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얼마 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우울한 우리 국민에게 즐거운 청량감을 주고 있다. 1997년 금융위기로 IMF의 지원을 받으며 암울한 경제 상황 속에 있을 때, US여자오픈골프 경기에서 맨발의 투혼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 선수의 경우처럼 훈훈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74세의 여배우가 할머니 역할에서 보여준 시니컬한 연기는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그녀의 수상소감과 인터뷰가 더해져서 윤여정 개인의 인간승리가 한층 돋보였으며, 그녀의 라이프 스토리가 가슴을 울리고 감동적이다.

윤여정의 가장 큰 울림은 “진심은 어디서나 통한다.”는 말이다. 그녀에게 너무 빨리 다가온 출세는 본인은 물론 영화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데뷔작 영화(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이후 각종 드라마에 인기를 얻으며 연기인생의 탄탄대로가 예상됐으나 결혼과 함께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결혼 후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녀에게 찾아온 이혼과 두 자녀를 부양해야하는 가장의 역할은 인생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했지만 이내 진심의 힘을 작동하게 했다. 오로지 자녀들의 교육과 생존에 몰입하는 진심이 그녀의 삶을 지탱하게 했고 다시 국내에 돌아와서도 그런 마음으로 일관되게 살았다. 당시 사회 관념상 이혼녀라는 수식어는 여배우에게 어려운 환경이었기에 더욱 더 진심의 힘을 가동했다.

윤여정은 인터뷰에서 어렵게 다시 시작한 연기생활이 녹녹치가 않아서 “나중에 절실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먹고 살려고 했기 때문에 저에겐 대본이 성경 같았다. 그냥 많이 노력했다. 연습을 무시할 수 없다.”며 진심을 표현했다.

윤여정은 사치에 대한 개념도 자기의 가치관에 대한 신념으로 승화시켰다. 그녀는 국내 복귀 후의 인생을 사치스럽게 사는 방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립했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스러운 것이다. 대본을 가져온 친구가 믿는 애였다. 그 친구의 안목을 믿은 게 아니라 그 친구를 믿었다. 그 친구의 진심을 믿었다”며 자기가 정한 판단을 사치스럽게 여기고 제2의 배우인생을 진심의 힘으로 밀어 부쳤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과 이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독보적이며 위트 넘치는 표현으로 많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진심을 다한 표현은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그녀의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윤여정이 지난 55년간 우직하게 30여 편의 영화와 100여 편의 드라마에서 주연, 조연뿐만 아니라 단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배역을 진심을 다해 연기한 결과의 보상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시국에서 그녀의 아카데미 수상에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면서도 윤여정의 ‘진심으로 일하고 이를 사치로 여기는 직업의식’에서 제대로 된 ‘한수’를 배워야 하겠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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