온, 허리케인을 경험한 것보다 크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2년이 넘게 그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자연 속에서 쉼과 여유를 찾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원은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원은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2018년에 실시한 장애인편의시설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공원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66.3%, 법적 기준에 맞는 적정 설치율은 62.5%로 조사되었다. 공원을 도시공원과 자연공원(국립·도립·군립)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면, 설치율의 경우 도시공원이 67.0%, 자연공원이 65.4%, 적정 설치율은 도시공원 64.2%, 자연공원 60.6%로서 도시공원이 자연공원보다 편의시설 설치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부분은 주출입구 접근로로서 96.6%(적정 91.8%)이며, 가장 편의시설이 안 되어 있는 부분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유도 및 안내설비로 6.3%(적정 4.4%)로 나타나고 있다. 이 실태조사는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은 공원을 마음껏 누리고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적인 디자인 흐름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통합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이제 우리 도시와 생활환경을 사람 중심의 디자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꾸자는 흐름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그 디자인의 원칙으로 7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원칙은 공평한 이용(Equitable Use)이다. 디자인은 다양한 신체 능력의 이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이용의 유연성(Flexibility in Use)이다. 디자인은 다양한 개인의 선호와 능력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원칙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Simple and Intuitive Use)이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경험, 지식, 언어 능력과 관계없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원칙은 인지하기 쉬운 정보(Perceptible Information)이다. 디자인은 주변 환경이나 사용자의 감각능력(시각, 청각 및 촉각 등)과 관계없이 효과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원칙은 오류에 대한 대비(Tolerance for Error)이다. 디자인은 위험을 최소화하고 사고나 의도치 않은 돌발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섯째 원칙은 신체 피로의 최소화(Low Physical Effort)이다. 디자인은 최소한의 신체적인 힘을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일곱째 원칙은 접근성의 보장(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이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접근과 조작과 사용을 위해 적절한 공간과 크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통합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은 한 가지이다. 다양한 키와, 다양한 연령, 다양한 신체 활동 능력, 다양한 인지 능력, 다양한 언어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디자인하고 계획하자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모든 사람을 고려한 디자인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공원과 같은 공간은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통합 디자인이 더욱 필요한 공간이다. 고령자와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들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원을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1년에 호주의 빅토리아주 공원국은 “공원 접근성 평가 매뉴얼”(Park Accessibility Evaluation Manual)을 발간하여 빅토리아 주 내의 공원을 유니버설 디자인에 근거하여 평가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반영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 매뉴얼에서는 공원의 시설을 이동 경로(오솔길 등), 안내(정보제공 포함), 주차장, 화장실, 피크닉 장소, 게이트, 보도, 휴식 공간, 레저시설 등 다양한 시설로 구분하고, 각 시설별로 “기초 접근단계”, “중간 접근 단계”, “유니버설 접근 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별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매뉴얼은 이제 공원과 같은 공간이 장애인 뿐 아니라 고령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과 고령화 사회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인 2021년 12월부터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에 의해 공원에 대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 인증)이 의무화되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서는 공원에 대해 접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출입구, 안내설비, 장애인등의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대변기, 소변기, 세면대), 공원 시설의 접근과 이용, 휴식공간, 매표소, 공원 내 보행로의 연속성 등을 평가해서 인증을 하게 된다.

국내외의 이러한 흐름들은 공원의 중요성과 공원을 모든 사람을 위한 공원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집 마당에 정원을 가꾸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러한 정원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집 주변에 좋은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이 모두를 위한 공원으로 설계되고 계획된다면, 공원은 모두를 위한 정원의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공원을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만들어 가자. 그것이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며, 고령화 사회와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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