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으로) 권경호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장, 제상우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 이은수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오충현 동국대 교수
(시계방향으로) 권경호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장, 제상우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 오충현 동국대 교수, 이은수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자연자원에 기반한 물 순환 체계 도입은 탄소중립 시대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심지 내 불투수 면적이 감소함에 따라 토양으로 스며야할 물이 유실되면서 도시는 집중 호우 등 재난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찍이 저영향개발(LID) 등 생태·식생과 관련해 물 순환 기술을 다뤄온 조경분야는 최적의 산업 분야로 꼽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조경 분야 진출에 장벽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원장 임승빈)이 도시에서 물 순환 체계도입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조경 분야 역할을 조명하는 미래포럼 웨비나를 지난 15일(목) 개최했다.

일정 이상 규모 용역 단독 수주 어려워

빗물분야 법 적용 구속력 약해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부산에코델타시티나 환경부의 빗물유출 제로화 단지, 25개 시에서 진행하는 스마트 그린도시 등 국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물 순환 도시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조경의 직접 참여 기회는 줄어든다.

이날 웨비나에서 발제를 맡은 제상우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은 “생태, 식생 전문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연형 저영향개발 시설의 설계 및 시공에서 조경이 전문가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관이나 환경생태 등을 아울러 종합적인 접근이 가능한 분야”라면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용역은 발주 시스템에서 제외돼 조경 단독으로는 수주가 불가능하다. 기존 친환경 업체도 참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10년 간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수익 보전이 어렵다. 조경 분야 참여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법적 강제성을 띠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저영향개발은 종합적인 사고와 엔지니어링 기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리나 수문학, 지질학, 토양, 수질 등에 걸친 융복합적인 지식을 갖추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저영향개발 아이템이 조경과 관련이 크니 식물과 생태환경에 기반한 제품을 상품화할 노력도 필요하다”며 “물 관리와 IoT 접목한 데이터 기반 사업으로 확장하는 대응능력을 키울 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공재적 성격이 커 민간참여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자연기반(NBS) 해법 전 세계적 추세

관련 타 분야 이미 법제화 추진 중

토론자로 참석한 오충현 동국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물 순환 연구와 관련해 최근 자연기반 해법(NBS)이 대두되고 있다. 저영향개발 자연형 시설로 가는 추세다. 결국 조경계가 정교하게 계량화해서 시설이나 기계자원 투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경관이나 생물다양성 보전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분명히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물 순환을) 조경 영역으로 끌어오려면 법과 제도가 구축돼야 한다. 아쉽게도 이런 일들을 환경영역이나 토목영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며 이미 법제화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 완성되면 자칫 조경이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시장이나 이론을 조경계가 만들었음에도 뒤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성 조경인의 경우 철저하게 제도나 자격제도나 업역 세분화에 대해 정말 타 분야와 고민해 이를 세분화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미래세대에게는 조경교육에서 기존 해왔던 교육에 수리, 수문, 지형, 토양, 기상 등과 같이 이 분야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에서부터 자격제도 개선, 업역 세분화, 적극적인 참여 이런 문제가 지금 다 현안이다. 기존 조경계 선배들이 지난 세월동안 타 분야와 그동안 경쟁 통해 업역을 구축해왔다. LID나 물 순환은 우리 세대가 새롭게 구축해야하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물 순환 분야나 유관분야 참여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느 기술이든 정체되면 후퇴한다. 조경 영역 역시 새롭게 부각하는 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시민체감형 빗물시설 전환 필요

빗물에 대한 인식 개선 ‘과제’

이날 미래포럼 웨비나에서는 물순환도시 전략 관련 전반적인 국내외 도시 물 순환 현황을 비롯해 물 순환 도로를 적용한 시민체감형 안동시 도시 물순환 사례가 소개됐다.

권경호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장에 따르면, 물 순환형 도로는 저영향개발 기법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된 집약적으로 개발이 이뤄진 도심에 적합하다. 기존 띠 녹지를 정비하거나 보수, 또는 신규 설치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매설형 위주의 침투시설에 비해 시민 인지도가 높고 수질 관리에도 효율적이다. 안동시에 조성 예정인 도로 유출수 관리를 위해 적용한 LID 식물재배 클린형 화분이 구체적 사례다.

권 센터장은 “토양과 식생이 어우러져 생기는 자연의 인프라적 기능이 사람이 구동시키는 필터보다 효과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영향개발 물 순환의) 그린인프라 기능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물 순환의 기술적 방법과 함께 빗물자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시민 차원의 실천도 과제로 꼽혔다. 이은수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빗물이용시설이 있지만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비용, 예산, 기술적 얘기를 많이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관리는 사람이 한다. 사람들이 빗물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시설을 만들어도 몇 년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며 “물 순환은 지구를 살리는 생명이다. 이에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서 하늘물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 문화운동과 물 순환 기술이 결합한다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물 문화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미래포럼은 ㈜이놀블록 후원으로 진행됐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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