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본지 발행인
김부식 본지 발행인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시작됐다. 지나간 해를 돌이켜 보면 힘들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유독 지난해는 더 어려웠다. 조경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쉽지 않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이 역할을 잘 수행한 조경인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와 희망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문화와 깊은 연관을 가진 호랑이는 한반도 모양을 닮아서 친숙하고, 조선시대 무관의 관복에는 호랑이의 흉배가 새겨졌듯이 용맹함을 지녔다. 호랑이의 그림은 잡귀를 물리치고 까치와 소나무가 같이 그려진 그림은 액운을 막아준다는 민간신앙이 있다.

이처럼 좋은 기운을 가진 호랑이해에 조경인이 수행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는 조경과 관련된 녹색인프라 정책이 국정기조에 포함되도록 하는 일이다. 두 달 후면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민생과 경제 등의 화두를 꺼내며 각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아직은 여러 공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대선캠프에 녹색인프라 정책을 만들어 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경 공약에 포함 될 수 있는 문화와 관광산업, 생태휴식공간, 생활문화공간 등에 대한 내용이며 코로나 팬데믹 시대 이후에 쾌적한 환경 조성은 국정기조의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 정책에 녹색인프라가 주요 과제로 선정되어 예산과 조직이 뒤따를 수 있는 방안을 각 대선 캠프에 공약으로 제공해야 하겠다.

둘째는 IFLA 세계조경가대회 한국총회의 성공적 개최이다. 우리나라에서 1992년에 개최된 이후 30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IFLA 한국총회는 한국조경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된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전문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활공간은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고 그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그러한 생활공간을 가꾸고 다듬는 일이야말로 살아있는 참 예술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경가 여러분은 ‘인간과 자연의 가교이자 자연의 제2창조자’입니다.”라고 격려를 했다.

이러한 메시지의 의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강조해야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이번 IFLA 행사에는 신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축사와 격려를 해주면 좋겠다. 올해 IFLA 한국총회의 주제는 ‘리:퍼블릭(RE:PUBLIC)’으로,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감염병·기후위기·인구감소·도시재생 등 복합적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 좌표가 ‘공공성의 회복’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선정됐다. 이번 한국총회가 녹색인프라 구축을 통해서 이상기후와 환경악화에 신음하는 지구촌의 수호신이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또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를 통해서 조경이 만드는 녹색 인프라의 중요성을 고취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K-POP을 비롯한 한국문화를 세계만방에 펼치는 것처럼 한국조경도 그렇게 되는 것이 IFLA 한국총회의 미션이기도 하다.

셋째는 조경의 권리와 책임이 잘 발휘되어야 한다. 조경이란 전문직종이 대한민국에 생긴 지는 50년 밖에 안 됐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에는 훌륭한 자연환경과 궁궐정원, 별서정원, 마을숲 등을 기반으로 피어난 문화 예술이 생활 속에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한 금수강산이 1960년대 국토개발의 높은 파도에 밀려서 급속히 파괴되다가 뒤늦게 환경보호와 복원 차원에서 조경이라는 전문분야가 탄생했다. 조경을 전공으로 하는 학문이 생기고 법과 제도로 조경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그동안 토건분야에서 함부로 행하던 조경업무가 조경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생겼다.

그런데, 지난 50년 동안 조경에게 주어진 이 권리를 잘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초창기에 조경의 영역을 수임한 조경인은 그나마 좋은 환경 속에서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조경인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잘 되고 있는 것이 자기만의 노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조경의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태가 된다. 그동안 조경분야의 단체 활동을 통해서 여기까지 조경의 영역을 지켜온 모습을 지켜본 필자는 앞으로의 조경분야 단체 활동에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경인의 책임이 필요한 부분이다. 개인 본연의 업무에도 충실하면서 조경 공동체의 활동에 참여해서 힘을 모으는 것이 조경인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대통령 선거에 맞춰서 녹색인프라 공약을 만드는 것과 IFLA 한국총회의 성공적 개최도 조경인이 참여해야 가능한 권리와 책임이다.

한국조경신문도 조경인의 권리와 책임에 발맞추어 힘차게 동반·전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2022년 한국조경의 포효(咆哮)를 듣고 싶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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