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 홉하우스·앰브라 에드워즈 지음, 박원순 옮김, 시공사 펴냄, 512쪽, 2021년 10월 26일 출간, 값 5만5000원
페넬로페 홉하우스·앰브라 에드워즈 지음, 박원순 옮김, 시공사 펴냄, 512쪽, 2021년 10월 26일 출간, 값 5만5000원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수십 세기에 걸쳐 내려온 가드닝은 기후와 지형,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기후위기와 코로나팬데믹 시대 정원의 심미적 차원을 넘어 생태적 역할에 주목하며 지속가능한 정원을 모색하는 가운데 ‘정원’을 매개로 인공의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망라한 정원 역사서가 나왔다.

책은 가드닝이 태동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페르시아의 정원에서부터 고대 그리스·로마 이슬람문화권, 중세를 가로질러, 정원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17세기 서유럽과 대서양 건너 신대륙 아메리카의 정원, 근현대 생태정원까지 그야말로 전 세계 정원을 집대성한 정원 역사서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3000년에 이르는 방대한 인문학 자료를 바탕으로 자연환경에 따라 발달한 독특한 정원양식에 충실하면서도 정원과 가드닝의 역사 중심에 정원사(가드너)를 뒀다.

과학의 발달로 식물 육종이 본격화한 19세기, 정원사들은 고전 유럽장미와 교잡해 여름 내내 꽃이 피고 지는 ‘하이브리드 퍼페츄얼’ 계통의 장미 등 셀 수 없이 새롭게 유통되는 식물들을 재배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에서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는 정교한 키친가든의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지은이가 “무수히 정원사의 숫자만큼 가드닝의 역사 또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전해질 수 있다”고 말한 이유다.

지은이는 중세 암흑기를 지나 인문주의가 세계무대에 등장한 르네상스 시기 정원은 오늘날에도 소환된다고 말한다. “르네상스 정원 디자인의 고전적인 공식은 종종 20세기 정원디자인에서도 인용되는데, 아무리 ‘형식성’의 개념에 실색하는 디자이너들조차 르네상스에서 유래한 정원 안에서 공간을 구조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며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가드닝이 미친 영향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목적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썼다.

이처럼 책은 연대기적 서술형식에 기대고 있으면서도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정원을 종횡하고 공명하면서 오늘날 지속가능한 정원 ‘상’에 대해 질문케 한다.

가드닝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유럽의 중세시대 정원을 그림이나 문학, 관개시스템에서 추적한 중세 정원의 목가적 풍경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도 흥미롭다.

아울러 식물, 정원, 조경과 관련된 자료사진들은 책읽기의 시지각적 즐거움으로 충분하다.

국립세종수목원에 재직 중인 옮긴이 박원순 가드너가 “책에 담긴 정원과 관련된 세계사와 인문학적 내용들은 이 분야에 있어서 가장 세련된 지식인의 소양으로 알아 두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고 밝혔듯, 책은 방대한 한 권의 정원사인 동시에 예술사, 문학사, 과학사, 문화사를 아우르면서 정원사나 일반 독자들에게 인문교양서로서 추천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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