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공동주택 조경수 설계·관리 기준 마련해야
[조경시대] 공동주택 조경수 설계·관리 기준 마련해야
  • 최재군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3.17
  • 호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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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군 수원시 영통구 녹지공원과장
최재군 수원시 영통구 녹지공원과장

[Landscape Times] 공동주택의 조경에 대한 법적 근거는 1975년 개정된 건축법으로 그 역사는 반세기에 가깝다. 그 동안 공동주택의 조경은 건축법, 조경기준, 건축조례에서 제시하는 규정에 따라 설계되고 시공되어 왔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경기준은 건축 허가나 인가에 따른 법적 식재수량만을 규정하고 있고 준공 이후 유지관리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최근에 공동주택 조경수의 무분별한 관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목 관리에서 미학적, 생태적, 경관적 고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조경수 줄기의 중간을 자르는 두목전정과 몇 개 가지만을 남겨두는 볼품없는 강전정 그리고 수목의 형상미를 고려하지 않은 전정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공동주택의 이러한 풍경은 준공된지 10년 이상 경과된 아파트 단지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조경수 가지치기 산물 처리도 문제다. 일부에서는 가지치기 산물을 처리하지 않고 아파트 내 여유 공간에 쌓아 두는데 어찌 보면 임목폐기물처리장 같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폐기물처리 비용도 문제다. 가지치기 산물과 낙엽은 톱밥이나 퇴비, 연료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한데 이를 폐기물로 처리하여 공동주택관리에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공동주택 조경 관리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989년 평촌, 분당 등 1기 신도시 건설 이후 10년이 경과된 시점부터 전국적인 현상으로 인지되었으나 별다른 대책 없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주요 문제점을 살펴보면 수목성장에 따른 녹지대 수목의 밀식도 증가와 토사면 노출, 건물 등 시설물과 지나치게 가깝게 식재된 수목, 흉물스럽고 과도한 전정, 가지치기 산물과 낙엽 등의 재활용시스템 부재, 무자격자나 전문성이 없는 조경관리, 정부의 공동주택 조경관리 정책의 부재 등이다.

이제는 공동주택 조경의 설계와 유지관리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 간의 제도와 조경관리 실태를 되돌아보고 그 결과를 반영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제도를 근거로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 조경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수목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수목
밀식된 수목
밀식된 수목

첫째. 조경의 핵심요소인 수목을 기준으로 최종 목표연도를 제시해야 한다.

수목은 살아있는 생물로 죽을 때까지 성장하게 되며 크게 자라는 교목의 경우 그 높이는 아파트 20층까지 자랄 수 있다. 그러므로 식재설계 시 수목의 성장특성을 고려하여 최종 목표연도를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조경수 식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규정은 국토교통부 조경설계기준에 목표연도에 대해 나오는데 ‘수고 3m, 수관폭 2m의 수목을 기준으로 식재 후 10년으로 설정’ 하는 내용이 전부다. 따라서 수종별 목표연도의 수목 높이와 폭, 밀식정도 등을 고려한 설계가 되어야 하며 이러한 내용을 반영한 국토교통부 ‘조경기준과 조경설계기준’의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조경수의 식재 위치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동주택 조경설계 기준에 수목의 식재위치에 대한 내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건물이나 주요시설물에서 얼마만큼 거리를 유지하고 어떤 수종이 식재되어야 하는지 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아파트 조경수 관리에서 제거되는 대부분의 수목은 건물과 인접하여 식재된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회화나무 등이다. 이는 수목의 성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목식재 때문이며 향후에 조경수가 제거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민간녹지 조경수 유지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 건설시 조경공사비는 전체 사업비의 3~4% 정도로 조경면적 1㎡ 당 20~30만 원 내외에서 책정되고 있다. 총사업비에 대한 비중은 크지 않으나 아파트 지상부를 조경공간으로 조성하는 현재의 경향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사업비가 소요된다. 그러나 준공이후 수목을 포함하는 조경유지관리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다.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는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62.3%로 1128만호에 이른다. 수원시의 자료를 보면 아파트 등의 ‘민간분야 녹지면적이 도시공원과 녹지를 포함하는 공공녹지와 같은 규모를 보인다.’ 공동주택이나 아파트의 조경공간은 공공재에 가깝다. 다수의 입주민이 늘 접하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관리체계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넷째, 공유경제 개념의 조경수 산물처리에 대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동주택 조경관리 중 관리소에서 가장 크게 부담을 갖는 것이 가지치기 산물과 가을철 낙엽 처리다. 10년 이상 경과한 아파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공터 한편에 쌓아둔 가지치기 산물과 낙엽을 담은 포대들이다. 이들 산물은 재활용이 가능한데 이를 자체 처리할 지방정부는 많지 않다.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접한 지자체가 공동으로 공유경제 개념의 권역별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임목폐기물로 처리할 때 발생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 운영한다면 주민 불편해소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재활용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초기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하고 운영과 관리는 3~4개 지방정부에서 담당한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공유경제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부합할 수 있다.

다섯째, 민간녹지 조경관리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앙과 지방 정부는 민간분야 조경관리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다만 2017년도에 수원시에서 수립한 ‘민간분야 조경발전 기본계획’과 일부 시에서 노후 공동주택 시설보수 지원 사업에 녹지(조경)분야를 포함시킨 것이 정책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 조성되는 고가의 아파트 이외의 조경관리는 전문성이나 경관성, 미학적 측면이 반영되지 못하고 저비용의 품질 낮은 관리가 일반화되어 있다.

법률적 근거도 필요하다. 조경진흥법에 민간조경 발전 기본계획 수립을 명문화 할 필요가 있고 한국조경학회 등 조경관련 단체에서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민간조경발전에 대한 연구용역이나 매뉴얼 작성을 추진해야 한다. 이 매뉴얼에는 설계부터 시공, 준공, 유지관리까지 민간조경의 생애주기에 맞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공동주택 조경관리 시스템 구축은 시급한 문제다. 공동주택의 조경공간은 도시공원 일몰제로 부족해지는 공원녹지의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사유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공공재로써 품질 높은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의 조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조경관리 영역의 확대와 제도 개선으로 위축되고 있는 조경분야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제라도 민간분야 조경의 설계와 시공, 관리 등의 전 과정에 대한 재검토와 관련 기준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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