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공원 설계’ 시 자연적 요소와 일상성은 필수 요소다”
“‘메모리얼 공원 설계’ 시 자연적 요소와 일상성은 필수 요소다”
  • 승동엽 기자
  • 승인 2021.09.09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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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엘씨 주관 ‘공공예술로서의 조경’
세 번째 세미나 ‘조경×메모리얼’ 진행
‘메모리얼 영역’ 조경 주력 분야
(온라인 화상회의 캡쳐, 시계방향으로) 손은신 AURI 연구원, 권영란 AURI 연구원, 양근애 명지대 교수
(온라인 화상회의 캡쳐, 시계방향으로) 손은신 AURI 연구원, 권영란 AURI 연구원, 양근애 명지대 교수

[Landscape Times 승동엽 기자] 우리 주변에는 무언가를 기념하고 추모하는 공간이 꽤 많다. 학교나 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위인의 동상, 특별한 해를 기념하는 기념비나 표지석, 기념관, 묘지나 납골당 등이 그렇다. 흔히 이것을 ‘메모리얼’이라 칭한다.

최근 메모리얼은 대상 중심이었던 기념비에서 점차 공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조각상에서 공간 중심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공간 설계를 담당하는 조경이 메모리얼의 영역에 자연스레 편입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8일(수) 유엘씨(ULC ,Urban Landscape Catalog)는 ‘Open Space, Open Artwork: 공공예술로서의 조경’ 프로젝트 세 번째 온라인 세미나 ‘조경×메모리얼(기억 표현하기)’을 개최했다. 세미나는 손은신 건축공간연구원(AURI) 연구원의 발제와 양근애 명지대 교수, 권영란 건축공간연구원(AURI) 연구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조경가, ‘자연적 요소’ 결합

메모리얼 공원 설계서 강점

조경가는 공간에서 기억의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고, 방문자가 기억을 경험하며 추모도 병행할 수 있는 공간 구조와 동선을 구성하는 데 강점을 지녔다. 현대 메모리얼의 주요 사례로 꼽히는 워싱턴의 베트남 참전용사 메모리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뉴욕의 9.11 메모리얼 모두 조경가의 설계작이다.

특히, 조경가의 강점은 ‘자연적 요소’를 결합한 메모리얼 공원에서 잘 나타난다. 예컨대 2006년에 진행된 9.11 메모리얼 공모전에서 최종 8개 안에 올랐던 ‘빛의 정원(피에르 데이비드, 션 코리엘, 제시카 크메토빅) 설계안은 자연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요소로 설계됐는데, 메모리얼을 찾아와 애도하는 사람들이 자연의 변화를 보며 인간의 삶에 대해 고찰하고 위안과 안도의 감정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발제에 나선 손은신 연구원은 자연적 요소는 희생자 또는 이들의 무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요소라며 최근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 설계경기 사례를 들었다, “설계안에서는 한 그루의 노란색 은행나무를 한 명의 희생자에게 각각 대응했다. 나무에 실제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각각 대치하는 방식인데, 추모공간을 채워나가는 나무 한 그루가 실제로 공원에 봉안되는 희생자에 직접 대응하도록 구성했다”며, 어린 묘목 은행나무에는 성장하면서 기억이 담기고, 가을이 오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세월호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416 생명안전공원, 416의 사회적 기억과

‘공원의 일상성’으로 추모하고 공유해

자연적 요소 이외에 또 다른 조경의 역할은 도시 공간 안에서 ‘일상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416 생명안전공원의 설계공모 지침서를 살펴보면, 공원에서 세월호 참사의 기억에만 치중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오히려 공간의 가장 주요한 기능은 공원의 일상과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의 ‘공존’이었다.

손 연구원은 일상과 메모리얼이 공존이 필요한 이유를 메모리얼 공원이 도시 공공 공간에 섞여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의 가장 끔찍한 기억이라 할 수 있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서도 일상성이 발견된다. 메모리얼 내부로 걸어 들어가면 높아지는 콘크리트 블록 사이에서 하늘과 빛만 보이고 바깥의 도시 풍경과 소리가 점차 사라져 홀로 있는 것과 같은 압도감과 추모의 감정을 경험하지만, 가장자리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편안하게 산책하는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유태인의 무덤을 상징한다고 하는 콘크리트 블록 위에 올라가는 어린아이들도 있다”며, 대중들이 방문하는 공원에 ‘일상성’은 필수 요소라고 언급했다.

양근애 교수 또한 일상성을 강조하며 “일상과 메모리얼의 공존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의 일상속에 기입된 과거의 시간뿐만 아니라 미래의 시간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기억하겠다는 말은, 세월호를 과거의 시간이 아니라 현재 속에 들여놓고 그 사건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와 행동의 표현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메모리얼 조성 시 집단 간 갈등과 논쟁

“협의 거쳐 타협 이르는 과정 중요”

메모리얼 조성 과정에서는 갈등과 논쟁 또한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해집단간의 가치관의 대립과 서로 다른 생각은 그 기억을 담아내는 공간 조성에 앞서 미리 풀어야 할 숙제이다.

권영란 연구원은 제주 이승만 별장을 사례로 들며 “이승만 별장은 2004년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이후 제주시는 이승만 별장을 역사문화탐방지로 활용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제주 4·3 유족과 유관 단체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또 한 번의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성명서를 내고 강력히 반대했다. 그 결과 사업 추진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기념관 건립 사업은 추진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역사적 기억이 메모리얼로 조성되는 과정에 앞서 동시대의 시각에서 이를 해석하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손 연구원은 “이러한 갈등도 메모리얼 조성과정에서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결과물로 반영돼 표현된다. 논쟁이 있던 부분은 축소되거나 변화하거나 협의를 거쳐 결국에는 타협점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조경신문]

승동엽 기자
승동엽 기자 dyseung@latimes.kr 승동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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