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에서 환경정화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장항습지에서 환경정화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Landscape Times 승동엽 기자] 지난 5월 24번째 람사르습지로 등재된 장항습지에서 지뢰가 폭발해 인근 민간 습지보전활동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일(금) 오전 9시 50분경 장항습지에서 M14 대인지뢰(발목지뢰)가 폭발해 환경정화 활동 중이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조합원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됐다.

이날 사고는 고양시로부터 보조 받아 3년째 장항습지 환경정화와 생태교란종 관리를 맡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지역주민들과 같이 쓰레기 수거 등의 작업을 진행하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고양지부 관계자는 “사고 즉시 작업팀이 119에 신고하고 응급조치를 했으며, 부상자는 구급차와 헬기로 의정부성모병원에 이송돼 무릎 아랫부분을 절단하고 봉합한 상태다.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M14 대인지뢰 특성상 사고가 나면 뼈까지 절단된다. 따라서 오염된 피부를 잘라내고 그 안에 뼈를 절단한 후 살들을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항습지 환경정화 활동은 안전부분이 명확히 확보되기 전까지는 계속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국내 최대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는 한강하구 장항습지는 2006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계 교란식물의 습격으로 몸살을 앓았다. 버드나무를 비롯해 버드나무와 공생관계인 말똥게 등 습지생물의 주요 서식지인 갯골도 쓰레기로 가득해 생태계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에 고양시, 한강유역환경청이 예산을 투입, 고양시 내 환경·생태단체, 지역주민이 힘을 모아 습지생태계 보전 활동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장항습지는 지난 2018년 6월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이다. 한강변에 위치해 접근이 용이하며, 생태탐방로가 조성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많은 시민이 찾는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해 김포대교 인근에서 유실된 목함지뢰 폭발 사고, 고양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공원에서 M14 지뢰 발견, 이번 장항습지 대인지뢰 폭발사고 등 가양대교부터 일산대교에 이르는 고양시의 한강변 전 구간에서 네 차례나 지뢰가 발견돼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은 이번 지뢰폭발 사고에 대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지뢰 문제를 오로지 국가 안보의 문제로 치부하고 국방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는 이미 UN의 국제표준(국제지뢰행동표준, 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에 따라 지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미 국제표준을 도입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대부분의 지뢰오염국은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직속의 지뢰전담기구를 설치해 지뢰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캄보디아는 2019년 한 해에만 130km²의 지뢰·불발탄지대의 토지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행안부가 국제사회의 권고와 기준에 따라 지뢰제거 관련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법률 및 제도 마련에 즉각 나서기를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포함해 전국에 지뢰매설지대가 분포해 있다. 올해 5월까지 집계된 국내 지뢰·폭발물 피해자만 6000명이 넘는다.

국제적으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장항습지가 이번 지뢰 폭발사고로 인해 시민들에게 ‘지뢰출몰지역’으로 낙인찍히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 속에 정부가 장항습지 보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과 함께 지뢰관련 해결책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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