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우드 홀  ⓒshelter
교토 우드 홀 ⓒshelter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극도에 다달은 일본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SDGs(지속가능 발전 목표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 Environment·Social·Governance) 등 환경의식 확대를 배경으로 목조건물의 인기는 급상승을 타고 있다.

 

나무의 무한 변신

도호쿠 지방 최대 도시인 센다이(仙臺)는 풍부한 녹음이 아름다워 ‘숲의 도시’로도 불린다. 그런 센다이역 교차로에 인접한 1등지에 올해 4월 들어선 한 건물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초고층 건물인 것도 아니고 특징적인 외관인 것도 아닌데 이목을 끄는 이유는 바로 그 건물이 나무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나무로 지어진 이 ‘타카소 목공 빌딩’은 지난 4월에 완공된 일본 최초의 순수 목조 7층 건물이다. 지금까지 철골이나 철근 콘크리트와 함께 목재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고층 건물은 있었지만, 주요 구조재로 원목에서 잘라낸 자연 상태의 목재인 무구재를 사용한 ‘순수’ 목조 고층 빌딩은 일본 내에서 최초이자 7층 높이도 최고층을 기록했다.

건물 용도로는 1~6층은 임대층이고 7층은 건물주가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고층 개념의 명확한 정의나 높이 기준은 없다. 다만, 건축기준법 제34조에 높이 31m 초과 건물은 비상용 승강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어 고층 건물의 일반적 기준이 높이 31m라 보면 된다.

고층 건물은 일반적으로 철골 또는 콘크리트를 이용해 짓지만, 최근엔 유럽을 중심으로 목조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쿠버에는 2017년 완공된 18층 목조 건물이 대학 기숙사로 이용되고 있고, 노르웨이엔 높이 약 85m 18층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이 2019년 완공되는 등 세계 각지에서 고층 목조 건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도와 내구성이 과제

타카소 목공 빌딩의 설계·시공을 담당한 곳은 야마가타에 위치한 ‘셸터(Shelter)’라는 건축회사다. 지금까지 빌딩 건축에서 목조가 널리 채택되지 못했던 이유는 강도와 내화성에 있다.

셸터는 이 문제를 우선 강도에 있어 목재의 연결·조합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다. 일본에선 일반적으로 목조 건축이라고 하면 재래공법이라 불리는 ‘목조축조공법’이 일반적이다.

재래공법은 골조를 형성하는 기둥과 들보를 홈과 이음재를 이용해 접합하기 때문에 기둥 중심부분에 비해 접합 부분이 두께가 가늘고 강도가 떨어진다. 이에 지난 1974년 KES공법을 자체 개발한 셸터는 이 공법을 그대로 적용시켰다.

KES공법의 안전성은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 때 철근 콘크리트 건물들마저 붕괴됐으나 73채의 KES공법으로 축조된 3층 목조 주택들은 단 한 채도 붕괴되지 않아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쿨 우드 구조  ⓒ한국조경신문 그래픽
쿨 우드 구조 ⓒ한국조경신문 그래픽

 

내화성은 목재 내화 부재인 ‘쿨 우드(COOL WOOD)’ 개발을 통해 극복했다. 쿨 우드란 하중을 지탱하는 중심부(하중지지부) 다발기둥을 만들고 중심부의 연소를 막는 중간층 부분은 석고보드를 사용, 노출되는 표면은 목재를 이용하는 샌드위치 구조를 취하는 방식이다.

다발기둥은 이름 그대로 여러 개의 목재를 다발로 묶어 굵은 기둥을 형성한 것인데, 타카소 목공 빌딩의 경우엔 셸터가 자체 개발한 한 변이 15cm인 삼나무 무구 각재를 최대 9개까지 묶어 측면으로부터 드리프트 핀이나 볼트를 박아 하나의 기둥으로 고정시켰다.

이 다발기둥을 다시 석고보드로 감쌈으로써 내화성을 높이는 것인데, 일본 최초로 국토교통성으로 부터 내화 인증을 2017년에 취득했다.

이를 계기로 쿨 우드는 층수·면적·용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건축물 기둥재로서 널리 활용하게 됐다.

이처럼 KES공법과 쿨 우드라는 두 기술 요소가 목조 건물의 기존 한계이던 강도와 내화성 극복의 돌파구가 됐다. 하지만 타카소 목공 빌딩이 주목을 받은 것은 순수 목조 건물이고 일본 최고층 건물이라는 점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풍부한 삼림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원목을 구조용 집성재로 가공할 수 있는 JAS인증(농림규격인증) 공장은 제한적이라 부자재 생산 시의 수송거리가 늘어나는 등의 구조적 약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발기둥의 경우엔 제한적인 인증 공장뿐만 아니라 일반 목재공장에서도 가공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일본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침엽수 제재를 이용해 평범한 목제공장에서도 가공 가능한 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일본 내 임업진흥 및 목재의 지역생산 지역소비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셸터는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건설공기는 철근 콘크리트 방식의 절반 정도이고 이는 곧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목조 구조로 건물이 가볍기 때문에 기초공사에 드는 콘크리트 사용량도 절감이 가능하다.

 

산림 리사이클에 초점

최근 우드쇼크로 세계적으로 목재가격 폭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본지 제638호 보도) 이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해외시장의 목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컨테이너 부족과 해상수송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도 건축용 목재의 절반가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시장가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은 국토의 약 70%가 산림인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산림자원 보유국임에도 이처럼 국제 시세에 영향을 받는 이유는 33%에 머무르고 있는 목재 자급률 때문이다.

이는 값싼 수입재에 수요가 쏠리는 한편, 철·알루미늄 등 대체재로의 전환도 잇따르며, 일본 내 임업이 완전히 쇠퇴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나무를 교체하는 산림 사이클 관점에서도 목재이용은 중요하다. 산림은 CO2를 흡수해 온난화 방지에 공헌하지만, 나무도 나이가 들면 흡수력이 떨어진다.

목조 건물 보급을 제창하는 스미 슈조 도쿄 해상 니치도화재보험 고문은 “전후 조성된 대규모 산림이 노령기에 접어들고 있다. 탈탄소 사회 관점에서도 산림 사이클은 필수적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회의 환경의식이 높아지며 목조 건물은 지금도 속속 착공에 들어가고 있다. 요코하마 현 미나토초에는 대형 종합건설사인 오바야시구미가 2022년 3월 완공 예정으로 높이 44m 순수 목조건물 지하 1층, 지상 11층을 건설 중이다.

그 밖에도 시미즈 건설은 도쿄 교바시 오피스 타운에 높이 56m 지상 12층 건물, 휴릭은 도쿄 긴자에 12층 건물, 미츠이 부동산은 높이 70m의 지상 17층짜리 일본 최고층 목조건물 건설을 현재 계획 중이다.

 

도움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일본도쿄무역관

[한국조경신문]

이와모토초 파크 우드 오피스  ⓒShelter
이와모토초 파크 우드 오피스 ⓒShe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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