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협동조합 틔움 이사장
성민규 협동조합 틔움 이사장

[Landscape Times]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한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물리적․비물리적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실행한다. 이때 다수의 도시재생활성화구역에서는 공동이용시설을 계획하고 조성하여 주민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공동이용시설은 작게는 주민들의 활동 공간인 앵커시설들을 지칭하고, 크게는 공원, 놀이터, 주차장 등의 기반시설(도시재생기반시설)까지 포함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정의) 및 시행령 제3조(공동이용시설의 종류), 조례 제4조(공동이용시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을 지칭하고 있다.

1. 놀이터, 마을회관, 마을 도서관 등 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시설 2.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판장ㆍ세탁장 등 공동작업장, 화장실 및 수도 3. 어린이집ㆍ경로당 등 아이돌봄서비스시설 및 노인복지시설 4. 마을방송국ㆍ마을신문사 등 지역주민 간 정보교류 및 의사소통을 위한 시설 5. 마을기업ㆍ마을카페 등 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시설 6. 관리사무소, 공동 택배함, 경비실, 보안·방범시설 등 마을의 안전 및 공동이용관리를 위해 필요한 시설 7. 주민운동시설, 목욕탕, 독서실, 작은도서관, 문고, 자전거보관대 등 주민공동체 활동을 위한 복리시설 8. 쓰레기수거 및 처리시설, 재활용품 수거시설, 파고라, 공동 텃밭 등 마을의 환경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설 9. 공동판매장, 공동회의실, 공동창고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시설

2011년 전주시 노송동 물왕멀 일원의 천사마을에 2006년부터 추진된 도시재생연구개발사업(R&D 도시재생 테스트베드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천사마을 가꾸기 사업의 결과로 공동이용시설이 건립되었다. 이후 천사마을에는 노후주거지 환경개선사업과 지역자력형 도시재생을 위한 지역역량강화사업이 시행되었고, 이 성과를 전주시 전체로 확대시키기 위한 거점시설로 2015년 12월 전주도시혁신센터로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 외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지원센터, 주거복지센터, 커뮤니티룸, 협동상회, 작은도서관, 천사헬스장, 순환형임대주택, 교육실, 세미나실, 카페 등의 공간들이 입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동이용시설들이 각 지역의 도시재생사업 실행으로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공동이용시설 현황(2020년)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공동이용시설 현황(2020년)

서울시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으로 2020년 현재 15개 지역에서 52개의 주민공동이용시설이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의 (관리형)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2020년 현재 55개소에 공동이용시설이 완공 및 공사 중에 있다.

이렇게 건립된 공동이용시설들은 주민협의체와 공공의 협약을 통해 무상사용 중이거나 도시재생 지역재생기업(CRC) 등에서 위탁관리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취지상 공공은 공동이용시설을 조성해 주고, 지역(주민)에서 시설을 운영․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조성 후 운영에 들어간 여러 지역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관리형)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한 선행연구(주거환경관리사업 정비계획 추진현황 분석 평가 및 개선방안/동림피엔디, 중앙대 산학협력단/2018.01.)를 살펴보면 시설을 운영하는 주민공동체의 부담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중 ‘주민공동체 운영 비목별 부담정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공동이용시설의 유지관리(인건비, 공과금, 건물수리비) 부담(전체지출의 56.7%)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태조사용역 자체 설문조사
실태조사용역 자체 설문조사

도시재생사업 및 (관리형)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 공동이용시설은 사업초기 지역의 욕구를 모두 반영하여 규모가 크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들어가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바꾸어 이야기 하면 사업초기 공동이용시설은 운영 주체의 운영관리비 부담이 크고, 운영을 책임져야하는 프로그램이 많게 조성되었다라고 할 수 있다.

사업 도입 초기 공동이용시설을 조성하였던 공공은 1~2년 내에 지역(주민)의 역량이 성장하여 공간을 스스로 운영관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으나, 지역여건(주민 연령별/성별 구성, 활동가능 주민수, 지역산업, 교육 정도, 지형, 주거형태 등)의 차이에 의한 지역 역량 성장 저조로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지역도 나오면서 공동이용시설 운영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는 지역 역량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역에서 필요한 것보다 많은 프로그램이 도입되거나, 지역의 운영 역량을 고려한 공간으로 조성되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다르게 표현해 보면 공급자 측면에서 사용자의 성향과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공급하여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에서는 공동이용시설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공동이용시설을 조성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마져도 사용자의 여건을 고려하기 보단 문제발생의 요인을 제거하려는 공급자의 편의주의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그동안 도시재생사업 외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계획과 실행에서는 일정한 간극이 있다’, ‘계획 따로, 실행 따로’, ‘원래 실행은 그런 것이다’ 등의 생각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으로 조성된 시설의 운영․관리 주체가 지역(주민)이 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이런 생각은 도시재생사업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으로 근본적인 개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교과서적 접근일 수 있겠지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계획을 잘 수립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어떤 욕구가 있는지, 어떤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 어느 정도의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잘 반영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용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사용자가 계획내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운영을 위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보통 계획을 수립하는 전문가들은 지역 현황을 조사하고 주민워크숍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도시재생활성화계획 고시까지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후 실행과정에서 발생한다. 고시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은 기본계획 개념으로 공동이용시설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본 및 실시설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부터 실행과정은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된다. 많은 지역에서 고시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상의 내용이 재검토되고, 위치와 규모가 변동되면서 해당 사업의 예산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된다.

이러다 보면 해당사업은 초기 계획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변경되고 일정이 늦어지게 되어 가장 빠른 시간내 주어진 예산으로 공동이용시설을 완공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공급자의 역량을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고려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운영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 되는 게 보통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계획 수립 과정과 실행 과정을 구분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사용자 의견을 수렴하여 이에 부합하는 공간 조성을 위해 적절한 예산을 책정하고, 실행 과정에서는 사용자가 운영하고 관리하기에 적정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조성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단과 방법이 고려되어야 한다.

실행 과정에서 사용자 중심의 공간이 조성될 수 있도록 드물지만 이런 과정(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해 공간이 조성되고 있기도 한다. 2019년 서울 중구에서 진행하였던 주민참여형 교육혁신센터 공간기획워크숍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된 공간은 아니지만 신당동 일대 주민들을 위한 열린 교육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커뮤니티 디자인 방식으로 설명회와 워크숍을 진행하여 공간의 용도와 디자인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디자인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이었다.

 

 

주민참여과정을 통해 제시된 주민의견을 통한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이듬해인 2020년 7월 중구교육지원센터 ‘이로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이중 북카페와 창작스튜디오, 엑티비티룸, 스터디카페 등은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어 현재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일반적인 조성과정보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나 공동이용시설 내 작은 부분까지 사용자의 의견이 반영예1)될 수 있고, 공간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향후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하는 공동이용시설의 계획과 실행에 적용하여 진행해 봄직하다.

예1) 중구교육지원센터 ‘이로움’내 엑티비티룸은 사용자의 수와 프로그램에 따라 가변적인 다목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워크숍 의견(프로토타입 만들기)이 반영되어 가벽으로 구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됨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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