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식물은 알고 있다
[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식물은 알고 있다
  •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1.08.18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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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나무’에는 나무와 소녀의 애틋한 우정 이야기가 실려 있다. 소녀는 어릴 적부터 나무를 찾아가 자기 마음을 속삭인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특별한 날에도 나무와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하며 살아간다. 여기까지 보면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베르베르의 단편집에 나오는 나무 이야기는 분위기의 급변이 있다.

어느덧 숙녀로 자란 소녀가 이 나무 앞에서 그만 친구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소녀는 나무가 알아주기를 바랐는지 범인의 머리칼을 나무 둥치 속 구명에 숨겨두고 숨을 거둔다. 긴 세월 함께했던 친구를 잃은 나무는 우울하고 힘든 나날을 보낸다. 살해사건이 바로 이 나무 아래서 일어났으니 경찰이 현장 조사하러 오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살해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나무는 누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저 마음 뿐,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단편의 제목은 “말없는 친구”이다. 고심하던 나무는 어느 날, 필생의 결심을 한다. 멀리서 경찰들의 음성이 들려올 때 나무는 온 힘을 다해 범인의 단서를 알려주기로 한다. 나무 주위를 맴돌던 경찰이 돌아가려고 할 때 나무는 소녀를 위해 잎을 하나 떨군다. ‘말없는 친구’가 죽을힘을 다해 친구를 위해 한 일이었다. 경찰들은 웬 커다란 나뭇잎이 하나 툭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나뭇잎이 떨어지자 둥치에 난 커다란 구멍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구멍 안에는 바로 범인의 머리칼이 들어 있었다. 나무는 자신의 친구를 위해 큰일을 해냈다. 경찰은 그 단서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고 나무는 친구의 원한을 풀어주었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식물의 각종 능력에 대해 관심도 있고 지식도 있었다. 그의 작품노트를 보면 식물의 생태와 미처 알려지지 않은 식물의 능력에 대해 기술한 것이 보인다.

안개 속에 숨어있는 나무들. 우리가 식물에게서 밝힐 수 있는 비밀은 얼마나 많을까?
안개 속에 숨어있는 나무들. 우리가 식물에게서 밝힐 수 있는 비밀은 얼마나 많을까?

미국 CIA의 거짓말 탐지 전문가 클리브 백스터(Cleave Backster)박사는 1966년의 어느 날 아주 엉뚱한 짓을 했다. 자신이 금방 물을 준 화초의 잎에 피의자의 감정 상태를 측정하는 기계장치를 들이댄 것이다. 그랬더니 거짓말탐지기 바늘이 마치 화초가 숨을 쉬듯 평온하게 움직였다. 백스터 박사는 호기심에 화초의 잎사귀 한 장을 태워보려고 성냥을 가져왔는데, 그가 불을 붙이기도 전에 거짓말 탐지기 눈금이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나 놀랐고 흥분한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른 식물들에게도 똑같이 기계장치를 디밀었다.

결과는 엄청났다. 식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래프로 보여 주었다. 백스터 박사는 조금 복잡한 실험을 해보았다. 여섯 명의 학생들을 참가시켜 식물을 괴롭히는 실험을 했다. 한 명의 학생이 두 개의 식물이 있는 방에 들어가서 한 식물의 뿌리를 뽑고 그 뿌리를 완전히 짓이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서로 모른다. 범인을 아는 것은 오직 방에 남겨진 식물뿐이었다.

박사는 이 식물증인에게 검류계를 대고 여섯 학생이 차례로 식물 앞으로 지나가게 하였다. 식물은 다른 학생들이 지나갈 때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범인 학생이 나타나자 확실하게 반응했다. 바늘이 격렬하게 움직인 것이다. 이 식물증인은 범인을 기억했다. 다른 실험도 있었는데, 화분 두 개를 놓고 한 화분에만 물을 주어서 옆의 화초는 말려 죽였다. 그런데 옆에 있던 화초가 말라 죽는 모습을 본 화초 역시 물을 주어도 좋아하지 않고 아주 약해지면서 눈금을 힘없이 움직이다 며칠 뒤 죽었다.

백스터는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통해 “식물은 기쁨과 두려움을 구분하며 기억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심리적 작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작가 베르나르는 백스터의 실험 결과를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 식물 사이에 가능한 교감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인간이나 식물이나 동물이나 간에 서로 통하고 보듬을 수 있다.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생명애를 “생명과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정적 사랑”으로 정의했다. 지인들 중에는 가까운 곳에 ‘나의 나무’를 만들어 기쁠 때나 슬플 때 발걸음을 하며 그 아래서 안식과 위안을 찾는 분들이 있다. 더위가 점차 물러가는 이 가을, ‘나의 나무’를 만들어 속내를 이야기하고 지친 마음을 위안하는 식물과의 교감을 가져 보자. 나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마음을 받아 줄 것이다. 식물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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