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재개발사업으로 밀려났던 부산 사상구 주례동 근린공원에 500년 수령의 노거수 회화나무가 불탄 채 3년 만에 귀향했다.
3.1절을 앞둔 지난 28일(월) 주례 근린공원입구에 노거수가 재이식 작업 중 뿌리 보호용 철제박스를 해체하는 용접과정에서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례동 회화나무는 높이 12m의 대형 노거수로 사상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마을 수호목으로 보존해왔지만 3년 전인 2019년 주례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으로 인해 노거수를 두고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이 불거졌다.
회화나무를 보호하고자 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경남 진주 농장으로 이식됐고, 이식 당시 나무의 수형이 손상돼 보호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사상구는 ‘부산시 사상구 노거수 지정 및 보호·관리’ 조례를 만들었다.
진주로 옮겨진 회화나무는 3년 여 간 동안 줄기와 잎이 돋아나는 등 생육환경이 개선됐다. 그러나 사상구청과 사상구의회가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관리 소유권을 받고 회화나무를 인근 사상근린공원으로 다시 이식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부산시가 재정 지원에 나섰다.
이에 환경단체는 “재이식은 나무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성토했으나 수용되지 못한 채 재이식이 강행됐다.
이번 노거수 재이식 이슈를 두고 부산그린트러스트 등 환경단체는 “검게 그을린 회화나무의 몰골은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양 귀향 잔치를 벌이려던 구청의 애초 홍보계획과는 달리 시민을 격분하게 만드는 뉴스가 됐다. 불에 타지 않았다 해도 이미 회화나무 어르신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고 참담 그 자체였다”고 밝혔다.
이들 환경단체들은 이번 노거수 사건을 계기로 ▲부산시 내 미지정 노거수의 보호수 혹은 준보호수 추가 지정과 관리 지원 ▲부산 나무 권리 선언 ▲각종 개발에 앞서 보호돼야 할 노거수 터 존중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밖에 ▲부산시와 사상구청의 무능행정에 대한 공식 사과 ▲부산시와 사상구청은 주례회화나무의 참사와 비극의 되풀이 방지와 교훈을 담은 사죄 이력비 건립 등을 요청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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