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근 박사
박대근 박사

회색 콘크리트 건물과 검정색 아스팔트 도로가 도시경관 차원에서 어떨지는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불투수 면적률을 높이는 부정적 요인 때문에 생태/환경적 측면에서는 저해 시설임이 분명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건물 옥상에 녹화를 한다거나 도로(보도 및 차도)에 투수(透水) 포장재를 적용하여 불투수 면적률을 줄이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투수포장은 기존 불투수 포장(아스팔트 포장 등)과 달리, 빗물을 땅속으로 침투시켜 자연순환 기능이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순기능이 있어 해마다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 시설에 추가적인 장치나 설비 없이도 침투공간을 만들어 주는 유인책 역할을 하여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경 및 토목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투수블록이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투수포장재의 한 종류인 투수블록은 국가표준(KSF 4419)이 개정(2009년)되면서 언급되기 시작했으며, 「생태면적률 적용지침」이 개정(환경부, 2016.7)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 지침서에는 투수포장의 가중치가 일률적이었으나, 투수계수를 등급화(환경부 기준 1등급, 2등급)하여 가중치를 달리하는 것으로 생태면적률 산정방법이 변경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투수 성능이 우수한 투수블록에 더 큰 가중치를 주는 당근책이 효과를 본 것이다.

환경부의 이런 움직임에 앞서, 서울시에서는 2009년부터 투수블록의 공극막힘 현상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2010년부터 투수블록을 활용한 다양한 시험시공 및 연구를 진행한 끝에 투수성능 지속성 검증시험 장비를 개발하였다. 이러한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로 「서울시 투수블록포장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 기준」과 「서울특별시 전문시방서(토목편)」을 개정(2013~2014년)하여 투수성능 지속성 검증시험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면서 투수블록의 투수계수를 등급화(서울시 기준 1~3등급, 등급외)하여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투수블록과 관련하여 두 가지 쟁점사항이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생태면적률 가중치 부여를 위한 시험법 적용에 대한 이해충돌 문제이다. 투수블록은 크게 ‘전면투수(자체투수)’ 및 ‘틈새투수’로 분류된다. ‘전면투수’라 함은 블록 자체의 미세 공극으로 빗물을 투과시키는 형태를 말하며, ‘틈새투수’는 블록과 블록사이에 형성된 줄눈 및 틈새로 빗물을 투수시키는 블록을 말한다. 이러한 ‘틈새투수’에는 줄눈재 시공 없이 블록과 블록의 독특한 결합구조만으로 시공되는 ‘결합틈새블록’이 있는데, 최근 「환경영향평가서등 작성 등에 관란 규정 고시안(환경부, 2022.1)」에 ‘결합틈새블록’의 생태면적률 가중치 및 이를 검증하는 시험방법(ASTM C 1701)이 신설되면서 논란이 촉발되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전면투수’에만 있던 가중치를 ‘결합틈새블록’에도 적용하여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며, 이를 검증하는 투수시험 방법으로 미국의 ASTM 기준을 도입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측은 ‘전면투수블록’의 투수시험 방법은 국가표준(정수위 실내 투수시험, KS F 4419)으로 시험방법이 정해져 있어 투수포장재의 성능을 판단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ASTM C 1701 시험방법은 현장 침투율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시험방법이기 때문에 자재의 선정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쪽 의견 모두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지만 아쉽게도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투수블록의 ‘투수’ 기능에만 치중한 나머지 블록포장의 기본적인 성능인 내구성, 평탄성 및 지지력에 대한 검토가 누락되었다. 검증되지 않은 특별한 형태의 블록은 시험시공이라 불리는 좋은 검증방법이 있다. 블록이라는 기본적인 성능과 투수라는 기능이 추가된 블록이 투수블록이고, 이 중에서 투수가 빠지면 일반블록(불투수블록)이다. 근데 기본적인 성능이 빠졌다면 과연 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환경부나 국토교통부에서는 틈새투수블록에 대한 투수 시험방법 재검토와 함께 과거 설치된 현장 확인 등을 통해 최근 고시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투수블록을 시험하는 방법의 해석차이 및 가짜성적서 문제이다. 투수블록의 시험 항목 중에 가장 중요한 시험은 휨강도와 투수계수이다. 현장에서 채취된 시료(블록) 5개를 시험하게 되어있는데, 휨강도와 투수계수 시험에 사용되는 시료가 각각 5개인지, 투수계수 시험을 한 후 동일한 시료로 휨강도 시험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견이 존재한다. 국가기술표준원 문의 결과 동일시료가 옳다는 답변이 왔으나, 논란이 있는 사항인 만큼 KS 개정을 통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휨강도의 경우 보도용은 4MPa, 차도용은 5MPa 이상으로 최소 기준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 기준이 개개 값에 대한 기준(하나라도 미달이 나오면 불합격)인지, 평균값에 대한 기준인지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시험방법에 대한 해석차이로 인해 투수블록 시공과정에서 제시되는 시험결과물에 대한 신뢰성이 높지 않은 상태이다. 규정상 현장 반입된 블록은 공사 현장 감리자가 임의로 골라 공인시험기관에 보내야 하는데, 일부 현장에서는 보도블록 납품업체가 현장 반입시료가 아닌 별도의 시료를 제출하고 감리자가 그대로 시험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니, 재료에 대한 감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도 많은 아파트 건설현장과 대규모 택지개발 현장 등에서는 기준해석 차이로 인해 투수계수와 휨강도 기준을 동시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수블록이 깔리고 있는 상황이다. 강도가 약한 블록은 깨져서 덜컹거리고, 보기 싫고, 걷기에 불편해진다. 투수가 되지 않은 블록은 물이 고이게 된다. 하지만 블록 일부가 깨지고 물이 고인다고 해서 당장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개선의 노력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구조는 사익을 취한 누군가의 욕망을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하게 된다. 이 욕망이 또 다른 이의 욕망 또는 얄팍한 상술과 만나 불건전한 건설환경을 만들고, 결국 이런 일들이 악순환되어 바로잡기 어려운 관행이 되는 것이다. 보도블록 분야의 잘못된 관행을 보고 우리나라 건설 분야의 건전성을 진단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건설 전 분야를 온전히 비추는 전신거울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작은 손거울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얼마 전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의 전조 증상이 보도블록 시공 현상에는 매일 벌어지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 더는 건설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