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미국의 큰 별이 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 이어령 교수와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세상을 떠났다. 필자는 두 지성인의 책을 좋아했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동시대에 살았지만 서로 다른 문화권과 지역에서 활약한 두 학자에게는 유사성이 있다. 그들의 사상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는데 하나는 ‘통섭’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애(바이오필리아)’이다. 통섭은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간, 학제 간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며 생명애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통섭과 생명애는 다양성에 대한 담론이다. 분야 간, 학제 간이 통합되는 다양성 그리고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공존하는 다양성이다. 창조는 질서가 아닌 혼돈에서 나오며 개인과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지녀야 한다. 창조성 있는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학습하고 실천해야 하며, 생명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 생태계를 함께 고려하여 도시의 물리적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두 지성인의 연구를 보면 학문 간의 경계가 없다. 학문 분야에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유의 스케일에도 제한이 없다. 에드워드 윌슨은 개미에 대한 연구, 개미가 뿜어 내는 화학 물질인 페르몬에 대한 미시 연구에서 시작하여 사회를 구성하여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 대한 사회 체계를 다루는 사회생물학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개미의 화학 물질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진화론까지 다룬다. 이어령 교수는 자신이 기르던 금붕어에 대한 관찰과 경험에서 시작하여 생명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까지 사유의 스케일을 확대한다.

생명 자본주의는 생명, 사랑, 공감을 원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생명의 본질은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순환하는 데 있다. 생명에 대한 가치를 토대로 인류의 행복이 곧 상품이 되는 경제 체제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인류는 죽음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고 생명에 대한 본능적 애착이 자본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뉴욕 센트럴 파크 방문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가운데 플랜테리어 산업이 커지고 있다. 죽음과 불황은 생명에 대한 우리의 본성을 되살린다. 현재 우리 사회는 코로나 대유행 가운데 살고 있으며 경제적, 정치적으로 매우 혼돈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생명에 가치를 기초하는 생명 자본주의는 중요해 질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어령 교수의 <생명이 자본이다>라는 책의 말미에 보면 앞으로의 인간은 생명 자본인 바이오필리아를 상징하는 날치가 되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날치가 생명 자본과 바이오필리아를 상징하며 인간은 이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날치는 이름 그대로 날을 수 있는 물고기이다. 해수면 밖으로 10미터 높이까지 뛰어올라 활공을 한다. 바다와 하늘 간에 경계가 없으며 어류와 조류 간에 경계가 없다. 날치가 나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날치는 헤엄 속도가 느려 다른 종의 위협을 피하고자 생존을 위해 나는 것이다. 날치의 지느러미가 수면 밖에서 날개가 된다. 이어령 교수는 파도를 거스르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날치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며 운명 결정론을 뛰어 넘는 무한한 생명력을 발견한다. 이러한 날치의 생명력을 견주어 바이오필리아라고 표현한다. 에드워드 윌슨은 <바이오필리아>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하였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자연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자연을 사랑하는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가까이할 때 정서적으로 행복하다는 개념이다. 이는 바이오필릭 시티 도시계획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 이어령 교수와 에드워드 윌슨이 이야기하는 바이오필리아는 접근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생명력, 애착, 진화라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한다.

두 지성인은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들의 위대한 유산은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창조성 있는 연구를 하고 생명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통섭과 생명애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여 이를 현실에 적용해야 하며 생명애를 기초로 우리가 사는 도시를 인간과 자연 생태계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생명 자본주의를 기초로 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인간 본성에 맞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에 속한 개개인들은 날치와 같이 시대에 대응하고 변화하며 자신만의 생명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개인들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건강해질 것이다. 아름다운 유산을 남겨 준 두 거인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이 유산을 이어 나가는 것은 남겨진 우리들의 몫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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