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교수
김태경 교수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용산공원을 바라보는 산업분야별 전문가들의 시각차는 극명하게 차이가 나고 있음이 확인됐다. 더욱이 건축가들은 공원에 아파트 개발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반면에 조경가는 온전히 보존해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이해와 타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8일(월) (사)한국조경학회(학회장 조경진)는 서울숲 커뮤니티센터에서 ‘온전한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조경진 한국조경학회장/서울대교수를 비롯해 김태경 수석부회장/강릉원주대 교수, 김아연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서울시립대 교수, 김인호 생명의숲 공동대표/신구대 교수, 박인권 서울대 교수, 안창모 경기대 교수, 이창무 한양대 교수, 그리고 발제를 맡은 배정한 한국조경학회 학술부회장/서울대 교수가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김태경 수석부회장은 “오늘의 주제 앞에 ‘온전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은 방향을 좀 제대로 잡자는 의미도 있고,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진정한 용산공원의 가치를 찾아달라는 바람 혹은 경종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용산공원 조성 계획의 일관성 있는 추진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훼손된 도심 내 저밀 개발지

이창무 교수
이창무 교수

 

이창무 교수는 용산공원에 대해 많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함축해서 '극심히 훼손된 도심 내 저밀 개발지'라며 "이곳의 '보존가치가 과연 얼마나 되냐?'라고 따진다면 서울 인근에 훼손된 그린벨트보다 못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강도 높은 키워드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남산과 한강,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생태 녹지축에 대한 큰 그림을 사람들은 동의할 것 같지만 300만 평의 땅이 다 똑 같은 가치를 지닐 수는 없다고 봤다. 용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서울 도심이 지금의 도심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만든 공간이라고 지목했다.

도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공간적인 집적에 따른 생산성의 부분 효율성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큰 제약이 되고 있어 관점을 공원이 아닌 도심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결국 공원 속의 도시를 추구하는 것이 이상이지 현실적인 모습은 도시 속의 공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액티비티한 도시를 위해서는 용산공원 내·외곽에 건축물 타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파했다.

공원의 관점이 아니라 도심의 관점에서 용산기지의 활용 방안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누더기 사업 안 돼

안창모 교수
안창모 교수

 

안창모 교수는 용산공원이 처음 만들어 질 때부터 태생적으로 문제점을 가지고 태어났다면서 지난 흘러온 시간 속 오류를 지적했다.

고 노무현 정부 때 반환되고, 이명박 정부가 서울시에 맡아서 해 달라는 것을 서울시가 거부하면서 유례없는 국가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용산공원특별법」을 만들면서 어긋나기 시작한 부분을 꼬집었다.

시작이 이렇다보니 도시와 만나는 접점이 중요한데 공원 안만 다루게 돼 있는 특별법과 공원 바깥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서울시가 거의 협의를 하지 않고 있어 따로 놀고 있는 점을 안 교수는 우려했다.

지난 20년 가까이 제대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 오지 않고 시간만 흘려보내기에 이르렀고 이창무 교수의 말과 같은 지적이나 비난을 받아도 싸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미군기지의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단순한 공원 조성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근현대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담는 사업이 돼야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즉흥적으로 이용돼 누더기가 되는 사업이 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군기지를 주택공급기지로 삼겠다는 몰역사적인 발언은 현재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기적인 관점과 안목으로 추진해야

박인권 교수
박인권 교수

 

박인권 서울대 교수는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장기 계획을 갖고 만들어져야 된다고 결론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반환되는 과정만 보더라도 순탄하지 않았고, 더 큰 문제로 환경 토양오염 문제를 지적했다. 군기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토양 오염 발생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많은 시간과 책임 공방이 따른 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장 주택이 필요하다고해서 인구변화, 주택수급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지 순식간에 왔다갔다 해서는 안 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용산기지 내는 기성 시가지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하나의 군사도시처럼 구성돼 있고 약 900여 개의 건축물이 들어서 있어서 조금씩 반환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 속에서 개발 계획이 구성돼야 한다고 박 교수는 밝혔다.

 

풀어야 할 문제의 가치 싸움

김아연 교수
김아연 교수

 

김아연 교수는 불평등의 문제, 기후위기는 당연히 해결 해야 되고, 그런데 이를 풀 수 있는 자원과 재원은 정해져 있어 결국에는 어떤 가치가 어떤 가치보다 우월하냐의 싸움으로 간다면 사실은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공원의 경우 주택문제, 기후변화, 생태, 자연환경과 환경 복원 등의 가치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용산공원 일부에 집을 짓고 이것을 반대하고 여러 이슈들에 대해 우리 시대가 풀어야 되는 문제의 가치 싸움이라고 김 교수는 판단했다.

주거 자체가 공원에 절대 들어서서는 안 된다. 이런 얘기는 아닌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프리시디오 공원을 봐도 옛날에 관사 군대 막사로 쓰던 곳을 개조해 사람들이 살기도 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가지고 공원 운영에 쓰기도 한다면서 창의적인 고민의 문제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빼앗겼던 땅이고, 이것을 되찾아 회복된 영토로서 갖는 상징적인 의미, 온전한 의미를 우리가 아닌 미래 세대, 과거 세대가 잘못한 주거 내지는 부동산 문제를 미래 세대에게 넘겨줘야 하는 유산을 통해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화적·역사적 맥락 물려줘야

김인호 교수
김인호 교수

 

김인호 교수는 우리가 도시에서의 공원 녹지 또는 그린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고 성장한 나라라는 점을 지목했다.

제조업 기반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피나는 고생을 해야 했기에 우리 도시가 과연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됐는가를 되돌아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효율성과 기능성, 그리고 후발 추격 국으로서의 최선을 다 한 시스템 속에 갇혀 있음을 인지할 무렵 우리는 선진국에 합류했고, GDP 9위 국가가 돼 있었다.

문화적인 품격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국제적이고 또 글로벌한 측면에서 뛰어난 국가로 품격을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삶은 별로 안 좋은 상태에 있다며 김 교수는 자동차와 빌딩숲 위주의 도시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듯 발언을 이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공원이 돼야 하고,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맥락 등을 물려주는 것이 온전한 용산공원의 조성과 관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경 교수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우리가 결정해야 되는가? 우리가 결정권을 꼭 가져야 되는가? 우리 후손들이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100년 유보해 주는 결정을 하는 게 어떤가하는 그런 의미해서 건물을 지으면 결정이 돼 버린다”면서 비어 있기 때문에 채우려 하는 본능을 억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경진 한국조경학회장(좌측), 배정한 교수
조경진 한국조경학회장(좌측), 배정한 교수

 

한편, 조경진 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온전한 용산공원 조성에 상당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주택공급이라는 목적으로 특별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뉴욕 센트럴파크는 100년 앞을 내다보면서 미래가치를 현재적 가치보다 우선해 결정됐던 것처럼 함께 논의하고 고심한 집합적 의서결정의 산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배정한 교수는 발제를 통해 “용산공원 부지 내에 주택공급은 절대 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하면서 “오랫동안 진행돼 온 힘든 프로젝트 용산공원을 완성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성숙을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은 자본주의 도시의 실용성·효용성·유용성은 없겠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여백이자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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