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바이오필릭 시티로의 전환
[조경시대] 바이오필릭 시티로의 전환
  • 조철민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4.07
  • 호수 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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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필자는 서울시 금천구 독산로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다. 주거지 인근에서 자연적 요소를 찾기 어렵다. 자연적 요소를 접하기 위해서는 길 건너 언덕을 올라 인근의 산에 가거나, 버스를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에 방문해야 한다. 근무지는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고층 상업용 건물에 있다. 근무지 인근에서 자연적 요소를 찾기 어렵다. 자연적 요소를 접하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여러 번 건너 고속도로와 아파트 사이의 소음 차단벽을 따라 형성된 산책로에 가거나, 전철을 타고 선정릉에 방문해야 한다.

본인의 주거지와 근무지가 있는 공간적 영역에는 자연적 요소가 결핍되어 있다. 이는 서울 시민 대부분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일상의 공간과 자연적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서로 분리되어 있다. 서울 도심 내에서 자연적 요소를 접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의 도시계획은 모더니즘에 근간하여 주거지, 근무지, 공원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일상의 공간과 자연적 요소 간의 유기적 연결성이 단절되어 있다. 그리고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고려는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었다.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추상적 언어이고 계량화가 어려워 현실에서 무시되곤 한다.

문제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연과 함께 있을 때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다는데 있다. 자연과 단절된 도시 환경은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다. 삶이 이루어지는 일상의 공간과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연결 동선에 자연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사람의 일상과 자연이 격리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로 인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도시 환경이 조성되었다. 인간은 자연에 대한 본성적인 애착관계가 있어 이와 분리될 때 불행해진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이 우울증, 불안감,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겪는 것은 도심 내 물리적 환경에서 자연이 결핍된 것과 관련이 있다. 자연이 없는 도시에 살수록 편도체 조절 기능이 원활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로 인해 부정적 감정 조절에 이상이 생기고 정신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녹지 공간의 비율이 낮을수록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코르티솔 지수 또한 높아진다.

이와 반대로 인간은 자연에 있을 때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 녹지 공간에서 산책을 하면 정신질환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수목이 있는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심박수가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9.11 테러 이후, 뉴욕 센트럴 파크의 방문자 수가 급증하였다. 공원에서 걷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연에 대한 관심이 최근에 높아지는 것도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 녹색 공간과 자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향상되며, ADHD 증상에 대한 완화 효과가 있다. 자연이 있는 물리적 공간이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수십 년간 계속 나오고 있다. 도심 내 물리적 환경은 매우 복잡하여 여러 변수를 제어하는데 제한이 있어 연구에 어려움이 있지만,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이것이 뇌신경과학과 연결되면 도심 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계량화 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필리아라는 개념이 있다. 바이오(bio)는 자연과 생명체를 의미하며 필리아(philia)는 사랑을 의미한다. 바이오필리아는 문자 그대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사랑한다는 개념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삶을 이루고 문명을 발전시켰고 진화론적으로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바이오필리아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독일의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이다. 이후 20세기를 대표하는 저명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공고히 하고 널리 알렸다. 윌슨은 바이오필리아를 살아 있는 유기체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본래 타고난 정서적 친화성이라고 정의한다. 바이오필리아는 본래 타고난 유전적인 것으로 인간 DNA에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티모시 비틀리는 이러한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도시계획에 접목하여 바이오필릭 시티라는 도시계획 방법론을 만들었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도시에 공원을 많이 짓자는 개념이 아닌 도시 자체를 정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바이오필릭 도시계획의 핵심은 자연과 인간 환경 간의 유기적 연결성의 극대화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연환경 가운데 있을 때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행복하다는 바이오필리아 이론을 기반으로 도시 내 사람의 물리적 환경에 자연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도시계획 방법론이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질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여긴다. 녹지율을 포함한 도시 내 자연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 모습을 제안한다. 자연은 물리적인 인프라라는 기능적 대상을 넘어 적극적으로 연결되고, 보살피고, 가꿔야 할 호혜적 대상이 된다. 시민들의 참여와 인식의 전환을 위해 자연과 관련된 교육, 활동, 커뮤니티를 중시한다.

친환경 도시, 녹색 도시, 저탄소 도시 등 기존 친환경 슬로건들이 주로 도시의 물리적인 차원을 다룬다면, 바이오필릭 시티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성을 기반하는 인문학적 색채가 강하다. 이는 인간 본성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철학적 배경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사람의 일상에 자연이 함께 있도록 도시계획, 조경, 건축, 인테리어와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이며 법률, 행정, 금융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철학적 기초 아래에 설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를 위한 철학적 기반으로 바이오필릭 시티를 제안한다. 인간 본성에 기초한 행복한 삶이 영위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지향해야할 당위적 방향성이다.

2018년 U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68%가 도시 지역에 거주할거라 예상한다. 2050년까지 도시 지역에 약 25억 명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인구 증가의 90%가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도시화가 이루어질수록 인간과 자연은 점차 물리적으로 격리되는 경향을 보인다. 도시화로 인한 자연과의 격리는 인류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하는 건강의 개념은 “단순히 질병과 질환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감을 느끼는 완벽한 상태”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진화했다. 인간은 자연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자연과의 본능적인 유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는 그것의 개발 과정에서 자연을 배제하였다. 도심 내 사람의 일상과 자연과의 연결성의 부재는 비정상이다. 인간은 자연과 연결되었을 때 진정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사람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를 설계하기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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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민 객원논설위원 cm.cho@charmingcity.co.kr 조철민 객원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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