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승동엽 기자] “우리 도시에는 ‘감성’이 부족하다. 감성을 불어넣기 위한 가장 좋은 소재는 ‘물’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는 지천과 실개천이 마치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우리는 ‘지천과 실개천’을 이용해 생활 중심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수변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도입된 서울시 총괄건축가 제도는 시민 중심의 도시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도입됐다. 집이라는 작은 주거 단위부터 초고층 빌딩과 상가들로 혼재된 거대한 조직까지 통합적으로 도시를 계획하는 건축가이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시범 설치 사업 최초 아이디어 제안, 보행약자를 위한 횡단보도 잔여시간 표시기 도입 등 ‘장애인 건축 전문가’로도 유명한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가 지난 6월 서울시의 도시건축 정책과 공간환경 사업 전반을 총괄·기획하는 총괄건축가에 위촉됐다.

강 총괄건축가는 지난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연간 100만 명이 찾는 한려해상공원 외도, 제주 에코랜드, 가평 프랑스문화촌(일명 쁘띠프랑스) 등을 설계했다.

총괄건축가 취임과 동시에 서울시의 도시 공간을 수변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피력하는 강 총괄건축가를 만나 자신의 철학과 수변 공간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공공건축물부터 공원, 가로, 조경 같은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도시건축·공간 사업을 다루는데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하려고 하는가?

A. 기본적으로 우리 도시는 현재 호흡을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후 복구 상황을 본 독일의 한 사진작가는 우리나라 도시를 살해된 도시라 평가했다.

완전히 파괴된 도시를 단시간에 저비용으로 복구해야 하니 그때 당시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지만 지금은 그때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풍요로움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도시가 왜 이렇게 호흡할 수 없을 정도로 메말라 있는 상태인지 너무 안타깝다.

우리 도시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감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가치 키워드를 ‘감성 도시’로 잡고 총괄건축가 직무를 수행하려고 한다.

도시에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 가장 좋은 소재가 ‘물’이다. 다시 말해 수변 중심으로 도시 공간을 개편할 계획이다.

 

Q. 수변 중심의 도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한강 주변의 층고 제한 규제 해제 움직임과 관련해 충돌 사항도 발생할 수 있지 않나?

A. 수변 중심의 도시 공간 구조를 얘기하면 모두 다 한강에만 관심을 갖는다. 한강은 생활 중심이 아니고 도시의 중심이다.

실제 권역별 중심은 지천이고, 실제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실개천이다. 실개천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거미줄같이 뻗어 있다. 이 실개천을 우리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개편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개천은 가장 소단위의 마을 공동체 중심 공간이 될 수 있다. 균형 발전 측면에서 한강을 예로 들면 강남, 강북으로 나눌 수 있지만, 실개천을 가지고 균형 발전을 얘기하면 우리 동네 어디에나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실개천을 중심으로 수변공간을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Q. 실개천 중심으로 수변을 개편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A. 연말쯤에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실개천 혹은 지천을 가지고 수변을 도시 공간의 중심, 생활공간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강서구 같은 경우는 지천과 실개천 보유량이 가장 적지만 가장 긴 한강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한강을 가지고 수변을 개편할 수도 있다.

수변 개편은 자치구 공개 공모를 통해 이뤄질 것이며, 몇 개의 자치구를 선정해 시가 조성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계획 중이다.

 

Q. 생태복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A. 당연하다. 수변을 100% 도시화하겠다는 관점만 가지고 접근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재앙을 만날 수도 있다.

수변을 개편 하는데 있어서 치수(治水)도 중요하지만 상당 부분은 자연상태로 내버려 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물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유역을 넓히고, 이것을 인간들이 순응하면서 자연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강을 예로 들면, 치수라는 이름 아래 한강을 완전히 왜곡시켜 놓고 양 하천면에 콘크리트로 된 방호벽을 세웠다. 생태복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보호 구역 지정이 아니라 생태계 스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편으론 내버려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Q. 도시 녹지와 관련된 디자인 철학과 조경에 대해 말한다면?

A. 지엽적으로 꽃과 나무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색감을 보고 작업을 해야 한다. 누군가가 특정 장소가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것은 특정 꽃과 나무가 식재돼 있어서가 아니라 장소에 어울리는 특별한 ‘감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사계절 내내 관람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장소는 벚꽃으로만 유명하다. 벚꽃이 지면 그 장소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내가 원하는 녹지 철학은 하나의 장소에 봄에는 꽃나무, 여름에는 그늘나무, 가을을 위해서는 단풍나무, 겨울을 위해서는 수영이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조화롭게 어울려져 있는 곳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도시 녹지화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시, 에너지를 절약하고 축적하는 것이라고 본다. 에너지를 축적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분야가 조경이라고 생각한다.

강 총괄건축가는 조경의 역할이 단순히 보임을 위한 것을 넘어 청정도시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조경을 통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서울시 수변 공간 개편에 있어서도 조경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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