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스트레스 다루기
[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스트레스 다루기
  •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1.07.14
  • 호수 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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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예상대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작년 코로나의 시작과 전개는 지구촌 사람들의 삶을 확 바꾸어 버렸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오프라인 생활에서 온라인 생활로 사람들은 이동했다. 지난날에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이 여러모로 유리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내성적이고 참을성 있는 사람들의 생존이 안정적이 되었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삶의 패턴이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거라는 생각에서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란 용어가 생겼는데, 어찌 보면 이 용어 속에는 바이러스가 곧 잡힐 거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2년차 우리의 삶은 바이러스와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면서 삶의 패턴이 크게 변하지 못하는 ‘위드 코로나(With-Corona)’로 지속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타격과 손실을 본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 상황이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피해를 입은 사람도 많지만 코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의 악화와 경제적 피해 또한 엄청나다. 그래도 산과 들, 도시에는 푸르른 잎들을 팔랑거리는 싱싱한 식물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그래도 열심히 살라고 노래하는 듯하다.

식물들도 우리처럼 스트레스를 받을까? 당연히 받을 것이다. 나도 며칠 전 건강하게 거실에서 자라고 있는 파키라의 야들한 잎을 실수로 잘랐다. 소리도 내지 않고 피도 흘리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무척 아팠다. 부주의하게 움직이다가 이파리 끝을 베어낸 것이다. 오히려 식물은 그 정도는 별 일 아니라고 나를 위로하는 듯 했다. 예상하지 못하는 아픔과 환경에 식물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안티 스트레스공. 누구나 언제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저항을 통해 이겨내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안티 스트레스공. 누구나 언제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저항을 통해 이겨내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생명체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들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 스트레스라면 식물에게도 그렇다. 식물에게 스트레스(stress)란 불리한 영향을 주는 외부환경이다. 식물이 겪는 주요한 스트레스는 수분스트레스, 온도스트레스, 화학물질에 대한 스트레스, 생물체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다. 식물이 스트레스 환경을 견디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스트레스에서 도망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서 도망하는 방법은 환경이 좋을 때 생활사를 끝내고 불리한 환경에서는 휴면을 하며 좋은 환경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를 ‘스트레스 도망자(stress escaper)’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을 택하는 식물들은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종자가 건기 중에는 휴면하고 있다가 우기가 되면 발아하여 수분이 적당한 시기를 이용하여 성장하고 꽃피우고 종자를 만드는 방식이다. 그러다가 다시 건기를 만나면 휴면에 들어가는 식으로 스트레스로부터 도망한다. 주로 열대우림의 식물들에서 보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망방식을 쓰지 못할 때는? 물론 현명한 식물들이 스트레스에 그대로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이럴 때 활용하는 능력이 ‘저항성(resistance)’이다. 식물은 환경이 악조건일 때 저항하여 그 스트레스를 회피(avoidance)하거나 내성(tolerance)을 갖는다. 스트레스 요건이 있더라도 이를 피해가는 것이 회피이다. 땅이 늘 축축하면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것은 식물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이때 식물들은 뿌리를 깊이 내려서 적당한 물을 찾는다. 이것이 회피이다.

또 한 가지 방식인 내성은 스트레스에 순응하여 참고 견디는 것이다. 식물은 외부환경의 변화와 평형을 이루는 방법을 안다. 수분이 부족하여 실제로 수분을 잃게 되어도 세포의 원형질은 손상되지 않고 견딘다. 이렇게 수분 부족 환경을 극복해 내고 다시금 편안한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살아나갈 능력을 갖춘다. 이것이 내성이다. 물론 스트레스가 아주 심하면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겠지만, 정도가 극심하지 않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견딜 내성이 생겨난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은 식물보다 건강하게 자란다.

이러한 식물의 방식들을 우리 인간에게 적용해 보자. 우리의 일상적인 삶속에서 또는 코로나시대를 맞아 힘든 환경일 때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 현명할까? 이 시기에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을 하는 방법이 있다. 식물처럼 스트레스 도망자가 되는 것이다. 열대우림의 식물처럼 우기와 건기를 활용하는 것인데 이 경우는 경제적 자산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다음 방식은 식물처럼 저항성을 발휘하는 것인데, 코로나 환경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활동의 장을 바꾸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대면에서 비대면 방식이다. 지난 학기에는 논문지도가 급한 나의 조교학생을 학교가 제공한 웹엑스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적으로 도와줄 수 있었다. 파일을 컴퓨터 화면에 공유하여 보면서 지도하니 효과적이었다. 이것은 ‘회피’ 방식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버티기’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 버티기로 요즈음을 살아낸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이 ‘버티기’를 추천해 왔다. 답답해도 참기,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나가지 않기,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나 오락거리 찾기 등이다. 지난 학기 나의 학생 중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하필이면 가장 활발하고 사교적인 친구여서 마음이 아팠다.

사랑과 관심과 우정을 마음껏 나누기 힘든 이 외부적 조건, 스트레스에서 버티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의 내부로 침잠해 가는 것, 식물로 보면 수분을 찾아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교유하는 것은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이다. 나의 일부가 그 사람에게 투영되고 그를 통해 흐뭇해하기도 놀라기도 한다. 이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간이다. 그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작아지고 힘들어하는 나를 북돋아 살아갈 힘을 주는 것, 식물로 치면 원형질을 보존하는 것이다. 종교나 철학,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은 나의 마음을 지탱해 줄 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버팅기기’를 지속하다 보면 어느 사이 스트레스는 잊고 건강하고 든든한 나의 모습이 만들어져 갈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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