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최근 전국 각지 지자체가 정원도시를 표방하면서 지방정원과 국가정원 조성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궁남지’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을 조성한 부여의 동산바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백제의 고도(古都) 부여는 낙화암, 부소산성, 정림사지오층석탑 등 찬란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다. 그 중 634년(무왕 35년) 조성된 ‘궁남지’는 경주 동궁 월지와 일본 나라의 평성궁 동원에 영향을 미쳤을 만큼 역사적으로 정원문화의 기원이 되는 곳이다.

책은 뛰어난 역사문화유산 너머 1400여 년 간 부여를 크고 작은 녹색의 정원으로 가꾼 보통 사람들인 ‘동네 동산바치’의 땀과 노력에 주목한다.

책은 유행처럼 퍼진 정원이 도시환경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원이 수많은 이름 없는 소시민 동산바치들에 의해 마을 구석구석, 아이러니하게도 정돈되고 번듯한 동네가 아닌 변두리 민초들이 사는 집 앞뒤에 존재하는 마당, 골목길, 쓸모없이 버려진 공터 등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서술했다.

책에 수록된 정원들은 오랫동안 일상에서 기르고 만든 소박한 “골목길 비밀정원”으로 발품을 팔아 답사하고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초보 정원사가 귀향해 조성하기 시작한 침산마을 국화정원부터 옻샘이 있는 바람재 대흥농장의 계곡정원, 사계절 꽃을 피우는 소롱골 부부의 정원, 연화마을 신품종·특화식물 정원, 동물과 공존하는 동곡마을 수리재정원, 그림책마을의 할머니의 꽃밭까지 식물에 얽힌 다양한 마을 동산바치의 삶과 정원 이야기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책에 담긴 21개 부여의 정원은 개인공간이면서도 마을 공동체와 이어져 있다는 면에서 이미 오래된 도시재생의 자산이 됐다. 지은이는 돌담 골목길, 버려진 유휴지, 옥상과 지붕 등에 조성된 부여만의 정원과 이를 가꾼 주민들에 관한 기록은 “조경·정원 분야는 물론 사회학·민속학·향토사학 분야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책은 장마다 주암리 은행나무, 부소산성 태자골 숲길, 천당리 천당소류지, 백마강 대붓뚝 억새밭, 부여읍 낙원여인숙, 정미소 등 둘러볼만한 생태 관광지와 자연환경, 근대 풍경을 함께 소개하면서 부여 여행길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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