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인공지반녹화사례 코펜힐(CopenHill). 코펜힐은 폐기물소각장의 인공지반을 녹화해 복합 문화·레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CopenHill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인공지반녹화사례 코펜힐(CopenHill). 코펜힐은 폐기물소각장의 인공지반을 녹화해 복합 문화·레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CopenHill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콘크리트로 덮인 건물외벽을 식물로 덮는 ‘인공지반녹화’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도시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현실적인 탄소중립 방안 중 하나다.

서울시가 지난 20일(목) 도시에서 교통과 함께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건물의 배출량을 감축하는 내용의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6년까지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을 3500만 톤으로 2005년 대비 30%를 줄이는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종합계획에는 도시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10만㎡의 민간건물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설계를 의무화하고 건물옥상 등 도심 곳곳에 월드컵공원의 13배 면적의 생활밀착형 공원을 조성·정비하는 등 녹지정책이 담겼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총 100개 건물로 옥상녹화가 확대된다.

옥상녹화가 에너지 효율과 열섬 차단 효과 등 태양광발전과 함께 도시형 탄소중립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울시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는 태양광사업이 완전히 배제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전국 농·산촌·해양에서 벌어지는 태양광건설로 경관 훼손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대도시, 특히 서울 같은 과밀한 도시에서의 태양광 설치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감축 실현의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다.

미국 뉴욕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700여 평 이상 건물에 탄소배출량 상한선을 정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0% 줄이는 기후동원법(Climate Mobilization Act)을 제정해 2019년부터 시행하면서 대형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어하고 있다. 뉴욕도 태양광과 식물을 활용한 옥상녹화를 복합적으로 적용한 ‘그린 루프(친환경 지붕)’가 대세다. 태양광 발전과 옥상녹화를 혼합 적용해 기존 건물은 물론 신축건물에 설치하도록 규제했다.

또한, 2026년까지 옥상을 녹화하면서 녹화불평등을 해소하고 녹지 소외 지역의 환경개선, 옥상녹화를 통한 환경교육 등을 정책화하는 공립학교옥상녹화지원법을 발의해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영국 런던의 경우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2050년까지 50% 이상을 녹화해 옥상녹화와 태양광발전 복합 조성으로 틀을 잡았다.

옥상녹화는 열섬차단 효과나 온실가스 저감은 물론 빗물저장, 생물다양성 구현, 미세먼지 저감 등의 ‘생태적 가치’를 담은 조경공간이다.

태양광발전과 옥상녹화가 복합된 생태형 인공지반녹화방식이 전 세계적 추세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옥상녹화가 태양광발전과 대립항이거나 옥상녹화에 대한 건축주의 부정적 인식, 법적 조경 한계의 벽에 갇혀 있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기후변화 시대 탄소중립사회’ 미래포럼을 지난 21일 개최했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기후변화 시대 탄소중립사회’ 미래포럼을 지난 21일 개최했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 ‘기후변화 시대 탄소중립사회’ 미래포럼 개최

저비용 환경개선 현실적 대안...‘생태형 옥상녹화’ 지속가능한 ‘그린루프’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원장 임승빈)이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인공지반녹화를 주제로 지난 21일(금)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세미나실에서 ‘기후변화 시대의 탄소중립 사회’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진수 (주)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는 “옥상녹화를 하면 주변 온도가 낮아진다. 태양광 설치와 옥상녹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전기 생산 효율성도 높아진다”면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게 건물이다 신축건물에 면적 늘리도록 해야 하고 기존 건물도 생태형 녹화로 확대하는 것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종 제기되는 태양광으로 그늘지는 공간식재 문제에 대해서도 “그늘식재, 수분 공급 기술로 태양광 하부 식물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하이라인이 있는 뉴욕도 한국과 비슷한 기후다. 겨울철이 춥고 건조하고 폭염도 있다.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옥상녹화 시스템의 기술적 장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독일 뒤셀도프르에 위치한 쾨보겐II(Kö-Bogen II) ⓒ ingenhoven architects
독일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쾨보겐II(Kö-Bogen II) ⓒ ingenhoven architects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이용형 옥상녹화가 대세인 반면 외국은 생태형 녹화가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생태형 녹화란 이용 측면 보다 빗물저장, 미세먼지 고착, 이산화탄소 흡수, 온도 저감 등 저비용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옥상녹화 방법이다. 땅 값 비싼 도시에서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에서 법 제도 개정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40 서울플랜에서도 인공지반녹화 비중이 적다.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옥상녹화가 유지관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유지관리비가 적어질 수 있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극심한 가뭄에 대비한 저관리 기법으로 시공하면 큰 문제는 없다. 지금까지 16개국의 저관리형 옥상녹화를 답사했는데 우리나라 기후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착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옥상녹화를 저해하는 ‘낡은 법’이 그것이다. 건축물 조경은 건축법 ‘대지안의 조경’에 적용받는다. 낡은 법안으로 옥상녹화가 규제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반에서의 조경이 단순 면적이나 식재수량 산정을 넘어 생태적, 환경적, 경관적 가치로 다시 산정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주신하 서울여대 교수도 “아직 인공지반녹화에 대한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 대지안의 조경이 유일한 제도인데 오래된 제도다. 대지안의 조경에서 규정된 것 외 인공지반이나 지상부를 포함해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기존 건축법을 지적했다.

아울러 “옥상녹화와 태양광 발전이 충돌하는데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면 옥상면적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이다. 제도적 보완이 중요하다”면서 “학교를 활용한 옥상녹화 의무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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