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준호 부장, 김봉찬 더가든 대표, 김미홍 부장
(왼쪽부터) 피크닉 전시 '정원 만들기'에 참여한 더가든의 신준호 부장, 김봉찬 대표, 김미홍 부장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원시 자연을 도시에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가 사실 큰 문제였다. 더 중요한 건 정원의 주제가 빌딩을 아름답게, 도시를 더 빛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정원은 스스로 아름다워진다.”

전시 ‘정원 만들기 GARDEN ING’가 지난 24일(토)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개막했다. 전시에 참여한 제주기반 조경회사인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와 신준호 부장이 정원 ‘어반 포레스트 가든’을 전시장 외부 공간에 연출하면서 도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태정원을 선보였다.

더가든은 그동안 식물생태학에 천착해 꾸준한 조경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 베케가든, 야생 숲을 모티브로 한 정원 ‘아모레 성수’를 비롯해 자연 그 자체로서 지속가능한 숲 정원을 실험 중이다.

이번 정원 전시는 자연을 콘크리트더미 도시에 끌어와 도시환경을 변화하고, 도시에서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으로써 ‘정원’을 모색하는 더가든의 자연주의 정원 프로젝트의 연장이다.

신 부장은 “몇 년 전 답사한 하이라인에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이후 바로 서울로가 오픈했는데 대비감이 너무 심했다.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그동안 많이 했다. 이번 기회에 (인공지반에서의 정원에) 도전해 싶은 생각이었다”며, “아모레 성수도 만든 지 이제 3년차다. 이번 봄이 두 번째인데 점점 더 좋아진다. 이곳도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그런 정원이 되길 바란다”고 도시에서의 숲 정원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원 ‘어반 포레스트 가든’은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유지돼 사계절을 함께 하는 ‘정원의 시간’으로 기록된다. 김 대표는 “전시가 10월까지 열리지만 계속 존치된다. 앞으로 내년 내후년을 지켜볼 것이다”고 기대했다.

피크닉 야외공간에 연출한 정원 '어반 포레스트'
피크닉 야외공간에 연출한 정원 '어반 포레스트 가든'

야생의 자연환경 도시에 끌어와

생태정원 “서식지 환경 조성 급선무”

자연의 영역을 무너뜨리면서 초래한 코로나팬데믹, 인간의 과잉 생산활동이 기후위기라는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가운데 정원 패러다임은 어느새 종다양성과 서식지 보존을 지향하는 자연주의 식재·생태정원에 도달했다. 정원이 단순히 향유하기 위한 ‘대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일부로 부상한 것이다.

23일(금) 전시장에서 만난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근현대정원이 만들어진지 4~50년 지났지만 자연의 생명을 도시에 담는 생태정원 혹은 자연주의 정원이 그동안 과연 있었는지 반문했다.

김 대표는 자연주의 정원에서 선행해야 함은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숲속 식물을 도시에 갖다 놓는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숲 환경을 완전히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100년, 200년 동안 낙엽이 쌓이고 쌓여서 부엽토가 발달하는 시간,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생태 정원에 서식처 기반, 서식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숲속 식물들의 생태 기반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다. 기술적인 문제지만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찬 대표
김봉찬 대표

인공지반에서 실험한 자연정원

숲 환경 메탈그레이팅과 빌딩 활용

자연이 주체…서식지 보존 동선 계획

아우돌프가 식재 디자인한 미국 하이라인의 경우 인공지반에서 성공한 대표 정원이다. 빌딩을 숲 삼아 바람과 햇빛을 막고 습도를 유지하면서 황량한 콘크리트 구조물에서도 원시 숲의 환경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동아시아, 그 중 특히 한국의 경우 겨울철 건조한 바람이 부는 기후는 그동안 정원 조성 시 큰 장애물이었다. 더가든은 이번 정원을 통해 한반도 허리 격인 서울에서도 정원이 지속할 수 있도록 그레이팅과 빌딩을 활용해 습기를 머금을 수 있는 숲 환경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실제 여기 한국 서울에서 과연 가능할까, 식물들이 버텨서 살 수 있을까 걱정이다. 30년 간 작업해왔는데 경험적으로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는 바람이고 내년 봄이 사실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올해로 두 번째 봄을 맞은 아모레 성수는 잘 자리 잡았다”면서, 이번에 조성한 ‘어반 포레스트’는 북쪽에 위치해 그늘정원이나 숲 정원을 만들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신준호 더 가든 부장
신준호 부장

이번 정원에서 동선은 철저히 식물 위주로 계획됐다. 이미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자리에 도시를 짓고 자리를 점령했다. 그리고 자연은 도시에서 타자화됐다. 공원 등 식물이 있는 대부분의 녹색 공간 조차 인간 위주의 동선과 과도한 시설물로 가득하다. 신 부장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식물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동선”으로써 데크와 그레이팅을 구조물로 계획하면서 식물들의 서식지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콘크리트가 대부분인 인공지반 환경에서 자연을 적극적으로 정원에 도입한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힘든 작업이다. 실제 피크닉 전시장 외부 공간은 모두 인공지반이며 게다가 하중 때문에 성토에도 한계가 있었다.

시공을 담당한 김미홍 부장은 “최대한 토심을 확보해 생육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제주도에서부터 나무를 직접 고르고 이곳에 맞는 사이즈로 분을 뜨고 잎이 마르지 않도록 처리했다. 보습성을 높이고자 여기서 직접 토양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피크닉_김미홍 더 가든 부장
김미홍 부장

지구인이 원하는 정원 ‘자연주의 정원’

대중에게 가까운 정원문화 확산 바람

김 대표는 “지구인이 원하는 정원이 이런 자연주의 정원이다. 2~30대, 60대가 모두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어쩌면 인공의 도시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방어기제인지도 모른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자연의 생명을 도시에 담는가를 진정성 있게 고민할 때다. 이것이 실제 외부의 정원으로 표현돼야 한다. 그런 정원들이 잘 가꿔지고 야생 생물들이 와서 같이 살아야 된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이런 정원을 더 만들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정원을 만드는 목적이 “지구의 자연을 얼마만큼 잘 보존하고 생명을 잘 지킬 것이냐”라고 한다면 정원이 대중에 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반 포레스트 전경(김봉찬 대표 제공)
부감으로 촬영한 어반 포레스트 가든(김봉찬 대표 제공)

이어 “정원은 절대 정원하는 사람끼리 소통돼서는 안 된다. 예술,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이쪽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전시를) 진정성 있게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제일 중요한건 보는 법이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정원에서 훈련돼야한다. 이는 강요되지 않은 놀이다. 질경이나 풀 갖고 놀면서 자동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훈련한다. 정원이나 자연을 모르고 시인이 될 수가 없다. 문학가, 예술가. 과학자가 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좀 더 정원문화가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크닉은 오는 10월 24일까지 정원, 정원 일(Gardening)을 주제로 정원, 사진, 영화, 설치미술, 그래픽 디자인,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의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조경가 피트 아우돌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번의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을 독점 상영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