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아까워도 쉬어가기
[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아까워도 쉬어가기
  •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1.09.01
  • 호수 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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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조금 있으면 추석이다. 사람들 입장에서는 공들여 노력한 수확물을 거두는 때이고 식물들 입장에서는 혼자서 또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자식을 생산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종종 어떤 나무는 자식을 실하게 생산하지 않는다. 병충해로 아픈 것도 아니고 토양의 조건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꽃을 제대로 피우지 않고 열매도 시원치 않다. 사람들 입장에서는 섭섭하고 기운이 빠진다.

이런 현상을 ‘해거리’라고 하는데 열매를 맺지 않고 해를 거른다는 뜻이다. 어떤 해에 열매가 많이 열리면 나무 안의 양분이 적어져서 다음 해에는 열매가 적게 열린다. 지난해에 풍성한 후손들을 기르고 나면 올해에는 쉬는 현상이다. 해거리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특히 감귤나무, 감나무는 해거리가 잘 일어난다. 해거리의 이유는 나무의 휴식이다. 나무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기력을 회복하여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몇 년 동안 자식을 낳고 키우는 데만 온 힘을 다 쏟으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여 기초체력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무는 해거리 기간 동안 모든 활동을 천천히 하면서 오직 재충전에만 힘쓴다. 물과 영양분을 옮기느라 지쳐버린 기관들을 돌본다. 생산보다는 생존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 년 간의 휴식이 끝나면 나무는 다시금 다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다.

최근 친구 하나가 건강에 위험신호가 왔다. 정열적으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생산하여 늘 부러웠던 친구였는데 여기저기 돌봐야 할 곳이 많이 생겼다. 평소에 몸살 한 번 앓지 않았던 그였는데 어찌 그리 되었을까? 그에게 이제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나무처럼, 식물처럼 사는 것이다. ‘해거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중독인 그가 평소에 이 해거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연이 그에게 준 선물(?)과 기회가 바로 질병이다. 식물처럼 스스로 알아서 해거리를 하지 못하니 쉴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된 것이다. 해거리하기, 세상에서 야무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식물을 따라만 하면 된다.

열매 맺기에 전력을 다하는 식물들도 때로는 쉬어간다.
열매 맺기에 전력을 다하는 식물들도 때로는 쉬어간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하루 10시간을 잤다. 우리 보통 사람들보다 3시간 정도 더 잔 셈이다. 그는 자는 동안 여러 가지 영감을 얻었고 그것들이 그의 창의적 아이디어의 거름이 되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2회, 일주일간의 휴가기간을 갖는다. 그와 휴가를 함께 지낸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종일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시절 중요한 경영전략들은 모두 이 휴가기간에 나왔다.

인도의 밀리언셀러 작가인 딥 트레버디(Deep Trivedi)는 자신의 책 ‘내 멋대로 사는 인간, 호모 아니무스(원제: I am the Mind)’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충전활동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하루 한 시간의 운동, 두 번째는 적절한 수면(해 뜰 때 기상하기), 세 번째는 3시간 단위의 식사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닌 한정적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들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우리가 지닌 일상의 책임들을 하나씩 폐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관념, 주의, 누적된 일과 인간관계들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쓸데없는 정보와 생각도 버린다.

불필요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포기하라고 한다. 이 또한 나무의 전략과 같아 흥미롭다. 나무들은 해거리 때 그 좋아하는 꽃도 거의 안 피우고 열매에도 무관심하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는 온갖 잡다하고 불필요한 일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딥 트레버디 또한 빌게이츠 스타일의 휴식과 휴가를 권하고 있다. 5~6일의 휴식이 6개월을 지탱해준다고 하며 1년의 2번의 휴식을 추천한다. 식물은 해거리를 통해서 조화로운 일생을 사는데, 이걸 못 참는 사람들 중에는 식물이 해거리를 못하게 인위적으로 거름을 주고 살충제를 치기도 한다.

어쩌면 미련한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에게 살충제와 거름을 잔뜩 먹이면서 매년 매달 매일 매시간 매초를 생산하고 또 생산하게끔 자신을 괴롭히는 지도 모른다. 더 높은, 더 많은 성공과 성취를 위해서 해거리를 용납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쯤해서 병충해에 걸린 나의 친구는 그나마 행운일 터이다. 곧 추석연휴이다. 해거리로 휴가 낸 식물들을 떠올리며 아주 잠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보자.

[한국조경신문]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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