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수학 아뜰리에나무 소장, 임한솔 유엘씨 에디터, 박세미 시인
(왼쪽부터) 이수학 아뜰리에나무 소장, 임한솔 유엘씨 에디터, 박세미 시인

[Landscape Times 승동엽 기자] 도시 경관을 설계하는 조경은 토목, 건축, 도시와 연계한 실무인 동시에 자연과 문화를 한곳에 엮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창작 행위로도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조경 현장에서 ‘예술’이라는 단어는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실용에 뜻을 둔 설계 혹은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가려져 있고 조경에 있어서 단순히 활용 프로그램으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조경 관련 이론·비평 간행물 유엘씨(ULC, Urban Landscape Catalog)는 조경가의 예술적 자아를 발견, 북돋는 계기를 마련하고 조경과 예술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Open Space, Open Artwork: 공공예술로서의 조경’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세미나를 기획했다.

지난 14일(수) ‘조경과 문학’의 관계를 다루는 첫 번째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는 임한솔 유엘씨 에디터의 발제와 이수학 아뜰리에나무 소장, 박세미 시인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시인 휘트먼, “더 많은 공원, 더 많은 열린 장소” 역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대표작 ‘센트럴파크’ 설계안과 시집 ‘풀잎(Leaves of Grass)’을 낸 조경가 프레드릭 로우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공원’에 대한 각자의 지향점이 명확했다. 옴스테드가 공원을 통해 고상한 분위기와 그림 같은 ‘픽처레스크’ 미학의 재현을 꿈꿨던 반면, 휘트먼은 뉴욕시의 열악한 공중위생의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접촉, 문화적 교류 등을 제공하는 오픈 스페이스로서 “더 많은 공원, 더 많은 열린 장소” 다시말해 ‘민주적 도시 공원’에 초첨을 맞췄다.

임한솔 에디터는 발제에서 “휘트먼의 공원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살았던 대도시의 문제점을 시인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남녀노소를 망라한 모든 계층의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는 민주적 도시 공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면서, “도시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 휘트먼의 공원론은 현대 도시 조경의 본질을 비춰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문학, 근대 이전부터 조경에 깊숙이 관여”

임 에디터는 조경진 교수의 ‘설계가의 시선’을 인용하며 “영국의 시인이자 정원가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와 윌리엄 쉔스톤(William Shenstone), 정원애호가로 유명한 독일의 시인 괴테(Goethe)는 두 분야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탈리아 16세기 저택 빌라 란테(Villa Lante)는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ius)의 작품을 주제로 삼았고 영국의 스타우어헤드(Stourhead) 정원은 역시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아에네이드(Aeneid)를 재현했다”고 말하면서, “문학과 조경이 관계를 맺은 역사는 근대 이전으로 상당히 거슬러 올라간다. 조경이라는 직능이 등장하기 이전의 조경 행위에서, 문학은 이미중요한 위상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조경과 시 모두 유동적 관점으로 인식”

박세미 시인은 시 쓰기 과정과 조경과의 유사점에 주목했다. “시 쓰기 과정은 마치 빈 공간을 의식하면서 돌을 놓는 작업과 같다. 이러한 과정들 때문에 독자들에게 시는 읽기 어렵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조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조경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연’도 통제하기 힘들고 변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놓고 보면 조경 역시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될 수 있다”며, “조경과 시는, 보는 사람의 관점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유동적이다. 때문에 조경과 시는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총 여섯 번의 ‘Open Space, Open Artwork: 공공예술로서의 조경’ 프로젝트 중 남은 네 번의 세미나에서는 각각 조각, 메모리얼, 전시, 워크숍과 조경의 관계를 다루는 발제를 진행한다. 마지막 세미나에서는 조경과 예술 사이의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촉발하기 위한 발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