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광화문은 경복궁의 남문(南門)이자 정문(正門)이다. 국왕이 드나드는 정문인 광화문은 다른 궁궐의 문에 비해 규모와 격식 면에서 화려하고 웅장하다. 애당초 오문(午門) 또는 정문(正門)으로 칭하던 이름을 세종대왕이 경복궁을 수리하면서 광화문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른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청사(옛 중앙청)를 지으면서 광화문은 동쪽으로 옮겨지는 수난을 당했다. 6.25동란 때는 폭격을 맞아 문루가 부서지고 석축은 탄흔으로 얼룩졌다. 1968년 현재의 자리로 복원된 광화문은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원형과 다르다는 의견으로 다시 철거해서 2010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래의 자리에서 14.5m 가량 뒤로 물러나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질곡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광화문처럼 광화문광장도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광화문 앞길, 육조거리 등으로 부르던 장소가 시대적 변천과 역사회복 그리고 시민을 위한 공간조성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변모해갔다.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2009년에 조성되었는데 ‘거대한 중앙분리대’, ‘역사성 미흡’, ‘보행단절’, ‘쉴 곳 없는 광장’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모 일간지에서는 ‘한국의 대표 건축’을 선정하면서 광화문광장을 최악의 건축물로 평가했다.

2016년 재 점화된 광화문광장 논란은 광화문 월대(月臺)와 궁장(宮牆) 복원과 시민광장조성 등의 계획으로 정리됐다. 서울시는 2019년 초에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 설계를 국제공모를 통하여 확정했다. 설계안과 조성계획대로라면 1040억 원이 투입되어 올해 완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행안부의 반대(정부서울청사 관련)가 있었고 또 다른 비판으로 재차 수정안이 나왔다.

광화문광장 재조성의 개념은 ‘일상과 비일상이 존재하는 공원을 품은 광장’이다. 공간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함께 담은 설계로 가변적인 함축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콩코드광장을 잇는 1.9km의 상젤리제 거리는 관광객과, 차량매연, 명품 숍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제 새로운 진화를 하게 됐다. 2억5000만유로(약3343억 원)을 투입해 자동차 도로를 반으로 줄이고 보행자공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파리시장이 “1.9km의 파리 중심부에 놀라운 정원이 생길 것”이라고 했으며 설계자는 “상젤리제 거리는 생태적이고 포용적인 형태로 개조해야 한다.”며 공해와 소비 지상주의 문제의 해결책으로 설계안을 제시했다.

상젤리제 거리의 재구성과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을 비교해 보면 공통점이 많다. 시기상으로 보면 광화문광장 설계안이 앞서 보이는데 사람·보행 중심의 광장과 녹색공간이 함께하는 설계개념이 흡사하다. 진화하는 광장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거니와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알맞은 광장조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지금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다. 시대적 역사적으로 중차대한 일을 임기가 얼마 안남은 서울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집행하는 일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교통대란의 문제를 크게 지적하기도 한다. 반면 서울시는 이미 전문가와 지역주민, 시민단체와 총 334회에 걸쳐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거쳤으며 오래전부터 추진하던 일인데 단지 서울시장 유고의 이유로 중단하기는 곤란하다는 의견이다.

청계천 복원사업과 서울로 7017을 조성할 때도 교통대란과 상권 위협 등의 이유로 반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고 오히려 순기능이 많았다.

도시에서 자동차는 점점 줄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공유자동차 시대가 오면 많은 도로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앞으로 대부분의 도로는 공원화, 정원화가 될 것이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의 번뇌는 이제 정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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