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전문가 눈으로 본 소나무 재선충병

20년 전 부산에서 처음 발병한 소(잣)나무 재선충병이 지난 2007년 경기도 남양주시를 시작으로 중부지방의 산림을 초토화시킨 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산림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재선충병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산림 당국의 방제 대책이 현장 위주의 예찰,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 뿐 아직 효과적인 방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산림청은 병해충 예산 가운데 재선충병 관련 예산을 460억원에서 295억원으로 대폭 삭감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생명의 숲’유영민 실장이 쓴 소나무 재선충병의 발병 현황과 효과적인 방제를 위한 제언을 싣는다. 이 글은 생명의 숲 홈페이지에서 발표한 정책자료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린다. / 편집자주

 

솔수염하늘소(소나무)의 애벌레

소(잣)나무재선충병의 수도권 침공은 지난 20년간 쌓아온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에서 끝내 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하늘소라는 매개충에 의해 재선충이 옮겨지고, 재선충의 폭발적인 증식으로 수분이 이동하는 도관을 막아 나무 전체를 말라 죽이는 치사율 100%에 가까운 매우 치명적인 산림병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 상륙한 소나무재선충병은 부산-경남-전남-제주 등 남부지역에서 약 20년 동안 확산과 정체를 반복하다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북상하기 시작하여 구미-안동-강릉-경기 광주-남양주-서울 태릉으로 불과 2년 만에 확산되어 대한민국 서울 심장부를 침공하는데 이르렀다.
남부지역의 솔수염하늘소에 의한 소나무재선충병은 중부지역으로 올라 오면서 북방수염하늘소에 의한 잣나무재선충병으로 매개충과 숙주를 바꾸어가며 확산되고 있다.

 

확산 원인, 자연 아닌 인간활동

소(잣)나무재선충병의 확산은 자연적 확산과 인위적 확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연적 확산은 자력 이동이 불가능한 재선충이 자력 이동이 가능한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에 의해 이루어지며, 자연상태에서 솔수염하늘소는 바람을 타고 연간 3 ~ 5km 정도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위적 확산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조경수, 원목과 재재목, 목재 파레트와 나무상자, 그리고 차량의 이동으로 이루어지며, 인위적 확산속도는 연간 수십 ~ 수백 km에 달하며, 심지어 수천km 떨어진 거리까지 확산될 수 있다.
자연적인 확산 요인에 의해서라면 20년간 100km 내외이겠지만, 현재의 확산 속도는 자연적 확산 속도를 훨씬 초과하므로 재선충병 확산의 주된 원인은 인위적 확산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형적 방제전략, 곳곳 구멍 숭숭

현재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재선충병의 확산경로와 시기를 감안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예방 및 방제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예방 및 방제방법으로 예찰활동, 항공과 지상 약제살포, 수간주사, 이동통제 등의 사전예방적 차원의 방제와, 훈증, 파쇄, 소각, 매립 등의 사후방제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을 제정하고 예산과 인력을 증강하거나, 방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행정공무원, 전문가, 방제업체, 방제작업자, 예찰원, 이동통제 초소원들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무재선충병은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방제시스템을 뚫고 서울에 입성하였다. 앞으로 재선충병의 확산속도와 행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이렇게까지 확산된 것은 매개충을 잡거나 이동을 차단하는데 실패한 것에 서 일차적인 이유를 찾아야 하지만, 기존 방제시스템과 방제 방법의 근본적인 한계에서도 찾아야 한다.
또한, 예찰 및 방제현장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깔끔하지 못하다.
예찰활동과 이동통제초소 운영은 공공근로 수준의 낮은 임금과 대우로 효율성과 효과성이 극도로 낮다. 소나무숲은 밀도가 높아 인간의 근거리 예찰과 방제활동을 어렵게 하고, 과다경쟁으로 숲 자체의 건강성이 떨어지고 피압된 소나무들은 매년 죽거나 쇠약해져 매개충의 우화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감염여부 확인절차를 거쳐 반출되는 소나무일지라도 완전무결함을 확인할 길은 없다.
일부지역에서 항공방제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저독성 농약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예산 과다소요로 완전 대체는 아직 요원하다. 또한 매뉴얼 따로 작업 따로이다 보니, 방제현장 곳곳에 허점이 노출되어 있다.
훈증/소각/파쇄 지역 곳곳에서 2cm이상의 가지가 즐비하고, 감염목이나 의심목은 미처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훈증 무더기를 덮은 비닐은 뚫리거나 찢어져 바람에 휘날리고 있거나 소각과정에서의 열해로 필름이 훼손되어 훈증의 기능을 상실했고, 파쇄된 나무 조각은 2cm를 초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훈증을 위해 이용하는 비닐이나 타포린 필름에는 매개충으로 의심되는 곤충의 우화 후 탈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방제에 유리한 상황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까지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추구하고 있는 기존의 여러 방제방법, 즉 많은 예찰원을 동원하여 입체적인 예찰을 통해 감염목을 철저히 가려내고, 일정한 시기에 감염목을 완전히 제거하고, 어느 시기에 집중적으로 매개충을 잡고, 매개충을 이동시키는 인간의 활동을 철저히 통제하는 방제방법을 통해 자연현상의 일종인 소나무재선충병을 완전히 방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논리대로 한다면 100% 완전방제가 가능하지만, 이것은 형식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① 감염목에 대한 완전한 예찰의 불가능성

② 2cm이상의 잔가지 수집 또는 2cm 이내의 크기로 파쇄 처리하는 완전무결한 방제작업의 어려움

③ 완전한 이동통제의 어려움

④ 소나무재선충병 자체가 어떤 인위적 노력으로도 완전방제에는 2%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자연현상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방제전략과 논리는 처음부터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방제전략, 처음부터 다시 짜야

재선충병의 위험성은 100% 방제가 아니면 소(잣)나무재선충병을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100% 완전무결한 예찰, 방제, 이동통제가 어렵고,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자연현상인 소나무재선충병의 특성상 우리 국토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을 완전히 방제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소나무재선충병의 전략은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방제전략은 형식논리가 아닌 자연생명 논리를 존중하는 방향에서 재구상되어야 한다.
소(잣)나무재선충병의 계속적인 확산, 더 나아가 북한지역으로까지 북상을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동안 소나무 이동 부분통제단계에서 전면 통제해야 한다. 아무리 확인절차를 까다롭게 하더라도 반출되는 소나무의 완전무결함을 누구도 증명할 수 없으므로 이동통제 수준을 계엄령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또한 모든 소나무숲을 지키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꼭 지킬 곳만 지켜 예산과 인력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약제방제와 물리적인 방법 외에 생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피해를 제한시키는 방법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고밀도 단층의 단순림으로 형성된 소나무숲과 잣나무숲에 대한 숲가꾸기를 통해 숲의 건강과 가치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예찰과 방제를 용이하게 하고, 단순림 위주의 소나무숲과 잣나무숲을 장기적으로 수종 갱신하여 혼효 다층림이라는 생태적으로 건강한 숲으로 바꾸어 가는 숲에 대한 질적 관리가 소(잣)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소(잣)나무재선충병의 위험, 더 나아가 자연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산림병해충관련 재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긍정하는 제1원칙을 세워야 한다.
자연은 인위적 노력으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따라서, 병해충만을 보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숲을 보고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방제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유영민(생명의숲 정책기획실장) http://www.forest.or.kr

 

 

유영민 (생명의숲 정책실장)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