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들꽃을 보는 건 공짜인가?
[조경시대] 들꽃을 보는 건 공짜인가?
  • 정남식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5.05
  • 호수 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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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식 목포대 도시및지역개발학과 조교수
정남식 목포대 도시및지역개발학과 조교수

[Landscape Times] 봄꽃이 참 아름답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지자체의 봄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으나 들녘의 꽃들은 여전히 축제장 이상의 호기심과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들녘에 피어 있는 꽃을 개인 SNS에 자랑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 겨울이 오면 우리 산과 강은 국민들의 여행지로, 동식물자원의 서식처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아름다운 국토를 보유한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무료 생태 및 관광 서비스다.

차경(借景)은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주위의 풍경을 그대로 경관을 구성하는 재료로 활용하는 기법(네이버 국어사전)’으로 전통조경기법의 하나로 우리는 공부해 왔다. 자연과 공생하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생활양식이 담겨있는 조경기법이다. 이러한 생활양식은 2021년에도 여전히 유효하여 강, 구릉지, 산림 등 조망이 좋은 토지의 거래가격이 조망이 좋지 않은 토지들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을 들녁경관을 제공하는 농민, 어촌의 석양과 항구경관을 제공하는 어민, 산림경관을 제공하는 임업인, 이들이 차경의 재료를 제공하는 조망의 공급자이다. 그렇다면 조망을 제공해주는 이들이 가져가는 편익은 무엇인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차경을 당한 이들에 대한 고민은 깊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요구가 마을 갑질이나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되기도 한다. 대형 리조트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튤립축제, 장미축제 등의 축제경관을 보기 위해 우리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해 왔지만 농촌의 산과 들에 형성된 아름다운 경관을 소비하기 위해 어느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공공재나 공유재에서는 사유재화의 이용에 대한 배제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배제성의 부재는 무임승차(Free riding)를 일으키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본인은 재화를 이용하는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비용을 대신 감당해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어떠한 지불행위를 하지 않고 이용만 하려고 한다. 그렇더라도 재화는 공급되어지고 지불행위를 하지 않은 개인도 그 재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무임승차인 것이다.

경남 남해 다랑이 논을 경작한 주체는 지역 농민이지만 다랑이 논을 통해 편익을 취하는 주체는 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숙박업, 여행업을 하는 이들이다. 조경학에서는 이를 차경이라고 하나 경제학에서는 ‘무임승차(Free riding)’라고 한다. 농산어촌의 경관자원이 공유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농산어촌의 경관자원은 사유재와 공유재를 넘나드는 특이성이 있다. 개인 소유의 토지이기 때문에 사유재이지만 사유재가 만들어 내는 경관은 소유가 불투명한 공유재의 특성을 지닌다.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갈등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농촌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역문화, 역사와 전통, 생태 자원 등의 공유재적 특성을 가진 재화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이다.

휴경지로 관리되고 있는 남해 다랑이 논
휴경지로 관리되고 있는 남해 다랑이 논

남해 다랑이 마을의 경우 지역농민이 경작한 논 경관을 자원으로 하는 펜션, 식당, 카페 등 외부 자본들의 무임승차 현상이 일어난 경우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을의 원주민과 귀농귀촌인들 간의 갈등으로 표면화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노령화와 경제적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원주민들의 선택은 ‘경작포기’였다. 2012년 다랑이 논 경작지의 90%가 넘게 휴경지로 방치되면서 다랑이 마을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게 된다. 우리나라 여느 농산어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현상이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6조2000억 원 가량으로 편성되었다. 이들 예산은 시장 경제에서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농산어업과 인구가 소멸되어가는 농산어촌에 지원될 것이다. 투자대비 효율성만 따지면 경제적 효과가 높을 수 있는 산업에 국가의 재원이 투자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의 농산어촌은 유무형으로 국가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우리는 농산어촌의 공익적 가치라 한다. 농산어촌의 공익적 가치란 기존의 농산어촌이 가졌던 식량생산은 물론 다양한 수자원 함양 및 정화,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생태서식처 제공 등을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18)은 농업이 가진 다원적 가치를 식량안보의 기능 311억5800만 원, 홍수조절 기능 325억3100만 원, 지하수 함양 기능 239억7600만 원, 기온순화 기능 377억2200만 원, 대기정화 기능 588억5900만 원, 토양유실 저감기능 21억2000만 원, 축산분뇨 소화 124억3100만 원, 수질정화 기능 187억2200만 원, 경관보전 기능 204억5200만 원, 사회적 기능 410억4000만 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년간 약 28조원의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으나 연구기관별로 연구방법과 대상 자원이 상이하여 그 결과의 편차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우리 국민이 농산어촌 자원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늘도 쉬어 간다는 무안 식영정과 주변 들녁
그늘도 쉬어 간다는 무안 식영정과 주변 들녁

2001년 WTO 제4차 각료회의에 참석한 각 국가의 대표들은 농산물시장 개발 확대와 자국 농산업에 대한 보조금 감축 등을 포함하여 각료 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즉 농업분야도 예외없는 시장개방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의 선언문이다. 그리고 2019년 대한민국 정부는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였다. 오래지 않아 우리의 농업은 다국적 농업기업과 무한경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쟁이 될지 의문이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게될 것이다. 2018년 정부 헌법 개정안 제129조 1항에 ‘국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추가하였다.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들꽃을 보는 것은 공짜인가?.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가?. 우리는 농산어촌의 공익적 가치 연구를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보상이 아닌 정당한 대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국민의 동의를 얻는 실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조경신문]

정남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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