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조 상명대 교수
정용조 상명대 교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기업들은 언제 망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형 사고가 거듭 터지며 대형 로펌들은 법률자문 일감이 잇따르면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건 수임을 위해 남들보다 1분이라도 빨리 전문가들을 현장에 급파하려는 분위기이다. 한 로펌회사는 24시간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하니 정말 걱정스럽다.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이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한 건의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 같은 원인으로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300건의 이상 징후가 존재한다는 1:29:300의 “하인리히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즉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일정 기간 수많은 사전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버드의 빙산” 법칙은 아차사고까지 통계 범위에 산입하는데 1(사망):10(경상):30(물적 피해):600(아차사고)의 비율을 제시하였다. 아차사고란 근로자의 부주의나 현장 설비 결함 등으로 사고가 발생한 뻔했으나 직접적으로 인적·물적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아차사고가 단지 행운에 기인해 사고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 언제든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불완전한 요인이 내재돼 있다는 점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안전 장구 착용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치인데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 착용이 귀찮고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는 근로자가 많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7월 건설 현장 추락 위험 일제 점검’에 따르면 전체 현장의 약 33%에서 개인 보호구 관련 지적 사항이 발견될 만큼 안전 장구 미착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개인 보호구 미착용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 확보 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근로자의 안전 장구 미착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경영책임자 및 최고안전책임자(CSO), 현장대리인 등은 근로자에게 안전 장구가 자신을 지켜주는 마지막 안전장치이며, 보호구 미착용 시 근로자 본인에게도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하고, 보호구의 위생·청결 상태를 점검해 근로자가 거부감 없이 보호구를 착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며 보호구 착용에 대한 지속적으로 교육했음에도 근로가가 착용을 거부할 경우 주의·경고조치·더 나아가 작업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내리는 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건설업에서 가장 취약한 계절은 여름이라 생각된다. 7~8월 한 나절 온도가 35℃가 넘는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릴 땐 실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근로자가 더위 속에서 일하다가 쓰려진 경우에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될까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의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다량의 고열 물체를 취급하는 작업과 현저히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하는 작업’을 유해・위험 작업으로 취급해 근로시간 제한 등을 규제(제139조, 시행령 제99조)함으로써 고열 작업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더위 속에서 작업하다가 쓰러지면 산업보건법상 산업재해에 포함될 수 있으니 고열작업장이나 폭염기간 동안 사업장에서는 그늘막 등을 설치하고 일정시간 작업 시 휴게 시간의 의무화, 시원한 물 제공, 온열 증상 의심 시 응급 구호 등을 통해 근로자의 열사병을 철저히 예방해야 할 것이다(고용노동부가 제공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을 참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를 충분히 마련하고 유해·위험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용 지출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 건설사에 대해 실시한 특별점검 결과, 안전보건 예산과 안전사고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예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기업들이 임의로 관련 예산을 감축하거나 적게 배정했던 폐단을 개선하고, 안전관리 비용이 경영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안전보건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경영책임자 등은 첫째,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를 구비하고, 둘째, 유해·위험 요인을 개선하며, 셋째, 그 밖에 고용노동부장관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항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해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현재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관련 법률상 기준이 충족되거나 미충족돼 있는지, 해당 사업장에 어떠한 유해·위험 요인이 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지를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확인된 내용에 따라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 회사의 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돼 충분한 안전보건 예산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필요한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부문별 예산을 편성하고, 안전교육 및 점검과 같이 비용적 부담이 없는 방법의 안전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는 추세인데 안전보건관리체계는 기존의 고용노동부 등 외부 점검에 따른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광장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궁금한 중대재해처벌법, 2022. 한국경제신문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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