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최된 ‘2022 정원도시 콘퍼런스’ 토론회 모습
11일 개최된 ‘2022 정원도시 콘퍼런스’ 토론회 모습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전국 10여 개 지자체가 정원도시를 다투어 선언하는 가운데 지난해 정원도시 선언을 발표하며 정원도시 담론을 이끈 정원도시포럼(위원장 조경진)이 지난 11일(금) ‘2022 정원도시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정원도시포럼은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원도시를 확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박진빈 경희대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된 영국 레치워쓰, 호주 캔버라 등 다섯 개 국의 정원도시운동과 정원도시 현황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주한지 100년이 넘은 정원도시들이다. 시대적 요구, 지역적 조건이 달랐기 때문에 서로 다르게 진화해왔다. 어떻게 도시를 100년 넘게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우리 시대가 가진 문제를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적 정원도시를 건설하는 밑받침이다”고 말했다.

김인호 신구대 교수는 “100년 된 정원도시가 다시 21세기 도시의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으로 생태문명으로 가기 위한 도시의 모습이다”면서 저성장 시대 인구 절벽·노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원도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존 정원도시를 선언한 지자체 간 협의체를 구축하고 기존 문화도시나 관공도시 탄소중립도시 아동친화도시 같은 다양한 정책들과 정원도시 전략이 통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원도시는 정원국가로 가는 기틀이다. 그러려면 국가정책으로 우뚝 서야 한다. 정원, 공원, 숲 등을 다루는 유사 부서들이 업무를 통합해 그린인프라 관련 국가정책을 주도할 핵심기구, 세부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정원도시에 대한 총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정원도시를 선언하고 비전을 수립하고 정책을 전담할 부서를 독립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원도시는 별도의 도시가 아니다. 탄소중립도시, 스마트도시 기반과 연결되고 융합되는 상위 개념이다”고 말했다.

이제승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원도시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결부해 기후위기 시대 압축도시로서 정원도시 기능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크게 건물과 교통·수송에서 발생한다. 정원도시는 탄소를 저감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녹지가 어떻게 탄소를 배출하고 흡수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근본적으로 도시계획 측면에서 더 많은 녹지와 정원을 확보함으로써 탄소 흡수원을 늘려갈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 고밀 도시인 뉴욕은 탄소배출량 최고를 기록하지만 1인당 배출 총량은 미국의 다른 도시 대비 중간 정도다. 대중교통 발달로 이동 총량 거리가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밀도시인 낮은 건물이 분포한 뉴올리언즈의 경우 건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나 탄소배출이 많다. 산업밀집도시인 울산과 자연녹지가 많은 전주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로 수치가 나온다. 다시 말해 건물과 도로 면적을 최대한 압축하고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압축도시’로써 탄소배출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도시개발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역세권 중심으로 고밀의 콤팩트도시(압축도시)를 만들고 그 외 도시는 네트워크로 연결해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으로 공간구조를 재편해야한다. 에너지전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효율적인 도시공간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현실적 방안을 제안했다.

조경진 정원도시포럼 위원장은 정원도시의 ‘오래된 미래’ 보길도와 금쇄동, 대흥사와 미황사 등 해남에 분포한 정원도시 전통 발굴, 정원문화·유적지 복원을 통해 정원도시 해남의 현대적 계승을 제기했다. 조 위원장은 “그동안 개발을 통해 훼손된 자연환경과 국토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정원도시를 한국의 전통정원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는 과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콘퍼런스에서는 ‘정원도시’를 선언한 제1호 국가정원 보유도시 순천을 비롯해 양천구의 녹지정책, 전남지역 거점 스마트시티인 해남 솔라시도 조성 사례 및 정원도시에서의 수목원 역할이 발표됐다.

그밖에 전남 해남과 경기도 시흥에서 진행한 지난해 정원도시포럼 워크숍 결과를 바탕으로 시흥의 정원도시 가능성과 미래상이 논의됐다.

한편, 이날 정원도시포럼은 해남에서 남해까지 난대기후대를 잇는 정원도시벨트 구상을 발표했다. 현재 해남에는 정원도시 ‘솔라시도’ 한 곳이 개발 중이다.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남해안은 산업화가 가장 안 된 곳으로 청정한 곳이다. 이중 솔라시도가 해남의 중심에 있다. 솔라시도에 인프라가 갖춰지면 정원도시라는 가장 생태적인 조건과 스마트도시 등 첨단이 결합한 휴식형 미래도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법·제도적으로 아쉬움이 있다. 솔라시도 개발이 기업도시개발 형태로 이뤄지는데 제도적 기반 없이 공공에서 제공하는 인프라를 기업이 부담하면서 점점 비용이 올라간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기업도시개발법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솔라시도 성공은 솔라시도뿐 아니라 해남에서 남해까지 정원도시벨트 관점으로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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