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포용사회를 위한 마중물, 노인놀이터 조성을 위한 제언
[조경시대] 포용사회를 위한 마중물, 노인놀이터 조성을 위한 제언
  • 이태겸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4.28
  • 호수 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겸 (주)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이태겸 (주)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Landscape Times] 세계적으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새로운 성장 모델이자 국가정책의 핵심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통합의 요소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사회 이동(social mobility)과 함께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어느 계층도 소외되지 않고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서비스를 고루 누리며,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중요한 국정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평소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실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1단계 : 노인 커뮤니티 케어)’을 발표하고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로드맵과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이라는 4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한 커뮤니티케어의 주요 중점과제의 실천전략으로 ‘경로당·노인교실에서의 운동, 건강예방 등의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이 제시되었다. 특히 노화적응 및 건강유지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노인놀이터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노인놀이터는 노인의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필수 사회SOC시설로 기능할 수 있다. 노인놀이터가 활성화된다면 노인의 신체적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교류를 통해 외로움과 고독으로 인한 우울감과 같은 정신적 건강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노인들의 신체적, 정서적 문제로 인한 막대한 돌봄 및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노인놀이터가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으려면, 인식 개선과 재정, 제도, 공간,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인식 개선 방안 중 하나로, 노인놀이터라는 명칭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노인놀이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노인놀이터’라는 명칭은 자칫 이용자를 ‘노인’으로 한정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놀이터’라는 용어는 통념상 ‘놀이’만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어, 노인놀이터의 중요한 기능인 ‘신체노화를 놀이형 운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이 대중에게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공공공간을 이용한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경로당 등의 이용자가 특정 지역이나 단체의 노인들로 제한되는 경우가 잦아 타 주민의 접근과 이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노인놀이터가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공간으로 인식될 경우, 세대 분리의 장소로 작동할 수도 있다. 노인놀이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커뮤니티를 지향하기 때문에, 노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되, 노인만 접근 가능한 배타적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건강놀이터, 사회통합놀이터, 노인건강돌봄터... 한국형 노인놀이터의 목적과 특징을 대표할 수 있는 이름은 무엇일까?

둘째, 노인놀이터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과 설치 우선지역을 파악해서 노인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부지중 하나로 공원을 꼽을 수 있다. 부지 매입비용, 접근성, 자유로운 이용, 자연요소 체험 등을 고려했을 때 실외 노인놀이터는 도시공원과 녹지, 공공공지에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근린생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고려하여, 접근성이 좋은 소공원, 근린공원, 도시공원 내 설치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 노인 복지공간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 경로당이나 노인 복지관, 실버타운, 요양병원과 같은 공간들은 노인이 주 이용자이므로, 건축물과 연접하여 노인놀이터를 조성하거나 실내에 노인놀이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노인복지, 노인건강시설 등의 다양한 노인복지프로그램과 연계한다면, 운동법 교육과 참여형 놀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인놀이터 홍보와 인식개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노인운동 및 활동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육 등의 지원 장치도 필요하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보다, 적정한 경쟁을 통해 흥미와 성취감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놀이시설을 활용한 운동프로그램은 노인들을 놀이터로 이끌 수 있을 만큼 흥미로워야 하며,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인의 신체노화와 일상생활에서의 활용을 고려하여 고안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촌이나 어촌지역 노인들의 경우 제초작업, 그물끌기처럼 생업을 하며 자주 사용하는 근육이 있다. 농어촌 지역에 노인놀이터를 설치한다면 해당 지역의 경제활동 및 생활환경에 도움이 되는 운동 동작과 시설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노인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적절한 운동교육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노인놀이지도사’도 함께 양성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체육, 의료, 복지 커뮤니티 자원과 연계하여 개발된 노인놀이 프로그램을, 관련학과 학생과 전문가가 지도하면서 지역 내 청년-노인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노인놀이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노인놀이터 도입의 근거가 될 법제도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어린이공원, 어린이놀이터처럼, 거리와 규모를 고려하여 도시의 필수 시설로 조성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의 제·개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일례로 경로당 및 노인복지시설 설치 시 노인놀이시설을 필수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법률적 지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와 법률이 적시적소에 지원된다면, 노인놀이터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곳곳에 튼튼하게 자리 잡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국가비전 및 정책사업, 또는 지역의 인적·사회적·환경적 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가치 창출 방안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역재생 및 생활SOC 연계 조성, 그린뉴딜과 관련된 소규모 녹지 및 스마트팜 조성공간, 지역커뮤니티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노인놀이지도사 양성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급격한 변화 앞에 놓여 있다. 산업과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기후변화, 환경문제, 인구감소, 지방소멸, 소득 양극화 등의 환경적·사회적 문제도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사회의 구조와 역할에 강력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여러 변화 중 초고령화 사회의 변화는 이제 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과 대안 제시가 시급하다. 포용적 성장,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 완화 그리고 국민 모두가 생애 끝까지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역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노인놀이터를 마중물 삼아 함께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한국조경신문]

이태겸 객원논설위원
이태겸 객원논설위원 goodsalad@uos.ac.kr 이태겸 객원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