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자연유산 '송정 해송숲' 개발압력에 사라지나…사업주 편 들어준 강원도 행심위에 부당성 제기
강릉 자연유산 '송정 해송숲' 개발압력에 사라지나…사업주 편 들어준 강원도 행심위에 부당성 제기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1.02.02
  • 호수 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릉 생명의숲 “‘해송숲’의 위기 행정당국에 원죄”
700년 된 소나무숲 지키기 위해 국민청원 올라와
평창동계올림픽 특구 숙박시설지구 변경 이후
해안가 고층호텔 들어서 숲 훼손 이미 시작돼
강릉 송정 해송숲. 10층 규모의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해송숲을 지키기 위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재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강릉 송정 해송숲. 10층 규모의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해송숲을 지키기 위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재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3년이 지난 지금 강원도의 자연생태계는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천혜의 숲을 깎아 건설한 가리왕산의 스키장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훼손위기에 처한 강릉 송정 해송숲 논란도 동계올림픽이 남긴 생태계 파괴의 이면이자 개발의 민낯이다.

최근 송정 해송숲 부지(송정동 산67-1번지)에 서울의 한 업체가 10층 규모의 숙박시설 건축계획을 진행하면서 인근 주민 및 시민사회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숲 곳곳에 걸린 주민조직 및 시민·환경단체 등이 내건 현수막은 강릉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예상케 한다.

최대 400미터 폭 “가장 오래된 마을숲”

동해안 최고 규모 해송숲으로 보존 가치 있어

강릉 송정동은 고려시대 충숙왕의 부마인 최문한이 강릉에 오면서 소나무 여덟 그루를 가져와 심어 ‘팔송정’이라 불린 데서 유래한다.

해안길 따라 길게 조성된 푸른 소나무숲은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강릉의 자연유산이다. 폭이 최대 400미터로 동해안에서 보기 힘든 규모다. 소나무 수령이 90년에서 130년에 이르며 사구에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숲”이라는 면에서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다. 안목해변부터 송정·강문·사천·연곡해변을 따라 심겨진 거대한 소나무숲은 바우길 5구간에 속해있어 마을사람들뿐 아니라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 명소이기도 하다.

강릉 생명의숲에 따르면 “동해안 해송숲 중 최고 규모다. 특히 시내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하기 쉽다. 보통 수나무 숲이 외곽이나 면 단위에 있는데 이곳처럼 시내 한가운데 보존돼 있는 곳은 없다.”

그러나 강원도와 강릉시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면서 개발논란이 시작됐다.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소나무 벌목은 물론 해안경관 훼손까지 야기하게 됐다. 숲을 주로 이용하는 마을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이유다. 지난달 18일(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릉의 해안가 소나무군락지인 송정 해송숲을 지키기 위한 국민청원이 올라와 1만 30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국민청원을 올린 해송숲보존회 측은 “사업주의 주장에 따르면 해송숲에 산책로가 없다는 주장이 있으나 실제로는 지금도 많은 수의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숲이 훼손되면 다시 복원하기는 불가능하며 복원한다 해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해 우리세대에는 복원이 불가능할 것이다”며 700년 이어온 해송숲을 지켜줄 것을 청원했다. 현재 해송숲보존회 주민 대표는 강원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 중이다.

송정 해송숲 개발부지(송정동 산67-1번지) 위치 . (사진 위) 강릉 생명의숲 제공, (사진 아래) 네이버지도 갈무리
송정 해송숲 개발부지(송정동 산67-1번지) 위치 . (사진 위) 강릉 생명의숲 제공, (사진 아래) 네이버지도 갈무리

“우려가 현실이 돼” 동계올림픽 앞두고 도립공원지정 해제

올림픽 특구 숙박시설지구로 변경되면서 해안가 개발 속도

환경단체는 숙박시설 같은 개발행위로 인한 숲 훼손은 5년 전 이미 예고됐다고 했다.

윤도현 강릉 생명의숲 사무국장은 “이러한 결과는 이 지역이 도립공원지정에서 해제돼 동계올림픽 특구 숙박시설지구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던 2015년부터 예견된 사실이다. 대대손손 이어갈 소중한 자연유산을 난개발의 수렁으로 밀어 넣은 강릉시와 강원도를 비롯한 행정당국에 원죄가 있다”면서 “집 짓도록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반대하니 사업자에게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일대가 숙박시설 특구로 지정된 후 동계올림픽 당시 송정해변 북쪽 강문해변과 바로 인접한 해송숲에 대규모 세인트존스 호텔이 들어서면서 소나무 숲을 단절하고 서서히 숲을 잠식해가고 있다. 벌목 또한 불법으로 자행됐다.

이는 해양생태 파괴는 물론 경관 훼손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개발자본이 숲과 바다를 개인의 공간으로 사유화하면 이용자들의 녹색권리도 봉쇄된다.

안목항부터 경포호수를 지나 사천, 연곡까지 해안 따라 길게 뻗은 강릉 해송숲은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며 오랫동안 마을숲으로 유지돼 왔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9일(금) 송정동 해안마을도 상당한 규모의 마을숲이 있었으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곳곳에 일부 소나무 숲 흔적만 남은 상태다. 앞으로 해안숲 보전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숲마저도 난개발에 직면하게 된다.

개발 반대 여론을 맞은 사업주는 대상지가 계획관리지역으로 지구단위계획구역 상 이미 숙박시설로 계획돼 있었다고 주장, 2018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해안가 더 가까이도 건축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6400여 제곱미터 규모의 토지를 매입해 2019년부터 강릉시에 건축허가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강릉시가 환경보존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불허하자 지난 2019년 강릉시를 상대로 강원도 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에 건축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제기, 행심위는 사업자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강릉시가 사업주의 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강릉 바우길5구간에 있는 송정 해송숲
강릉 바우길5구간에 있는 송정 해송숲

 윤 사무국장은 이 사태를 두고 “강릉시는 지난 5년간 송정 해안숲 보전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과연 시는 불허할 당시 사업자의 행정심판 청구와 승소라는 일련의 과정을 몰랐을까? 행정심판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제대로 이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사업자의 승소를 막을 수 있진 않았을까?”며 강릉시의 뒷짐행정을 비판했다.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에 대한 강릉시의 입장은 사업자가 사유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것에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여론 악화에 따라 사업자에게 대체 부지를 내주고 협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릉 생명의 숲, 사업주 편 들어준

강원도 행심위 재결 부당성 제기

그러나 강릉 생명의숲은 강릉시의 건축불허가처분에 대한 행심위의 재결에 대해 부당성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이 인용되는 과정에서 사업주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한 것이다.

강릉 생명의숲 측 변호인에 따르면, “신청지는 경포에서 안목에 이르는 산책로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접해있는 인도가 모두 산책로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무시하고 신청지 내부에 산책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을 근거로 또 신청지에 인접한 여러 도로는 모두 배제하고 해변 쪽의 도로 하나만 특정해 해안도로라 지칭하며 신청지로부터 75m의 이격거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한 것은 청구인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한 억지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행심위의 판단이 청구인의 주장범위를 전혀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그리고 “건축법 제11조에 의해 건축허가를 받으면 국토법상의 개발행위허가나 산지관리법상의 산지전용허가 등은 의제된다. 따라서 강릉시에서는 산지관리법상의 불허가사유가 있으면 건축 불허가처분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산지전용으로 인한 해안의 경관 및 해안산림생태계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행심위 판단요지에 대해서 「산지관리법」을 들어 반박했다.

「산지관리법」 제3조에는 “산지는 임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재해 방지, 수원 보호, 자연생태계보호, 산지경관 보전, 국민보건휴양 증진 등 공익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하며 산지전용은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지전용허가로 한번 벌목이 되면 사실상 영구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산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산지관리와 관련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겠다는 취지와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정 해송숲에 10층 규모의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해송숲을 지키기 위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울러 “신청지를 포함해 강문해변에서 안목해변까지 길게 이어지는 송림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릉시가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자산으로 단순히 경제적인 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지관리법 제3조가 규정하고 있는 재해방지, 자연생태계, 경관, 국민보건휴양 등 여러 측면에서 절대 훼손돼서는 안 될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송숲 너머에 송정해변이 보인다.
해송숲 너머에 송정해변이 보인다.

 [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이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